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7월 3일 금융실명제 실시 발표

2024-07-03     어기선 기자
사진=대통령기록관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82년 7월 3일은 전두환 정권 당시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한 날이다. 물론 실제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이날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했지만 반발에 부딪혀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실명제 실시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경제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내년 1월 1일부터

이날 강경식 당시 재무부 장관은 내년(1983년) 1월1일부터 모든 금융거래에 대해 실명거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개인은 주민등록증, 법인은 사업자 등록증에 의해 실명거래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실명화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에 대해 1인당 3천만원 이하 등 일정 조건을 제외하고 5% 과징금을 물리고 양성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른바 7.3조치였다. 7.3 조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제2 경제도약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었고, 언론은 경제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전두환 정부 당시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려고 했던 것은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이 터지고 난 후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이 제2의 장영자·이철희 사건을 막기 위해서 금융실명제 실시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건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위해서는 금융전산화가 필요했다. 전두환 정부는 종합과세를 위한 국민 금융소득 데이터베이스가 우리 기술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날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하고 이틀 후인 7월 5일 재무부는 국내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종합금융회사 등을 불러서 실명제 도입에 대한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그리고 6일 재무부는 깅홍기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금융실명거래전산화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관련 법률안 마련

그해 9월 4일 재무부는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정당에서 금융싦여제 실시에 반대하고 나섰다. 10월 26일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금융실명제를 대폭 보완하거나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 29일 당정 정책협의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민정당은 실명제를 1986년 이후 실시하고, 시기 결정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실거래 법안 수정안을 156명의 이름으로 국회에 제출했고, 그해 12월 16일 정기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작 1986년 1월이 돼서도 금융실명제가 시행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계속해서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노태우 정권에서도 금융실명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실시를 하지 못했다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8월 12일 전격적으로 실시됐다. 다만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전까지 아무도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는지를 몰랐다.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가 전격적으로 발표를 한 것이다. 그리고 금융실명제 실시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