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쿠시나메

2024-07-01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쿠시나메는 중세 이란의 서사시이다. 쿠시는 사람 이름이고, 나메는 책이라는 뜻이다. 즉, 쿠시라는 사람의 책이라는 것이다. 이에 ‘쿠시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영국국립도서관에서 해당 서사시의 필사본이 발견됐고, 이희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연구팀과 이란, 영국 등 관계국 학자들의 공동연구와 해석을 통해 2014년 현대판으로 펴냈다. 줄거리는 샤나메에 등장하는 사악한 뱀 왕 자하크와 그를 물리친 영웅 파리둔의 이야기를 각색한 내용이다.

페르시아 왕세자, 당나라에서 신라로

내용은 사산조 페르시아가 이슬람제국 침입으로 멸망하자 페르시아 왕세자 아비틴이 도망쳐 당나라로 망명했다. 하지만 당나라가 이들을 받아줄 여력이 되지 않으면서 신라로 망명했다. 신라에 도달하니 신라왕이 환대를 했고, 신라왕 폴로 경기를 하거나 사냥을 즐겼다. 이에 신라-이란 연합군을 결성해서 신라에 침공해온 당나라 군대의 침공을 막아내고, 중국 대륙까지 그 세력을 떨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비틴은 신라 공주와 결혼했고, 아비틴은 꿈에 페르시아를 위해 복수하라는 계시를 받으면서 신라 공주와 함께 페르시아로 귀국했고,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아비틴은 자하크에 잡혀 처형당했다. 아비틴의 아들은 자하크를 물리치고 구국의 영웅이 됐다. 그리고 신라에 사신을 보내면서 페르시아와 신라의 우정과 친선은 대를 이었다는 내용이다.

배경은 삼국통일전쟁 시기

배경을 보면 삼국통일전쟁 직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페르시아 출신 사람들이 신라와 결탁해서 당나라 군대를 물리쳤다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쿠시나메는 페르시아와 신라의 교류가 상당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실제 역사는 아니라 소설이다. 물론 쿠시나메에 나오는 ‘Silla’가 우리가 아는 신라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 근거로 ‘6개의 섬’이라고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에서도 신라를 ‘섬’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쿠시나메에 나오는 신라가 우리가 아는 신라가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신라는 아랍과의 교류가 상당하다는 것이 역사적 유물로도 입증이 가능했고, 당시 경주에는 아랍인들이 많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처용가에 나오는 처용이 아랍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아랍과 신라의 교류가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중세 이란의 서사시로 쿠시나메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즉, 중세 이란에게 신라는 신비로운 나라인 셈이다. 그 이유는 신라시대는 경주는 금으로 치장했다는 기록도 나올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