중고시장 3강3색...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

당근, 지역 중심 커뮤니티 서비스 번개장터, 국내 대표 패션 중고 거래 앱으로 도약 중고나라, 웹·택배 서비스 강화

2025-05-10     김희연 기자
번개장터,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중고 거래 플랫폼 3사인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의 행보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중고 거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들이 고객 타켓팅을 명료하게 한다는 목표하에 각기 다른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근, 거래 수수료 대신한 수익 모델 개척 
당근은 중고거래 앱으로 당근만 사용하는 고객 비율은 81.6%나 될 정도로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플랫폼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당근의 월 사용자 평균은 1135만명으로 경쟁사인 번개장터의 약 8.3배에 달했다. 주 연령층은 30·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국내를 대표하는 중고 플랫폼으로 자리한 당근은 지난해 8월 당근마켓에서 당근으로 서비스명을 바꿨다.  당근은 '당신 근처'의 줄임말이다. 처음에는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의미를 담아 '당근마켓'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근 측은 이제 마켓을 넘어 '당신 근처'의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넓혀가자는 의미에서 브랜드명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당근
당근은 스스로를 지역 생활 커뮤니티라고 부른다. 동네 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다 제공하겠다는 것이 당근의 지향점이다. 그에 걸맞은 서비스는 이미 많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당근에서 크게 주목받은 서비스는 동네 구인구직 서비스 ‘당근알바’다. 당근마켓 측에 따르면 지난해 당근알바의 인지도가 급부상한 건 놀랍게도 승우아빠 사건과 푸바오 일일 알바 때문이었다고 한다. 인기 요리 유튜버 ‘승우아빠’는 창업 조언을 하는 라이브 방송에서 당근을 비하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당근은 창사 8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별도 기준 당근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73억 원이다. 당근은 2020년 영업손실액이 134억 원, 2021년 352억 원, 2022년 464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12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6% 증가하면서 반등을 이뤄냈다.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광고 사업 매출의 효과를 똑똑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당근은 여타 플랫폼과 달리 비대면보다는 대면 거래 중심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부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지역 광고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마련에 성공했다.  동네 식당과 미용실, 헬스장 등이 전단을 뿌리며 오프라인으로 영업해 온 지역 광고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전략을 썼다. 당근 광고를 이용하는 동네 점포는 지난해 말 80만 곳을 넘어섰다. 생활권을 기반으로 인근 이용자를 표적화할 수 있는 게 당근 지역 광고의 특징이다. 전단 배포 등 오프라인에 파편화돼 있었던 지역 광고 시장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근이 지역 종합 포털로 자리 잡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의 직방, 중고차의 헤이딜러 등 해당 영역에 특화된 플랫폼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지난해 전체 당근 매출 중 광고 매출 비중은 99%에 달했다. 광고 외에도 새로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미래 성장 동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번개장터, 취향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번개장터는 스스로를 브랜드 중고거래 플랫폼이라 칭하고 있다. 실제로 번개장터 내에서는 패션 중고 거래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상반기 전체 거래액 1조 2450억원 중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이 5200억원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거래액 중 41%나 된다. 2022년에는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이 97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번개장터가 패션에 주목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패션 중고거래는 의외로 단가가 높다. 번개장터의 연간 평균 거래 단가는 약 11만원이다. 또 번개장터가 지난해 2월 발표한 ‘미래 중고 패션 트렌드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주요 이용자인 MZ세대의 패션 거래 비중이 크다. 중고 패션 카테고리의 거래 이용자 중 78%가 MZ세대이다. 특히 단가가 높은 중고 명품 거래 이용자 중에서는 76%를 차지한다.  중고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저단가의 상품은 버리되 고단가의 상품을 중고 거래로 수익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단가가 높은 건 번개장터의 주 수익원인 안전결제 ‘번개페이’와도 연관된다. 번개페이는 지난 2018년 회사가 출시한 에스크로 기반 안전 결제 서비스다. 번개장터가 구매자의 결제 금액을 가지고 있다가 구매 확정 때 판매자에게 정산되는 방식으로, 상품 금액의 3.5%가 구매자 부담 수수료로 부과된다. 구매자 입장에서 거래 단가가 높은 상품을 거래할 때 안전결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번개장터가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만원 미만 상품 거래 시 번개페이 이용률은 30%이지만, 100원 이상 500만원 미만 상품 거래시 이용률은 77%에 달한다. 이외에도 번개장터는 번개케어, 소포 서비스 등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고 있다. 특히 번개케어는 지난 2022년 12월 출시된 서비스로, 정품 검수에 폴리싱, 세척과 같은 프리미엄 클리닝을 제공하는 중고거래 토탈 케어 서비스다.  특히, 번개케어를 통한 명품 중고 스니커즈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5배 이상의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번개장터 명품 중고 스니커즈 거래량도 2021년 215건에서 2022년 4천 731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1만 5천 908건에 달했다.  번개장터의 거래 규모는 매년 최대치를 찍고 있지만 적자 탈출은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번개장터는 네이버 계열사였던 2016년 첫 흑자를 냈지만 2019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에는 216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고나라, 웹서비스와 택배서비스
국내 중고거래 서비스 1세대 격인 중고나라의 장점이자 단점은 2003년부터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운영됐다는 점이다. 여전히 네이버 카페 가입자 수 기준 1순위는 중고나라로, 네이버와 중고나라가 서로 협조하며 카페 서비스를 키워갔지만, 중고나라 입장에서는 자율성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중고나라는 지난해 매출 111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 성장했지만, 적자에서 탈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2021년 유진자산운용,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롯데쇼핑의 공동 투자로 경영권이 바뀐 이래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시장의 투명성 확보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카페를 기반으로 한 중고나라에는 비양심적 판매자를 만난 후기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박스를 열었더니 물건은 없고 벽돌 하나 달랑 들어있는 황당한 수법이 있었다. YTN에 따르면 최근에는 티켓 판매자가 네이버 안전거래를 하자고 유도하면서 가짜 사이트를 보내 사기행위를 벌인 사례도 있었다. 나훈아 콘서트 티켓 사기 피해자인 A씨는 "할머니에게 드릴 콘서트 티켓 구하려고 중고나라를 살피다가 판매자랑 닿게 돼 구매하려고 했다"며 "네이버 안전거래라고 해서 믿고 결제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나름의 정화 노력에도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거래자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이용자 증가를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당근은 이용자가 본인이 사는 동네를 인증하고, 해당 지역 내에서만 직접 물물교환하게 만들어 거래의 신뢰성을 높였다. 개별 유저가 거래에 참여할 때 보여주는 매너를 ‘매너온도’로 측정하게 한 점도 유효했다는 평가다.
중고나라
이에 중고나라는 지난해 웹 서비스를 개편하고 웹 결제를 도입했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카페에서 웹으로 안정적인 데이터 연동을 하는 것이 첫 우선순위였고, 시스템 고도화 검증이 끝나면서 웹 결제도 함께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색엔진 최적화 작업에 공을 들여 웹으로 쉽게 유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택배 사업도 강화하기 시작해 올해에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택배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중고나라 앱에서 물건을 판매한 뒤 배송 정보를 등록할 때 세븐일레븐 택배를 선택하면 택배비까지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중고나라를 완전 인수할지 주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21년 유진자산운용과 오퍼스PE가 1100억원을 투자해 중고나라를 인수하는 과정에 300억원을 출자한 바가 있다.  투자 후 3년이 되는 날까지 중고나라 지분 69.88%를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가지고 있다. 콜옵션 만기가 다음 달인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현재 부실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한다는 점을 비춰 봤을 때 잇달아 적자를 기록한 중고나라를 완전 인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국세청이 일정 규모 이상 수익을 낸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를 대상으로 종합소득세 납부 신고 안내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고액의 물건을 다수 판매한 사람이라면 종합소득세 납부 대상이 될 수 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판매자의 실명이나 거래액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악용해 판매자들이 매출 신고를 누락하거나, 사업자임을 숨겨서 중고거래인 것처럼 상품을 판매하고 탈세를 저지르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내 과세 사각지대가 없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수집한 거래 내역이 과세 근거 자료로는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는 성사되지 않은 거래가 모두 소득으로 잡히면서 터무니없는 세금을 내게 생겼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