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27일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아마존 K-뷰티 컨퍼런스’가 열렸다.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국내 화장품의 미국 시장 진출을 알린 자리인 만큼 수많은 K-뷰티 셀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였다.
팬데믹 이후 원래 궤도로 돌아간 이커머스 침투율
코로나 기간 아마존, 알리바바, 이베이, 네이버 같은 디지털 네이티브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이후 팬데믹 효과가 사라지자 점차 외형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플랫폼들은 승기를 잡고자 무료 배송이나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에 상당한 거액을 투자하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나빠졌다.
베인앤드 컴퍼니에서 소비자 유통을 담당하는 서효주 파트너는 이날 세션에서 “아마존을 포함한 이커머스 플랫폼은 단순 외형 성장만이 능사가 아닌,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야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화두가 된 C-커머스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수익성 개선 노력과는 별개로 알리, 테무, 쉬인 등 C-커머스가 매섭게 성장하면서 전 세계 시장의 판도를 뒤엎으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출시한 지 2년도 채 안 된 테무의 경우 올해 2월 기준 월간 사용자 수가 1억 6천이 넘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테일 앱이 되기도 했다.
쉬인도 유통업체로 불러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을 정도로 세상에 없던 모델을 만들고 있다. SNS에서 트렌드를 파악해 실시간으로 중국 제조업체에 주문을 넣는 방식인데, 최소허용보조 적용에 따른 중국발 저렴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트렌드 예측부터 생산까지 전체 사이클에 걸리는 시간이 3일로 단축된다.
서효주 파트너는 “예전 패션 업체들은 공급 과정이 6개월에서 1년 걸렸고, 자라나 H&M 같은 경우도 최소 몇 주가 걸리는데, 3일이면 상상할 수 없었던 속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초스피드, 초저가 방식으로 쉬인은 지난 3년간 10배 이상 성장해 오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신규 대형 시장의 가능성
그러나 중국 시장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지자, 중국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서 최근 30% 정도로 급감했다. 자연스레 미국, 일본 등 신규 대형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서 파트너는 특히 미국 시장이 점유율이나 성장률 관점에서 수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 내 뷰티 시장은 국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국내는 주름, 건조, 색소, 탄력 등의 고민 사례가 많다면 미국은 다양한 인종만큼 피부 고민의 범주도 넓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피부 타입이 분포한 미국에서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저연령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K-뷰티 제품을 써봤다는 고객군이 20~30%에 달할 정도로 관심도가 상당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K-뷰티 브랜드가 급부상한 배경은 무엇일까?
틱톡으로 급성장한 인디 브랜드
우리나라는 인스타, 페이스북, 유튜브 3개 채널의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며, 특히나 젊은 층에게는 인스타가 메인에 가깝다.
미국은 좀 다르다. 틱톡이 1등이며, 글로벌 대비 틱톡의 미국 이용자 수는 두 배에 달한다. 미국에서 스킨케어 루틴 확산뿐만 아니라 작은 인디 브랜드도 성장할 수 있었던 변곡점에는 틱톡 마케팅 성공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베인 측은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 내 저연령대를 중심으로 고관여 고객이 성장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선크림이나 베이비로션을 바르는 단계에 그치는 등 스킨케어에 가장 관심 없는 고객이 많았지만, 점차 틱톡과 같은 SNS 채널의 성장을 기반으로 스킨케어를 구매하는 고관여 고객군이 미국 시장 안에서 크게 늘어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고관여 고객군을 타겟으로 피부 고민을 해소해 주는 인디 브랜드가 급성장 함에 따라 K-뷰티 브랜드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베인에 따르면 23년 미국 내 K-뷰티 시장은 소매가 기준 약 2.2원으로 추산된다. 서효주 파트너는 “2.2조 시장의 상당 부분은 인디 브랜드가 주도했으며, 앞으로 3년 동안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의 중심에 선 아마존
규모가 작은 브랜드는 통상 오프라인 대형 채널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시장에 침투하는 패턴이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전체 시장의 70%가 온라인을 통해 공급됐는데, 이 중 45% 정도는 아마존이 차지한 것으로 베인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결국 아마존은 전체 K-뷰티 미국 시장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규모 있는 온라인 채널이 되는 것이다.
아마존에서의 K-뷰티 셀링 전략
아마존의 본격적인 러브콜을 앞두고, 컨퍼런스에서는 조선미녀, 라네즈, 코스알엑스 등 K-뷰티 브랜드의 미국 시장 성공 사례를 본보기 삼아 아마존 셀링 성공 전략을 공개했다.
아마존에서 상시 구매하는 고객의 90%가 검색 베이스로 유입되며, 그중 70% 고객은 첫 페이지 이상을 스크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환율에 영향을 주는 상품 페이지와 리뷰가 가장 빠른 성공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 측에서는 검색량과 전환율이 높은 키워드 위주로 상품 설명을 구성하고, 긴 페이지에 부담을 느끼는 미국 고객의 특성을 반영해 한두 페이지 안에 요점이 정리돼 있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코스알엑스도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비포 애프터 리뷰 전략을 사용했다. 또한 ‘달팽이 점액’을 원료로 활용한 키워드를 선점하고자 아마존 검색 광고 및 SNS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제품의 점액질을 잘 표현하기 위한 챌린지에 이르기까지 틱톡 등 다양한 포맷을 통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초에 집중된 K-뷰티 카테고리, 히어로 제품 집중해야
아마존에 발을 디딜 신규 셀러들에게 더욱 귀 기울일 만한 내용도 이어졌다.
아마존 내에서 K-뷰티의 침투율이 높은 카테고리는 전반적으로 기초에 많이 집중돼 있다. 립, 스킨케어, 앰플, 마스크 팩 등이 상당히 침투율이 높고, 그보다 덜 하지만 클렌징, 선케어, 베이스 메이크업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 파트너는 한국 기반 또는 오리엔탈 기반으로 좀 더 특색을 줄 수 있는 원료와 제형이라고 하면 훨씬 더 먹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아마존은 이미 시장의 선도 지위를 가진 지 20년 이상 된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실 성공 방식은 이미 상당히 정착됐으며, 고객 기반의 운영 원리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셀러와 브랜드 관점에서는 굉장히 소수의 상품군에서 매출의 70~80% 이상이 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먹힐 만한 한두 개의 히어로 상품이 뭔지를 고민하고 테스트해 선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이번 행사는 아마존이 화장품 기업 대상으로 설명회까지 마련한 최초의 자리인 만큼, 중소 K-뷰티 기업들이 아마존 생태계를 시작으로 세계로 널리 뻗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