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우주항공산업’…사천, 제2의 툴루즈로 만들어 따라잡을까

미국 대비 연수로는 18년 뒤쳐쳐, 우주개발 관련 예산도 무려 5~60배 차이  “발상 전환해야…발사체 중심 아닌 1등산업을 우주산업에 연결시켜야 한다” “사천을 프랑스 툴루즈, 美 휴스턴처럼 키우려면 결국 인프라‧생태계 마련해야”

2024-07-11     박영주 기자

“국가별 우주개발 예산을 보면 우리나라가 2020년 기준으로 7억불, 미국은 470억불이다.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말로만 할게 아니라 결국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발사체 부분에만 계속 투자하는데 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앞으로는 돈을 주고 외국 발사체를 통해 우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스타십을 타고 가서 우주에서 건설·토목공사를 한다고 생각해보면 우주산업의 미래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천을 우주항공산업의 메카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계적·종합적 계획이 필요하다. 프랑스 툴루즈, 미국 휴스턴처럼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인프라다”

/사진=박영주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우주항공산업발전포럼 창립총회 및 스페이스 복합도시 건설 방안 마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및 개발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을 필두로 우주항공청, 사천시, 한국항공우주(KAI) 등 우주항공산업계 관계자들이 일제히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포럼과 토론회에서는 ‘우주항공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실질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관계자들의 이야기들이 오갔다.  기존에 누리호 발사 성공 등에만 집중하던 방식에서 한발 벗어나 건설·식품·문화 등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들을 우주로까지 확장시키는 것에서부터 ‘우주산업’이 출발한다는 지적부터, 지금은 ‘사천’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사천의 사례를 발판삼아 대한민국 전체가 곳곳에서 우주산업을 꽃 피워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우주산업’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단순히 하나의 도시, 또는 하나의 부처에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전 지자체와 부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야만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안겨줄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서천호

‘우주항공복합도시법’ 발의한 서천호 의원, 법안통과 의지 다져
서천호 의원 필두로 국민의힘 의원들 다수 참석…피켓 퍼포먼스도
주호영 국회부의장 외 윤재옥·윤한홍·성일종 의원 등 적극 응원해

이날 행사는 곽신웅 국방우주학회장의 ‘창립실천선언문’ 낭독에 이어 우주항공 복합도시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 퍼포먼스, 주제발표와 토론회 순으로 진행됐다. 서천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우주항공산업은 먼 미래의 산업이 아니다. 이미 세계각국이 우주항공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이 204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면 연간 144조원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며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은 국가적 과제로 선정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장은 환영사에서 “국내 항공우주산업은 뉴 에어로스페이스(New Aerospace) 변화에서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정부·청·기업·학계가 원팀이 돼어 노력한다면 늦은 출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당부했다.  박동식 사천시장 역시도 “스페이스 복합도시 건설 현실화 방안 마련 정책 토론을 통해 단순한 도시개발을 넘어 R&D허브, 기업 혁신클러스터, 교육·훈련센터가 포함된 직접화 되고 자생력을 겸비한 우주항공 복합도시 건설에 대한 다양하고 통찰력 있는 의견이 모아지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우주산업 분야에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윤재옥·윤한홍·이만희·김장겸·성일종 의원 등이 축사를 했으며,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윤재옥 의원은 “사천이 우주항공 특별도시로 탄생하고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행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으며,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의원은 “경남에서 조선·원자력 등 주요 사업을 진행해서 대한민국을 살린 것처럼 경남 사천에서 우주항공분야를 맡으면 최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부의장은 “사천은 우리나라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다. 잘 발전시켜서 우주항공산업이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 적극 응원하겠다”는 말을 전했고, 성일종 의원 역시도 “우주항공에 대한 지원이 많이 늦어졌다. 잃어버린 시간 만큼 지원을 가속화해서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나가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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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토론회서 쓴 소리와 대안제시…“단순 의지 넘어선 투자가 필요해”
사천-수도권 접근성 확보, 인프라‧교육 강화해 다수 인재‧기업들 유치해야 

“발상 전환해야…발사체 중심 아닌 1등산업을 우주산업에 연결시켜야 한다”
“사천을 프랑스 툴루즈, 美 휴스턴처럼 키우려면 결국 인프라‧생태계 마련”
인력 확보하려면 강소기업 필요…“구인자 보다 중소기업 재직자 지원해야”

2부에서는 ‘스페이스 복합도시 건설 방안 마련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에서는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하는 정부‧국회 뿐만 아니라 우주산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귀를 기울이게 할 만한 내용들이 담겼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권진회 경상국립대학교 총장과 김종성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각각 우주항공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과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을 위한 종합전략을 소개했다.  먼저 권진회 경상국립대학교 총장은 스페이스X가 한번 쏘아올린 로켓을 재착륙시켜 다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성공시킨 이후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줄면서 오는 2040년에는 발사비용이 kg당 100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작 1.5톤 용량을 수송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미국 등에서는 150톤까지 쏘아올릴 수 있어서 기술격차가 큰데다가, 국가별 우주개발 예산 마저도 우리나라가 2020년 기준 7억불, 미국은 470억불로 차이가 난다는 현실도 꼬집었다.  권 총장은 “우주산업은 크게 다운스트림, 업스트림으로 나뉘는데 사실 우주산업은 다운스트림 사업이 크다. 위성이나 우주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라며 “항공우주산업이 잘 되려면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화와 KAI, 그 외의 기업들로 구성돼 있는데 대기업 아니면 소기업만 있는 구조로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고 당면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정책을 짤 때 아직 취업을 하지 않은 구인자 중심의 지원보다는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를 보전하면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에 사람들이 가지 않겠느냐”라며 “중소기업‧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서 지역 거점대학들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종성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담겨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계적‧종합적 성장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우주항공복합도시의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 툴루즈인데, 툴루즈를 국가경쟁거점으로 지정하고 관련 시설과 기업들을 유치하기 시작한게 64년도의 일이다. 50여년에 걸쳐서 지금의 툴루즈가 됐다”며 우리나라 역시도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으로 멀리 보고 산업‧R&D‧교육‧인재육성‧주거문화 등이 어우러진 공간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 당장 사천에 오페라하우스나 대형쇼핑몰을 짓는다고 해서 인프라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에는 수도권을 활용해 ‘제2의 수도권’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 충남지역이 인구와 GDP면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천안‧아산 지역이 있다. KTX‧GTX 등의 노선으로 수도권에 빠른 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천안아산에 거주하면서도 수도권의 생활시설을 얼마든지 누리고 있다. 사천도 그런 형태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신도시 조성에 대한 노력에 더해 2차 서비스라 할 수 있는 교육인프라 문제 등도 함께 해결해가면서 단계적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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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에서는 ▲김민석 항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부회장 ▲곽신웅 국민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유창경 인하대학교 항공우주학과 교수 ▲윤준상 국토교통부 성장거점정책과장 ▲정혜경 우주항공청 산업정책과장 ▲류명현 경상남도 산업국장 ▲김지홍 한국항공우주산업 전무 ▲윤승옥 케이피항공산업 대표이사 등이 각각 우주산업 발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냈다.   먼저 김민석 항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은 “원래 국민들께서 우주산업에 굉장히 관심 많이 보이시다가 최근에는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 사실 이제는 우주산업에 대해 방향을 바꿔야 한다. 우주경제는 우주해서 발생하는 모든 것이 경제가 되는 것이다. 발사체 수준이 연수로만 따지면 미국보다 18년 뒤쳐져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발사체만을 가지고 가능할지 의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우주산업으로 연동시키면 된다. 시공 능력은 대한민국이 1등 아니냐. 우리 기업들이 스페이스X의 스타십을 타고가서 화성에서 시공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우주산업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고 말했다.  곽신웅 국민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사천을 우주항공복합도시로 키워가려면 우선 교통편이 잘 깔려야 한다. 김포-사천공항 사이 항공편도 늘어야겠지만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KTX가 필요하다. 사실 진주에서 사천으로 넘어갈 때 병목이 많은데 그런 부분들을 국토교통부에서 좀 해결해주고 지자체에서도 초기에 혜택을 많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우주산업을 육성하려면 인력 확보도 중요하다. 사실 대전 클러스터에는 우주산업 육성내용이 없더라. 통상적인 대학원 교육으로는 대전의 카이스트와 차별성이 없지 않겠냐. 사실 사천 인근 거점대학인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일 잘하시는 분들이 교수로서 도제식 실무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에 나서실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시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유창경 인하대학교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제4차 우주개발계획에 우주경제 개념이 들어가 있지만 내용을 보면 발사체나 위성탐사 쪽이 키워드더라. 공교롭게도 우주분야 매출은 서비스 부문에서 나오고 발사체와 위성탐사 쪽은 20% 미만”이라며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포커싱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의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쪽에만 목숨을 거는 형태라고 꼬집었다. 유 교수는 “민간으로부터의 외부투자가 이뤄지려면 우주항공산업이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R&D만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서비스 중심으로 확실하게 돈벌이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민간투자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걸 또 10년이나 20년 뒤에 하면 늦다. 최대한 빨리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준상 국토교통부 성장거점정책과장은 발의돈 입법안에 대한 처리상황을 설명하고 관계부처들이 내놓은 의견 일부를 소개했다. 그는 “우주항공복합도시법은 첨단산업분야를 융복합해 단순한 도시개발이 아니라 첨단산업과 도시공간을 창출하는 거창한 내용으로,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관계부처들로부터 의견을 수렴 중”이라 말했다. 윤 과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에서는 특별회계 주체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우주항공청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겠나라는 의견과 함께 예타면제나 조세감면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특별법 내에서 논의하기 보다는 일관된 법 체제 하에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법 내에서 제시한 위원회와 관련해서 기존의 위원회를 활용하거나 정부조직법 체제에서 검토하는 것이 실효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고, 전라남도 등에서는 사천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을 폭넓게 광범위하게 검토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이러한 의견을 소개하면서 윤 과장은 “향후 입법과정에서 우주항공청 등 관계부처 및 지자체 참여 하에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린다. 국토부도 적극 협조해서 심도있는 논의 하에 입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혜경 우주항공청 산업정책과장은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마련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소개한데 이어 기획재정부 등을 사대로 우주펀드 2배 확대를 설득하고 삼각클러스터 총 사업비를 도출하는 과정을 넘어 하반기 예산 집행에 집중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김지홍 KAI 미래융합기술원장은 “우주항공분야의 생태계 강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와 혜택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세제혜택을 비롯한 기업에 대한 지원책, 이주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정주여건에 대한 획기적 개선, 비즈니스 환경 및 인프라 확충 등을 재언급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경남 사천이 프랑스의 툴루즈나 미국의 휴스턴 같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우주항공 복합도시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승욱 케이피항공산업 대표이사 역시도 앞부분에 다른 패널들이 이야기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며 우주항공산업 특성에 부합하는 ‘우주항공기금(펀드)’ 제도를 마련하고 재무주고 전건화, R&D 지원 등을 통해 우주산업 생태계 내에서 강소기업을 육성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