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칼럼] 막걸리 만들어 팔고 싶은데 전통주 면허가 있어야할까

2024-06-04     박재형 행정사·가맹거래사
박재형
[파이낸셜리뷰]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통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막걸리’가 아닐까 합니다. 막걸리는 과거 조선시대 때 나라에 흉년이 들어 금주령이 내려졌을 때도 요기가 되는 술이라서 문제삼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우리 곁을 지켜온 술입니다. 가격이 저렴해 서민이나 노인들을 위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요즘에는 맛이 좋아져 달착지근하고, 부드러움에 반한 젊은 층의 선호도 늘어났습니다. 만들기도 쉽습니다. 누룩이랑 쌀만 있으면 며칠이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막걸리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막걸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자신이 만든 술에 자신감이 생기신 분들이 ‘나도 한번 내 막걸리를 만들어서 팔아볼까’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는 창업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기 위해 혹시 창업에 필요한 것은 뭐가 있을까 인터넷에 정보를 찾아봅니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정보들을 계속 보다 보니, 낯선 단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전통주 면허’라는 단어입니다. 간혹 전통주 면허가 있어야지 술을 만들어 팔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통주 면허를 받지 않고서는 나만의 막걸리를 만들어 팔 수 없는 걸까요? 전통주 면허가 없어도 막걸리를 만들어 팔 수는 있습니다. 다만 다른 종류의 주류제조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막걸리는 탁주에 속하는 술입니다. 탁주를 만들어 팔기 위해서 꼭 전통주 면허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일반 주류제조면허’ 또는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국세청으로부터 받아야지만 술을 만들어 팔 수 있습니다. 주류제조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주류면허법」이라는 법령에서 정해놓은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필요 요건은 전통주, 일반, 소규모 주류제조면허가 각각 다릅니다. 따라서 본인이 어떻게 술을 만들어 팔 것인지, 제조공간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서 어느 면허를 받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또 술은 ‘식품’에 속하는 제품입니다. 이에 식약청에서 주류제조면허와 함께 ‘식품제조가공업’이라는 영업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식품제조가공업은 「주류면허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에 인허가 요건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주류제조장은 「주류면허법」과 「식품위생법」 모두에 위배되지 않는 시설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탁주인데 왜 전통주 면허가 따로 있고, 일반, 소규모 제조면허가 따로 있는 것 일까요? 전통주 면허는 다른 제조면허와 다르게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유명 연예인이 만든 ‘원소주’라는 소주 제품이 인터넷 판매가 가능해서 시끄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술은 안되는데 왜 해당 술 제품은 인터넷에서 팔 수 있냐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원소주 제품은 농업인이 직접 만들거나, 제조장이 위치한 지역과 인근 지역의 농산물로 만든 ‘지역특산주’에 해당합니다. 지역특산주는 「전통주산업법」에 따라서 전통주에 속하는 제품입니다. 따라서 지역특산주인 원소주는 다른 술과 다르게 온라인에서 팔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통주 면허를 발급받는 것은 다른 주류제조면허를 발급받는 것보다 까다롭습니다. 크게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주류 분야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되거나, 대한민국식품명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이룰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통주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으로서 농업경영체를 만들고, 시도지사의 추천장을 받아야 합니다. 이 역시 단순히 창업을 목적으로 요건을 갖추는 것이 절대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전통주 면허는 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쉽게 창업을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막걸리를 만들어서 팔고 싶어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비용 등 창업자에게 주어진 상황을 고려해 어떤 종류의 주류제조면허를 받는 것이 좋을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꼭 전통주 면허가 없더라도 막걸리를 만들어 팔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어떤 종류이든지 주류제조면허가 꼭 필요하기에, 주류 제조 창업의 문턱은 높습니다.

박재형 약력

現 하나 행정사가맹거래사사무소 대표 現 소상공인진흥공단 희망리턴패키지 컨설턴트 現 경실련 프랜차이즈피해구제상담센터 법률상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