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오비맥주, 맥주 시장의 절대강자
2024-06-17 김희연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국민 맥주 ‘카스’를 기반으로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비의 전신은 1933년 설립된 일본 자본 기반의 소화기린맥주이다. 해방 이후 두산에서 인수하면서 동양맥주주식회사로 상호를 바꿨다. 1995년 3월 동양맥주를 뜻하는 Oriental Brewery의 앞 글자를 따서 오비맥주가 됐다.
맥주를 대중화한 오비맥주
동양맥주가 맥주 생산을 시작한 게 무려 1933년인 만큼, 국내 맥주 시장이 생긴 이후 무려 7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꾸준하게 유지해 왔다. 60년대로 들어서며 처음으로 생맥주를 시판하고 홉을 재배하는 등 맥주의 대중화에 박차를 가해 슈퍼마켓 등 가정용 시장에서의 맥주 판매가 점점 늘기 시작했다. 1965년에는 처음으로 ‘맥주 판매 100만 상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맥주는 사실 7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퇴근 후 가볍게 마시는 느낌 아닌 고급술이었지만, 80년대부터 중산층이 형성되고 맥주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맥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86 서울 아시안게임, 88 서울 올림픽 공식 맥주도 오비였으며 80년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서도 오비는 빠질 수 없었다.
재도약의 날개, ‘카스’의 30년 역사
그러나 다양한 맥주가 등장하면서 90년대 점유율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오비는 점유율을 되찾고자 1999년 새로운 브랜드인 ‘카스’를 인수했고 2001년부터는 아예 합병해서 관리했다. 이때부터 카스와 오비맥주 양대 체제로 맥주 사업을 구축했다.
당시 기준으로 출시된 지 5년도 안 된 카스는 젊은 브랜드였기 때문에 청년층을 중심으로 광고를 만들어 팔았는데, 수도권 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본격적인 제품 혁신의 배경에는 사모펀드가 있었다. OB맥주와 사모펀드의 거래는 '아시아 사모펀드계의 전설'이라고 불린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어피니티와 글로벌 사모펀드인 KRR은 OB맥주를 매각하며 브랜드 라인을 단순화하고 ‘카스’로 선택과 집중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어피니티는 오비맥주의 주력 제품인 카스 맥주를 고객에게 더 신선하게 전달하고자 ‘1개월 안에 고객에게 닿게 한다’는 새로운 판매 전략을 도입했다. 이 전략 덕분에 오비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인수 당시 40%에서 2011년에는 51.8%로 크게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카스는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고, 국민 대표 맥주로서 완전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때 KKR과 어피니티는 OB맥주를 2009년 중반에 2조 3000억 원에 인수해 2014년 초 6조 2000억 원가량에 매각하며 약 4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차익을 냈다.
부드러움으로 승부, 한맥 출시
그러나 2019년 하반기부터 맥주 시장이 더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경쟁사도 많이 생겼고 맥주 트렌드에도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전에는 강한 탄산감의 맥주가 인기였다면 이때부터는 색다른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오비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대한민국 대표라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맵고 짠 음식을 많이 먹는 한국인의 식성에 맞는 맥주로 나온 것이 ‘한맥’이다. 한맥은 탄산감이 아닌 부드러움을 강조한 맥주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에서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톡 쏘는 맥주만큼이나 부드러운 맥주를 선호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때문에 오비맥주는 그동안 맥주 시장에서 강조돼 왔던 탄산감이 강한 맥주와는 반대로 가는 전략을 택했다.
오비는 새 맥주에 쌀과 함께 한맥의 기본 원료인 맥아, 홉, 물도 넣기로 했다. 아시아 지역은 쌀을 넣어 부드러운 맥주를 만드는 곳이 많은데, 한맥은 맥주에 들어갈 쌀을 고르기 위해 전국을 뒤졌다고 한다. 고심 끝에 결정한 쌀은 순창쌀이었다.
순창지역의 쌀은 전국 브랜드 쌀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쌀 생산지에서 공장까지의 거리가 2시간 이내여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어 쌀의 산화를 막고자 했다. 긴 준비 끝에 2020년 파일럿으로 한맥을 출시하고 2021년 2월 정식 출시를 했다. 이때 가장 강조했던 메시지 역시 부드러움이었다.
또한 맥주를 그냥 마시는 게 아닌 한식과 페어링으로 즐기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했다. 캔을 매트한 재질로 쓴 것도 맥주의 부드러움을 어필한 것이라고 한다. 한맥의 라벨도 자세히 보면 초록색이 아닌 패턴디자인으로 들판을 이미지화한 모습이다.
카스 30주년, 오비맥주의 사업 다각화
그러나 맥주 시장이 과열화되면서 오비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드는 모양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켈리' 출시에 더해 일본 수입 맥주들에게 점유율을 내준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동반 하락하자, 오비맥주는 계속해서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수요에 맞춰 이달 라이트맥주(100ml 기준 열량 30kcal 이하)인 애플 사이더 엘파(ELPPA)를 출시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생)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올해가 카스 출시 30주년인 만큼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을 수립했고 수입맥주와 라이트맥주 시장에서도 성장하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스, 2024 파리올림픽 공식 파트너
한편 카스는 올해 7월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응원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한정판 올림픽 에디션을 출시한다.
카스 프레시와 비알코올 음료 카스 0.0에 한해 선보이는 올림픽 에디션 제품은 패키지 디자인에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와 공식 파트너사임을 의미하는 오피셜 파트너(Official Partner) 문구를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필굿(FiLGOOD)과 최고심의 만남
또한 오비맥주는 발포주 브랜드 필굿(FiLGOOD)이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최고심과 협업한 굿즈 패키지를 출시했다.
최고심은 개성 있는 그림체의 귀여운 캐릭터들이 전하는 희망과 긍정 문구로 MZ세대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다. 필굿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로 소소한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OB믿지?’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 ‘반드시 필, 잘된다 굿’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세워 MZ세대를 향한 응원의 의미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