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0년 역사의 하이트진로…‘1등 DNA’ 만든 저력은?
제품력‧마케팅‧영업력 합작품 “즐거움 있는 곳에는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토종 국내기업” 오비맥주와의 차별점 강조하기도
2024-06-03 박영주 기자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주류회사 하이트진로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국내 상장사 중에서 100년간 명맥을 이어온 곳은 단 9곳, 식품음료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최초다.
수많은 기업들과 제품들이 등장했다가 스러져가는 냉혹한 ‘경쟁시장’에서 1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하이트진로는 ▲제품력 ▲마케팅▲영업력 등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업력과 관련해 ‘즐거움이 있는 곳, 그게 어디라 할지라도 하이트진로의 제품들이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필두로 영업사원들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빈 덕분에 지금의 위상이 만들어졌다고 감히 자부했다.
“하이트진로는 1등 DNA를 가지고 있다”
1924년 ‘진로’와 1952년 ‘조선맥주’의 만남
지난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깐부치킨 석촌호수점에서는 하이트진로 100년 역사와 이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됐다.
여기서 정세영 홍보담당 상무는 하이트진로의 100년을 만든 과거, 현재의 대표 제품들, 그리고 하이트진로의 미래를 열어갈 대표적인 전략들을 소개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합병을 바탕으로 탄생한 하이트진로는 진로소주의 창업년도인 ‘1924년’을 시작으로 한다. 원래 평안북도 용강에 세워졌던 진천양조상회는 6·25 전쟁으로 인한 1‧4후퇴 이후 부산에 둥지를 틀었다가 1954년 서울로 돌아와 영등포구 신길 쪽에 자리를 잡았다. 원숭이에서 ‘두꺼비’로 상표가 변경된 것도 이 때였다.
하이트맥주의 시작은 1933년 창립 이후 1952년 민간회사로 발족한 ‘조선맥주 주식회사’다. 크라운맥주를 중심으로 UN군납업체로 선정되며 품질을 인정받은 조선맥주는 1962년 국내 최초로 맥주를 해외수출하기도 했다.
이후 1993년 출시된 ‘하이트맥주’가 그야말로 대히트를 치면서 1998년 아예 회사명을 하이트맥주로 바꾸고, 진로까지 품으면서 2005년 7월20일에 ‘하이트진로’가 출범했다.
정 상무는 “하이트진로는 1등 DNA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최초를 만들고 끊임없는 도전으로 업계를 선도해나갔다”며 위기의 순간에도 늘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고객 중심의 마케팅과 제품개발, 그리고 영업력 덕분이라 강조했다.
1996년 맥주시장 1위 탈환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하이트’를 필두로, 국내 최초 발포주인 ‘필라이트’, 오비맥주 카스의 대항마로 시작해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하이트진로 맥주부문 흑자 전환을 일궈낸 청정라거 ‘테라’, 테라의 후속작으로 99일 만에 1억병을 판매한 ‘켈리’ 등이 하이트진로의 대표 제품이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통합연구소와 증류소 건립을 계획 중이며 ‘고객이 없으면 제품도 없다’는 가치 아래 고객 중심 활동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해외 1호 생산공장으로 베트남 공장을 건립하며 해외수출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도 마련하는 등 100년을 넘어서 ‘미래’를 준비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즐거움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하이트진로’가 있었다
하이트진로 지탱하는 ‘영업의 힘’…목표는 전국제패
“토종 국내기업 하이트진로, 오비맥주와 치열한 경쟁 중”
김현진 영업부문 상무는 지금의 하이트진로를 있게 한 저력으로 ‘영업의 힘’을 꼽으며 뜨거움이 가득 담긴 발표를 이어갔다. 투박한 표현들에는 듣기만 해도 뜨겁고 치열한 영업현장이 생생히 녹아 있었다.
주류영업은 크게 1차 거래처라 할 수 있는 ‘도매영업’과 2차 거래처인 ‘특판영업’으로 나뉜다. 일반 소비자들은 직접 주류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할 수 없고 식당‧주점‧마트‧편의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주류 제조사인 하이트진로는 식당‧주점 등 일반업소에 제품을 납품하는 도매상과 대형마트 등에 제품을 납품하는 벤더사 등을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접점도 계속해서 늘려가야만 한다.
29년간 영업에 몸을 담았다는 김 상무는 “하이트진로는 100년동안 술 장사 밖에 안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강조하며, 외국계 회사인 오비맥주와 대기업 롯데를 상대로 ‘토종 국내기업’의 저력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세계 최대 외국계 맥주기업 AB인베브에 속해있고, 롯데주류(현 롯데칠성음료) 역시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 롯데의 계열사다. 김 상무는 “경쟁사들과의 경쟁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면서도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마케팅 뿐만 아니라 영업도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영업사원들은 제품을 팔아주는 도매사 대표님의 생일이라면 기꺼이 축하파티를 열고, 기업 송년회사 신년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여름철 번화가에서 두꺼운 참이슬 소주병 모양의 인형탈을 쓰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하고, 식당에 커피를 사들고 찾아가 장사 힘내시라고 응원하며, 업소에서 일하는 이모님들을 도와 함께 마늘도 깐다.
그는 “주류 영업사원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며 “하이트진로는 1등 회사기 때문에, 발바닥에 불이 나게끔 현장에서 뛰고 퍼포먼스를 내면서 처절하게 영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지금도 지역축제와 대학축제, 전국의 야구장, 곳곳의 식당과 노포를 다니며 영업을 뛰고 있다. 심지어는 백령도와 울릉도까지, 소비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라도 전국팔도 방방곡곡을 방문해 제품을 알리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영업사원들이다.
김 상무는 “술은 즐거움이다. 우리가 슬플 때도 술을 먹긴 하지만 즐거운 곳에는 절대 술이 빠질 수 없다”며 “즐거움이 있는 곳에 우리 하이트진로의 제품들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부산시장 공략과 해외시장 진출, 프리미엄 소주 수요에 대한 전략과 관련한 구체적인 응답이 이어졌다.
김현진 상무는 “부산 소주 시장은 현재 하이트진로와 주요 상대사 2곳을 포함해 3개사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부산‧경남 시장을 같은 시장으로 보면 명실상부한 1등”이라 강조했다.
해외진출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과거의 해외영업은 교포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본토 로컬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화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K팝 등 한류열풍으로 현지의 젊은 사람들이 소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프리미엄 소주’와 관련해서도 “예전에는 양주를 선물 받으면 좋아했다면 요즘에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소주를 더 좋아하더라. 앞으로 해외에서도 프리미엄 소주를 경함하게 될 것이고, 신제품을 지속 출시해서 전체적인 파이를 키워갈 것”이라 덧붙였다.
주요 경쟁사인 오비맥주를 상대로 한 전략과 관련해서도 김현진 상무는 “요즘 시대에 애국마케팅을 고수하기는 어렵지만, 주류 영업을 하면서 점주분들게 ‘한일전 할 때는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술은 왜 일본맥주를 먹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한적은 있다”며 “외국에 가서 참이슬을 보면 반갑듯이, 켈리‧테라를 만나면 반가운 대표 맥주로 키우고 싶다. 애국심 보다는 자국 제품에 대한 어필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