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재개발 재건축의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약칭 ‘도시정비법’)에서는 세입자의 주거안정과 개발이익의 환수의 목적으로 의무적인 임대주택 건설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당 임대주택을 지자체 등에서 얼마에 인수해야 할지 역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서 임대주택의 인수가액, 즉 조합 입장에서 임대주택을 매각할 수 있는 금액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가격이 결정된다는 의미와 같다.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재개발 재건축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과 무관하게 고정된 의무 임대주택의 매입 가격은 그 사업성을 더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오늘은 임대주택관련 규정과 현재 기준으로 매입가격과 건설 비용의 괴리에 대해 알아보자.
도시정비법 제10조, 동 법 시행령 제9조에서 "주택수급의 안정과 저소득 주민의 입주기회 확대"를 위해 재개발사업에서의 의무 임대주택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54조에서는 재건축사업에서 "초과용적률"의 법정 비율에 대해 재건축 임대주택 의무룰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 법 시행령 제68조에서 임대주택의 매도가격을 "법상 정해진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 중 건축비와 부속토지의 가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건축의 경우 같은 법 제55조에서 재건축의 경우 국민주택규모 주택의 공급가격을 "법상 정해진 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로 인수하고 토지는 기부채납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은 무척 딱딱하게 기술되어 있으니,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어보자. 이해를 위해 임대주택의 토지 인수가격은 제외하고 조합 입장에서 임대주택의 매도가격과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을 간단히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법이 규정하고 있는 가장 최근의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는 2023년 2월 1일 고시된 것이 가장 최근이다. 해당 건축비 기준은 층수와 면적에 따른 건축비 상한가격을 규정하고 있는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226,100원/m2, 흔히 말하는 평당 기준으로는 약 405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그나마도 주택 공급면적에 적용되는 수준이라, 지하 주차장 등 공사비는 더욱 낮게 적용된다.
임대주택으로 의무적으로 건설하는 전용 40m2 미만 임대주택(약 16평형)의 경우 위 건축비를 기초로 임대주택의 매도가격을 산정하면 1채당 약 8300만원이 계산된다.
하지만, 요즈음 재개발 재건축의 시공단가는 크게 상승되었고, 서울지역을 기준으로 논의되는 건축비 수준은 평당 기준으로 약 750만원을 가정해보자. 약 8300만원에 매도할 수 있는 전용 40m2 미만의 임대주택을 건설하는데 드는 건물만의 건설 비용은 약 1억7300만원이 된다.
즉, 토지비는 제외하고 전용 40m2미만의 임대주택 1채를 지을 때마다 약 9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만약 임대주택 100세대라면 순수하게 약 173억을 들여 만든 임대주택을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약 83억에 매도하여 약 90억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대주택을 지을수록 조합원들의 사업성이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재개발 재건축에서 임대주택을 규정한 취지 자체는 매우 공익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규정이라고 하겠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주된 주택 공급을 실현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적정한 임대주택의 확보는 국가의 의무로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공익을 인정하더라도, 과도한 손실의 발생이 최초 규정의 취지는 아닐 것이다. 추측하건대, 임대주택에서는 "원가 정도"를 보전해 주는 것이 아마도 규정의 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규정의 취지와 무관하게 시장의 건축비가 단기간에 크게 상승하면서, 현재 시점에는 비교적 고정된 임대주택 매입 가격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손실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됐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손실이 막대하다면 해당 제도는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실제 임대주택 인수가격 규정에서 그나마 토지의 경우 감정평가를 통해 어느 정도 현실화된 부분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재건축의 경우 토지의 기부채납 개념으로 이 역시 적용이 어렵다.
최근 위축된 주택시장으로 인해 매출은 비교적 고정된 상태로, 공사비의 상승, 금리의 상승 등으로 비용은 크게 상승하여 재개발 재건축의 사업성은 매우 낮아진 상태이다. 시장에 의해 위축된 사업성이 제도와 규정 측면에서도 유연한 대응이 어려운 지금은 임대주택 인수 가격 제도의 개선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할 것이다.
이재민 약력
현 중앙감정평가법인 이사
전 농협 감정평가전문가 과정 강사
전 건설산업연구원 자산운용전문인력 강사
현 중앙감정평가법인 본사 심사역
현 1기신도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