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네이트판·블라인드, 국내 커뮤니티의 발자취

2024-07-30     김희연 기자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최근 쯔양 협박 의혹을 받다 은퇴를 선언한 유튜버 카라큘라가 과거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방배동싸이카’로 활동한 정황이 발견됐다.  방배동싸이카가 남긴 글과 사진에는 성매매와 불법 촬영 정황이 담겼다. 이처럼 커뮤니티 발 글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각ㄹ종 SNS 및 언론을 타고 세간의 이슈가 되기도 한다.  보통 인터넷에서 게시물, 댓글, 쪽지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가능할 때 '커뮤니티'라고 칭하는데, 인터넷 커뮤니티는 주로 사회적 쟁점이나 공통된 관심사를 기반으로 움직이며, 유행어 등과 같은 수많은 용어도 이곳에서 탄생한다.


#디시인사이드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한 국내의 대표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디씨)는 사실 설립될 당시에는 평범한 디지털 카메라 동호인 사이트였다. 

DC인사이드에서 앞머리의 DC가 바로 디지털 카메라(Digital Camera)의 두문자어로, 디카에 대한 정보나 사용기가 메인이었던 사이트였고, 갤러리는 부가적인 요소였다. 주제에 맞는 사진을 올리는 공간이었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는 어느덧 각각의 주제에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됐다. 
사진=디시인사이드
국내 야구 갤러리 등 스포츠 관련 갤러리, 게임 관련 갤러리 등은 남자 사용자들이 대부분이다. 최대 커뮤니티인 만큼 갤러리의 게시글이 여타 커뮤니티로 퍼져나가기도 하는데, 해외축구갤러리는 FM코리아(펨코)로, 만화갤러리는 루리웹으로, 게임은 중세게임 갤러리 등에서 인벤으로, 수능갤러리는 오르비로 공유되는 등 커뮤니티끼리 쌍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2010년대엔 디씨에서 파생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비도덕적인 행위를 일삼아 사회의 맹비난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일베저장소에서 어묵 사진을 통해 세월호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는 게시글들이 계속 올라왔다. 해당 회원이 검찰에 고소당했지만, 끝까지 사과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네티즌들은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2010년대 후반부터 일베 사이트가 주춤해지자, 이곳에서 활동하던 유저들이 다시 디시인사이드에 대거 유입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익명성을 활용한 선동 및 여론 조장이다. 올해 디시인사이드에 여자고등학교와 서울역 등에서 칼부림 및 테러를 예고하는 게시물을 작성하며 국민의 공포감과 커뮤니티를 향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네이트판
네이트판은 2001년에 개설된 네이트 내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여초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사진=네이트판
'톡톡' 카테고리가 대표적이며, 톡톡 베스트에 올라온 글 중에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지게 된 글들도 많다. 일례로 걸그룹 르세라핌의 전 멤버 김가람의 학교폭력 폭로 글이 네이트판을 시작으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결국 데뷔와 동시에 탈퇴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익명이라는 점을 이용한 미끼 글이 베스트에 올라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톡톡 카테고리의 결혼/시집/친정 게시판은 타 게시판보다 이용자 수가 월등히 많고 자작 글이 난무해 각종 비난 여론이 들끓는 곳이다.  일례로 네이트판에 게시된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이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조작된 거짓으로 드러났다. 두 아들의 엄마와 무속인이 아이들을 이용해 꾸며낸 사기극이자 아동 학대로 밝혀져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데,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음모론을 거론하면서 세 모자를 지지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부적절한 태도가 드러났다. 엔터톡에서는 아이돌과 같은 연예인을 비난하는 글이 자주 게시된다. 또한 젠더갈등이 커지면서 노골적으로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는 문제가 나타나 여타 커뮤니티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블라인드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을 위한 대표적인 커뮤니티 앱 서비스로 직장생활 궁금증, 급여 문의, 잡담, 친목 활동 등의 게시물이 활발하게 올라온다. 

사진=블라인드
대표가 한국인이라 한국 기업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처음부터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됐다. 운영사인 팀블라인드는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뒀다. 문성욱 대표는 네이버 출신으로, 네이버 재직 당시 사내에 있던 익명게시판 기능을 '사내에 이런 시스템이 없는 일반 직장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네이버에서 퇴사해 창립했다고 한다. 다른 커뮤니티와 달리 기본적으로 직장을 검증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무직은 당연히 가입할 수 없으며, 자영업자인 경우 전문직만 가능하다. 공무원일 경우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공무원이라고 표기된다. 익명 서비스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가장 민감하다. 혹시 모르는 외부 색출 요청을 우려해 본사도 해외로 이전한 만큼 서버를 해외에 두었고, 사용자 관련 정보를 모두 암호화해 관리자도 알 수 없도록 했다. 시스템상에 사용자의 정보를 전혀 안 남기는 방법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이런 특성상 관리자도 사용자의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회사에서 퇴사해도 블라인드 계정은 여전히 유지할 수 있다. 회사에 대해 어떤 의견이 올라오면 그게 진짜로 내부자가 올린 건지 퇴사자가 쓴 건지는 알 수 없다. 분란을 일으키는 퇴사자 색출을 위해 퇴사자 의심 신고도 받고 있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직업과 회사별로 마치 계급이 존재하는 것처럼 본인들만의 피라미드를 형성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사 > 그외 전문직 > 공기업 > 대기업 > 공무원, 중견기업 > 새 회사” 순서로 나뉜다. 유명회사나 직업을 도용해 악용하는 케이스도 있다. 지난해 8월 21일, 경찰 인증 계정으로 강남역 1번출구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살인 예고글이 올라와 파장이 일었는데, 잡고보니 경찰이 아닌 일반 30대 회사원이었다.  글쓴이는 계정을 산 것으로 추정되며, 여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믿거블' '제2의 네이트판' 등 블라인드 회사명을 믿어야 하는가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실제로 이 사람은 블라인드에 경찰청 조직 명의를 걸고 조건만남을 암시하는 글을 쓰거나, 누드사진 촬영 등을 유도하는 오픈카톡 채팅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익명에 몸을 숨긴 각종 뒷담화 문제도 있다. 직장인이 현실에 가해질 불이익을 피하고자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지만, 직장문화의 피해자라고 호소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뒷담화를 위해서라면 현실 여론이 왜곡되어도 상관없다는 무책임한 회원들이 많아 일부 기업들은 그대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커뮤니티에서 기업으로 
시작은 커뮤니티였지만 하나의 플랫폼 기업으로 우뚝 성장한 경우도 있다. ‘무신사’, ‘오늘의 집’, , ‘아프니까 사장이다’, ‘행크에듀’ 등이다.

사진=무신사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온라인 편집숍이자, 대한민국의 10번째 유니콘 기업이 된 무신사는 2003년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패션 인터넷 커뮤니티로 시작했고, 웹 매거진으로 사업을 확대해 2009년부터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오늘의집
이외에도 행복재테크라는 카페가 성장해서 재테크 기초 강의를 제공하는 행크에듀라는 기업이 됐으며, 2014년 인테리어 커뮤니티로 시작한 오늘의집은 2016년에 커머스 스토어를 오픈한 후,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까지 확장하며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가 결합된 올인원 플랫폼으로 입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