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열풍 속 올해 50주년 맞은 제품들, 어떤 것이 있나
50년 우리와 함께 한 과자·아이스크림, 앞으로 50년은?
#해태제과 #빙그레 #오리온
2024-06-18 김희연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1974년 출시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의 기억 속에 특별한 추억을 안겨준 제품들이 있다. 벌써 반백 살이 된 에이스, 투게더, 초코파이 등이 추억의 주인공이다.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제과 업계에서도 다양한 50주년 기념 에디션과 이벤트를 선보였다. 장수제품들과 함께한 각자의 잊지 못할 순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에이스
에이스는 해태제과식품이 1974년 국내 최초로 출시한 크래커로, 한입 물면 느껴지는 에이스 특유의 고소한 풍미와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에이스의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약 1조 1000억으로 총 22억 개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다.
사실 해태는 에이스 출시 전 '죠니크랙카'란 이름의 초기 제품을 선보였지만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단단한 식감 탓에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럼에도 해태제과는 당시엔 파격적으로 전담 연구소를 꾸리고 8명을 투입하며 크래커 개발에 집중했다. 그렇게 3년의 연구 끝에 탄생한 '에이스'는 단단하고 짠맛을 중심에 둔 미국 크래커와 확연히 다른 맛이었다.
덕분에 에이스 생산 공장은 평일 24시간, 주말에도 쉬지 않고 돌아갔지만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가격이 100원으로 삼양라면보다 2배 비쌌지만 품귀현상을 보일 정도였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딱딱하고 짠 크래커가 아닌 우리 입맛에 맞게 고소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입맛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에이스 출시 2년 뒤인 1976년 동서식품의 맥스웰하우스 커피믹스가 출시되면서 궁합이 잘 맞는 이른바 '꿀조합'으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유행을 선도하던 대학생들이 다방에서 커피와 함께 즐기는 대표 간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1985년 첫 TV광고에서 당대 인기스타인 배우 김혜수를 기용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에이스데이'까지 생겼다. 에이스데이는 전라남도 여수·순천 등지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문화로 매년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에 에이스를 주고받으며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문화다. 1980년대 한 여중생이 에이스로 사랑고백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에이스데이가 생겼다고 전해진다. 아직까지도 전남 지역에선 10월 에이스 매출액이 30%가량 늘어난다.
에이스는 오리지널 맛을 넘어 바스크 치즈케이크, 씬 에스프레소, 야채 맛 등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변신도 이어가고 있다.
해태제과는 에이스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레트로 감성을 담은 '에이스 리미티드 에디숀'을 출시했다.
리미티드 에디숀은 오리지널 패키지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초창기 해태 로고와 에이스 특유의 글씨체 조합으로 에이스의 50년 헤리티지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세대에게는 향수를, 힙한 레트로 코드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감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출시 당시 감성을 그대로 담아 이름도 '리미티드 에디숀'인 추억의 에이스는 17일부터 한 달간 126만 개만 만나볼 수 있다.
누가바
‘누가바’도 1974년에 출시된 해태아이스 대표 스테디셀러로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누가 초코 코팅을 입힌 대표 간식이다.
해태아이스 스틱바 제품 중 매출 부동의 1위를 유지할 만큼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현재 누가바 오리지널, 누가바도 코코넛커피, 누가바도 크런치초코 등 3종이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초코 코팅을 먼저 먹고 바닐라 크림을 먹는 ‘누가바 먹는 방법’이 유행했다. 꾸준한 인기를 얻자 타 제과업체에서 누가바를 비슷하게 따라 하는 표절 상품이 나타나는 등 해태제과의 간판 상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해테아이스는 지난 3월 배우 나인우와 50주년을 기념한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누가바의 '누가'가 가지는 중의적인 의미를 언어유희로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누가'라는 단어를 사용한 질문과 재치 있는 답변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상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누가'라는 단어를 반복해 누가바가 '누가 먹어도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투게더
국내 대표 떠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자리매김한 빙그레 ‘투게더’도 1974년 탄생했다. 특유의 부드러운 맛을 앞세워 그 이름처럼 모든 국민이 다 함께 즐기는 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2021년 기준 국가브랜드대상 아이스크림 부문에서 10년 연속 대상을 받은 투게더는 빙그레가 보유한 고유의 기술로 만든 ‘우유 아이스크림’의 시초이자, 국내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의 문을 연 제품이기도 하다.
투게더는 빙그레의 전신인 대일유업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제품 출시 당시인 1970년대만 해도 설탕물에 색소를 넣어 얼린 이른바 ‘께끼’라 불리는 셔벗 제형의 아이스크림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빙그레는 우유를 넣은 고급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1972년부터 유가공 제조업을 해온 빙그레는 분유가 아닌 생우유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1980~1990년 출생한 3040대는 대부분 퇴근길 아버지가 들고 오시는 간식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 아버지 월급봉투가 두둑한 날에는 치킨이었지만 조금 가벼운 날에는 어김없이 검은 비닐봉지 안에 투게더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출시 이후 반세기에 이르렀지만 처음 선보인 바닐라맛에 900ml 용량의 황금색 패키지를 그대로 유지하며 누적 판매량 7억 개(추정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판매한 투게더의 양을 일렬로 세우면 서울과 부산을 130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고정된 이미지로 어른들의 추억 속에 자리한 투게더는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2019년, 출시 45년 만에 처음 변화를 꾀했다. 기존 제품의 3분의 1 용량(270㎖)인 ‘투게더 미니어처’를 출시한 것이다.
제품의 본질은 유지한 채 용량만 줄였지만, 투게더가 오랜 기간 한결같이 정통성을 지켜온 제품이었기에 미니어처 출시는 큰 화제였다.
지난 5월에는 올해 50주년 출시기념으로 성수동에서 투게더 팝업스토어를 열어 MZ세대에게도 다채로운 경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투게더는 본격적인 국내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을 개척한 대표 제품으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다”며 “빙그레 아이스트림의 대표 브랜드로서 정체성은 지켜가되,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해 고객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할 새로운 마케팅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나나맛우유
74년 출시한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도 74년 출시 후 현재까지 디자인 기조와 맛의 원점을 잃지 않은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나나우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한다. 2023년 기준 내수·수출 합산 매출은 약 3000억원이다.
실제로 편의점에서도 차원이 다른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우유들과는 달리 편의점에서 발주 시 유일하게 무조건 4배수 단위로만 발주를 받는 우유임에도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폐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바나나맛우유는 1970년대 정부의 낙농업 육성을 위한 우유 소비 장려 정책에 힘입어 개발됐다. 당시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바나나의 맛을 대중화시킨 상품이다. 1970년대엔 바나나는 수입 제한 품목이라 귀한 과일이었다.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달 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개발팀은 우연히 도자가 박람회를 갔다가 영감을 얻어 당시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용기의 외형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소재는 우유 용기로 자주 사용되던 기존 유리병과 비닐 팩과 차별화 하고자 폴리스티렌을 이용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출시 후 240㎖의 ‘뚱뚱한’ 용기를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배불뚝이 모양의 독특한 용기 모양 덕분에 소비자의 기억 깊숙이 각인되며 바나나맛우유의 상징이 됐다. 빙그레는 2016년에 바나나맛우유 용기 모양 자체를 상표권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얼마 전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의 출시 50주년을 기념하는 ‘단지, 용기’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번 에디션은 바나나맛우유 특유의 친숙한 단지 모양의 용기를 모티브로 삼아 일상에서 용기가 필요한 순간을 응원한다는 이중적인 의미로 기획됐다고 한다. 제품명이 있던 위치에 ‘단지 00할 용기’ 문구가 각인돼 소비자들이 원하는 문구를 자유롭게 적어 다양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초코파이
오리온 초코파이도 1974년생이다. 국내 초코 과자가 전무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초콜릿과 비스킷, 마시멜로우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고급 과자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크림빵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에게 부드러운 마시멜로가 들어간 초콜릿 과자는 혁신적이었다. 제품은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는데, 초코파이가 출고되는 날이면 도매상들이 공장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1989년부터 오리온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셉트의 광고들을 선보였다. '정('情)'을 내세운 초코파이 광고는 과자에 '情'이라는 '인성'을 부여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情 캠페인 광고는 '이사 가는 날', '삼촌 군대 가는 날', '할머니댁 방문' 등 현대인들이 잊고 지내던 정서인 가족의 정, 이웃 간의 정을 핵심 소재로 다뤘다. 2000년대 광고에는 담철곤 회장이 직접 등장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초코파이는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한 해 35억 개 넘게 판매되는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등극했다.
얼마 전 편의점 한정판으로 선보인 레트로 패키지 4종도 반응이 뜨겁다. 1974년 첫 출시 때부터 1989년, 2006년, 그리고 현재까지 각각 당시 디자인을 재현한 제품이다.
또한 오리온은 반백 년 소비자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패키지에 담은 '초코파이情(정)'을 출시했다.
앞서 오리온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초코파이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초코파이와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를 공모하는 소비자 소통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벤트는 5월 한달 간 전국 각지에서 2000여 건이 넘는 사연이 접수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경남 남해군에서 행복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김쌍식님은 어릴 적 형편이 어려웠을 때 동네 슈퍼 아주머니가 초코파이를 건네 줬던 따뜻한 마음을 잊지 못해 5년째 '빵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는 사연을 전해왔다.
김쌍식님은 아침 등굣길 배고픈 아이들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주는 선행이 알려지면서 지난 2021년 'LG의인상'을 받고 TV 예능 '유퀴즈'에 출연하는 등 화제의 인물로도 알려진 바 있다.
이외에도 16명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그림과 함께 초코파이 포장에 담았으며 17일부터 전국 대형마트와 일반 슈퍼, 주요 온라인 채널 등에서 순차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 사연은 7월 14일까지 응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