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기내식, 아이스크림...식품 업계는 '비건' 바람

건강 관리와 친환경 소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기

2025-06-20     김희연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제 컴포트 푸드(Comfort Food)요? 전 긴 여행을 하니까 제 몸을 의존해야 하고, 또 비건이기 때문에 그것도 고려해야겠죠. 흰쌀밥, 간장만 있으면 어디서든 먹을 수 있어요. 다른 예시로는 감자튀김이 있겠네요.“ 세계적인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는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이같이 답했다. 두 뮤지션의 토크를 지켜보는 이들에겐 사전에 비건 포테이토 칩 한봉지씩이 전달됐다. 어릴때부터 베지테리언으로 자라온 빌리 아일리시는 그의 동료와 주변, 팬들에게 비거니즘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비건식을 주제로 한 인터뷰 쇼에 출연하거나 유명한 비건 식당을 돌아다니는 등 평소에도 적극적인 비건 어필에 나선다. 이처럼 유명인을 필두로 개인의 식습관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 사회적 가치 등이 소비 트렌드에 반영되면서 ‘비건’은 어느새 소비의 필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비건이란?
비건이란 채식주의의 한 종류로 채소, 과일, 해초 등의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채식 섭취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08년 당시 15만 명에 불과하던 국내 채식 인구는 2022년 기준 200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비건’이 아니더라도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식품, 외식 등 관련 시장 역시 급격하게 성장 중이다.  비건 시장의 성장이 만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다양해진 메뉴이다. 비건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던 피자,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나 디저트 업계에서도 대표 브랜드들이 비건 메뉴를 속속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비건 피자

파파존스
한국파파존스는 지난해 국내 피자 업계 최초로 비건을 위한 식물성 피자를 출시했다. ‘그린잇 식물성 마가리타’와 ‘오리지널 그린잇 식물성 가든 스페셜’의 두 종류로 선보인 파파존스의 식물성 피자는 출시 직후 인기를 끌어 현재도 꾸준한 판매량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비건협회에서 인증한 33년 전통의 영국 비건 치즈 시즈(sheese)사의 식물성 재료로 만든 치즈를 사용하고 코코넛 오일, 전분 등 동물성 재료와 유당과 글루텐,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파파존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다양한 이유로 비건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 프랜차이즈 업계의 비건 메뉴 개발과 도입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외식 트렌드와 소비자 취향을 앞서 파악하고 선재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업계 노력 또한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건 햄버거

리아미라클
롯데리아도 콩단백을 활용한 식물성 패티와 소이 어니언 소스를 사용한 ‘리아미라클Ⅱ’를 판매하고 있다. ‘리아미라클Ⅱ’는 기존 메뉴를 리뉴얼해 출시한 것으로 2020년 첫 출시 때보다 높은 판매량을 나타내며 비건 시장 성장을 실감케 했다. 
베러불고기./사진=노브랜드
노브랜드 버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식물성 버거를 신메뉴로 선보였다. 100% 식물성 패티를 활용한 ‘베러 불고기 버거’는 노브랜드 버거의 ‘그릴드 불고기’의 맛과 식감을 식물성 대안육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비건 기내식

사진=제주항공
이제는 비행기에서도 비건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제주항공이 얼마 전 출시한 '제주밭한끼 산채밥'은 채식 문화 확산에 맞춰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원하는 승객을 위해 개발됐으며, 비건 기내식답게 제주산 나물, 식물성 떡갈비 등으로 구성됐다. 국제선 항공기 출발 24시간 전까지 구매할 수 있다.

비건 아이스크림

나뚜루
디저트 업계에서도 비건은 환영받고 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가 ‘비건은 원래 맛있다!’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나뚜루 비건’ 아이스크림을 업그레이드해 선보였다.  국내 최초 비건 인증 아이스크림을 선보인 나뚜루가 서브 브랜드 ‘나뚜루 비건’의 가치를 재정립해 비건 인구가 집중된 2030세대 공략에 나선 것이다. 비건 아이스크림은 기존 아이스크림과 큰 차이 없는 식감에 칼로리는 낮아, 유당불내증이 있거나 다이어트 중 디저트를 즐기고 싶은 사람까지 섭취하기 좋다. 롯데웰푸드 측은 향후 파인트, 컵, 바 형태로 과일 소재의 ‘알폰소 망고’, 초콜릿 소재의 ‘초콜릿&아몬드’를 추가 출시하며 비건 인구의 입맛을 사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외의 경우 유럽을 중심으로 비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약 1조 원을 넘어 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지속되며, 건강 관리와 친환경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최근 몇 년 동안 비건 인구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비건 인구가 증가한다는 점을 주목해 나뚜루 비건 아이스크림을 리뉴얼해 출시하게 됐다”며, “향후 더욱 맛있고 높은 품질의 비건 아이스크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비건 아이스크림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