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내년이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시작된다. 정치권에서는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를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가 오피스타운에는 한끼 식대가 1만원을 넘는 곳이 즐비하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1만원으로 한끼를 해결할 수 대표적인 식품이 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햄버거’가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햄버거마저도 물가상승을 이유로 대부분의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고 있다. 서민 입장에서는 ‘햄버거 너마저?’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에 본지는 햄버거 가격인상 적정성과 함께 대표적인 햄버거 브랜드 기업들의 경영 및 재무현황을 분석했다.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얘더라 형 저녁으로 KFC 먹는다. 형 후배가 여기 사장인데 이 친구 온 뒤로 많이 바뀌었어. 니들도 한번 먹어봐” 올해초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자신의 SNS에 올린 KFC 관련 게시물이 큰 화제를 모았다.
KFC는 원래 KG그룹이 갖고 있었지만, 지난해인 2023년 4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이하 오케스트라PE)에 매각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정 회장이 언급한 사장은 2023년 5월부터 KFC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신호상 대표다. 그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24, 버거킹코리아 등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사모펀드의 품에 안긴 KFC를 전면 개편하는데 있어 신호상 대표가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주인이 사모펀드로 바뀐지 아직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KFC 내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기업의 재무제표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원래 KFC의 주인은 두산그룹이었지만,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탈에 ‘1000억원’에 매각된 이후 실적악화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2017년 ‘500억’에 KG그룹에 매각됐다. 이후 KG그룹은 일부 차익을 보고 ‘550억’의 가격에 지난해 KFC를 오케스트라PE에 매각했다.
한때 시장에서는 KFC 매각가를 1000억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외식시장 위축과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투자시장이 냉각화 되고 버거킹 역시도 매각에 실패하는 등의 여파가 계속되자 KG그룹이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KG그룹의 품에 있던 KFC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018년 1843억원 ▲2019년 2098억원(2097억9800만원) ▲2020년 1974억원 ▲2021년 2099억원 ▲2022년 2260억원 ▲2023년 2482억원 등으로 꾸준히 우상향 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인수 이후, 2018년 -15억원으로 적자였다가 ▲2019년 39억원 ▲2020년 7억원 ▲2021년 46억원 ▲2022년 61억원 ▲2023년 28억원 등으로 일부 회복된 모습을 보여줬다. 당기순이익은 ▲2018년 -57억원 ▲2019년 -10억원(9억8300만원) ▲2020년 -28억원 ▲2021년 6억원 ▲2022년 34억원 ▲2023년 -90억원(89억9000만원) 등이었다.
KFC의 경우 원가율이 ▲2018년 25.4% ▲2019년 25.1% ▲2020년 24.6% ▲2021년 24.8% ▲2022년 25.2% ▲2023년 27.7%로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KFC 글로벌 본사 방침에 따라 직영점 비율이 높고 점포수가 적은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기자본 대비 부채총액을 보여주는 KFC의 ‘부채비율’이다. KFC는 계속해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연도별 부채비율 추이를 보면, 인수 직후인 2018년 1758.3%였던 부채비율은 2019년 무려 6308.5%까지 치솟았다. 2019년부터 변경된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리스기준 개정에 따라 비용으로 처리하던 장기임차료가 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로 계상되면서 향후 내야할 매장임차료가 회계기준 상 모두 빚이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후 2020년에는 자본총계 -5억원으로 KFC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계속된 적자로 인해 자본이 깎여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까지 6308.5%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22년 3271.4% ▲2023년 4532.6%로 대폭 줄어 들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부채비율 200% 이상이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고 보는 만큼, 4000%가 넘는 부채비율은 사실상 기업의 존속이 위태로운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적지 않다.
KFC를 품에 안은 사모펀드 오케스트라PE가 성공적 엑시트를 꾀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할 작업은 재무적 건전성 확보다.
이를 위해 100% 직영점 형태로 운영되던 KFC는 신호상 대표를 필두로 처음으로 ‘가맹점’ 모집에 나서며 올해 4월 서울 송파구에 첫 가맹점인 ‘문정역점’을 오픈했다.
KFC가 가맹점 모집에 나선 배경에는 수익 극대화가 자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직영점 비율이 높으면 임대료나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절감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가맹점을 많이 운용하는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해 100%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KFC의 연도별 판매관리비 비중은 ▲2018년 75.5% ▲2019년 73.0% ▲2020년 75.0% ▲2021년 73.0% ▲2022년 72.1% ▲2023년 71.1% 등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가맹점 비율이 99%에 달하는 맘스터치와 비교해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참고기사: [재무리뷰:버거편③] 맘스터치, 사모펀드가 일군 성장…자진상폐 후 이익실현?
앞서 언급했듯 100%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KFC의 매장수는 2023년 기준 194개에 불과하다. ▲맘스터치(1394개) ▲롯데리아(1299개) ▲버거킹 472개 ▲맥도날드 399개와 비교해보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KFC가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매장수를 늘리고, 판관비를 줄여서 수익 극대화를 꾀해야만 한다. 가맹점 모집도 이를 위한 작업인 셈이다. KFC는 올해 하반기까지 20개 이상의 가맹점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하반기가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일단 신호상號 KFC의 상반기 실적은 양호한 수준이다.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 마케팅 활동, 전략적인 매장 운영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KFC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오케스트라PE 인수 이후 상반기(1월~6월)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9.8% 증가한 1408억원, 영업이익은 67억원으로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동기간 점포당 매출도 약 15% 신장했다. 4월 문정역점을 시작으로 가맹점포 수도 8개로 늘어났다.
신호상 KFC코리아 대표이사는 “하반기에는 호실적을 견인한 고객 중심 활동 강화와 함께 사업전략을 더욱 고도화하고 KFC를 만나볼 수 없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가맹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직영점 100%를 고수해온 KFC에서 재무적 위기상황이 계속돼오던 와중에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는 KFC에서 유의미한 실적개선이 포착되고 있는 점은 결국 본사의 직영점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KFC의 하반기 실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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