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크리스마스의 기적

2025-08-09     김진혁
[파이낸셜리뷰] 1944년 12월 벌지 전투(Battle of Bulge) 중 벨기에 국경 지역 숲속 작은 오두막집에서 있었던 실화다. 열두 살 프리츠 빈켄은 어머니와 함께 한적한 오두막집에서 살고 있었다. 포격 소리가 이어지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때였다. 철모를 쓴 병사 둘과 부상당한 병사가 문을 두드렸다. 어머니는 그들이 적군인 미군들임을 알아챘다. 무장한 그들은 강제적으로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으나, 그냥 문 앞에 서서 잠시 쉬어가게 해 달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어머니께서 “들어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들은 부상자를 들어서 침대 위에 눕혔다. 어머니는 크리스마스 이브 때 쓰려고 아껴 두었던 수탉 한 마리와 감자를 가져와서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가 흐른 뒤,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네 명의 독일군이 서 있었다. 순간, 소년의 몸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적군을 숨겨주는 것은 최고의 반역죄로 즉결 총살감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프뢸리헤 바이낙텐(축 성탄)!” 병사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쉬어가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물론이지요, 따뜻한 음식도 있으니 어서 들어오셔요.” 병사들은 기뻐서 들어오는데 어머니가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을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 집에 이미 다른 손님들이 와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당신들의 친구는 아닐지 모릅니다.” 그 찰나 독일군들은 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고 숨어서 문밖을 살피던 미군들도 마찬가지였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순간, 어머니가 침착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우리 집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내 아들과 같습니다. 저 안에 부상해 낙오한 미군들도 마찬가지예요” “모두가 배고프고 지친 몸입니다. 오늘 밤만은 죽이는 일을 서로 잊어버립시다.” 무거운 침묵이 끝나고 어머니의 명랑한 목소리로 “뭣들 해요? 우리 빨리 맛있는 저녁을 듭시다. 총은 모두 이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아요.” 그러자 젊은 독일군과 미군들은 고분고분 총을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독일군 하나가 다친 미군의 상처를 돌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물었다. “위생병이군요?” “아닙니다. 하지만 몇 달 전까지 하이텔베르그에서 의학을 공부했습니다.” 서로 간의 적개심이 서서히 가시면서 군인들은 즐겁게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는 병사들을 식탁에 모아놓고 기도를 드렸다. “주님, 오셔서 저희들의 손님이 되어주십시오.” 자정 직전 어머니는 문밖으로 나가 함께 베들레헴의 별을 보자고 말씀하셨고, 모두 어머니의 곁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전쟁을 잊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독일군과 미군들은 오두막집 앞에서 악수하고, 서로 헤어져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merry Christmas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사막에서 만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어떻게 해야 친구를 가질 수 있느냐의 질문에 ‘순수와 인생의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아. 만약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할 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난 점점 더 행복해져서.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걸.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