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취집

2025-07-05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취집이란 취직 대신 시집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재력과 능력을 갖춘 남자와 결혼해서 돈 걱정없이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쓰이는 말이다. 취집이라는 말은 전근대적 시대에는 없던 말이다. 그것은 남성은 바깥일을 맡고 여성은 집안일을 맡는 등 남성과 여성의 역할 분담이 철저히 구분됐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은 결혼하면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따라서 과거 여성의 장래희망은 ‘현모양처’였던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20세기 말에 접어들면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이 늘어났다. 문제는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해야 했다는 점이다. 취집이라는 표현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대변했다.

IMF 발생하면서

취집이라는 표현이 생겨난 것은 IMF 때부터이다. 그것은 IMF로 인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게 됐고, 직장을 구하지 못한 여성이 취업과 결혼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취업 대신 결혼을 선택하면서이다. 가뜩이나 결혼을 하게 되면 여성은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풍조 속에서 취업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성은 ‘취집’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당시 사회 풍조는 여성은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것이었고, 결혼한 남성들도 당연하다고 여겼다.

맞벌이 시대로 들어서면서

하지만 취집이라는 말은 이제 ‘사라진’ 표현이 됐다. 그것은 맞벌이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남성들도 여성이 결혼을 해도 직장을 다니는 맞벌이를 원하고 있다. 직장 내에서도 여성이 결혼을 하면 그만둬야 한다는 풍조도 사라졌다. 그러면서 맞벌이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직장인의 월급 상승이 물가상승률을 받쳐주지 못하고, 특히 아파트 가격의 상승은 무섭게 치솟기 때문에 결혼한 부부라도 맞벌이를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취집’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최근에는 부부 별산제라고 해서 부부 간의 재산도 별개로 취급하고 있다. 아울러 전업주부의 살림살이도 경제적 가치를 따지게 되면서 그에 따라 맞벌이를 하는 것이 전업주부의 살림살이의 경제적 가치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그에 따라 취집이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