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첫월급 그리고 빨간 내복
2024-07-30 어기선 기자
난방이 부실하던 시절
1960년대는 난방이 부실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방안에서도 옷을 몇겹 껴입어야 겨울을 날 수 있었다. 문제는 옷을 몇 겹 껴입으면 몸이 뚱뚱해지고,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나일론 소재 내복이 출현은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벼운 소재이고, 얇은 소재였기 때문이고, 또한 따뜻했다. 빨간 내복인 이유는 당시 나일론 염색 기술이 발달하지 못하면서 가장 염색이 잘된 색깔이 빨간색 염료였다. 여기에 어촌에서는 고기잡이배가 만선이면 빨간색 깃발을 꽂는 전통이 있으면서 개업한 가게에서 빨간 속곳을 사면 행운이 따른다는 속설이 퍼져나갔다. 게다가 당시 내복은 직장인 월급의 1/10 가격이었다. 즉, 만만치 않은 가격이기 때문에 첫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것이 불문율이 된 것이다. 아울러 빨간 색은 잡귀를 쫓고 액운을 막으며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이기도 했다.보일러의 보급
1980년대 아파트와 함께 보일러가 보급되면서 점차 집안에서 내복을 입는 것에 대해 꺼리기 시작했다. 아파트의 보급은 ‘웃풍’이 사라지게 됐다. 단독주택이나 전통가옥의 경우 외부로부터 찬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와서 상당히 추웠는데 아파트의 보급은 ‘웃풍’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또한 아파트와 더불어 보일러가 보급되면서 난방 문제가 해결됐고, 그것은 내복을 입지 않고도 방안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점차 내복을 외면하게 됐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빨간 내복을 입는 것을 개그 소재로 사용하면서 빨간 내복을 입는 것은 촌스러움의 표상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빨간 내복이 점차 외면을 받게 됐다. 빨간 내복은 점차 사라졌지만 최근 들어 발열내의 등의 등장으로 다시 내복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기존 내복보다는 좀 더 얇으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내복을 입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됐다. 과거 내복이 워낙 두꺼웠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내복은 나이 드신 분들이 입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내복이 얇으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