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8월 27일 역사상 가장 짧은 38분 전쟁 발발

2025-08-27     어기선 기자
잔지바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896년 8월 27일은 역사상 가장 짧은 38분 전쟁이 발발한 날이다. 영국과 잔지바르 술탄국 사이에 발생한 전쟁이다. 심지어 선전포고, 군대 투입, 교전, 사상자 발생, 항복 등의 모든 절차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사상 가장 짧은 전쟁이다.

노예무역으로 짭짤한

잔지바르는 아프리카에 속한 나라로 1503년 포르투칼 영토였다가 오만 술탄령이 됐고, 잔지바르 술탄국으로 독립했다. 잔지바르는 짭짤한 노예무역 중개로 많은 이익을 얻고 있었다. 잔지바르는 페르시아어로 ‘흑인 해안’이라는 뜻이다. 독일이 노예무역 폐지에 강경하면서 잔지바르는 반독 친영 정책을 취했다. 그러다가 1890년 잔지바르는 영국의 보호령이 됐다. 문제는 영국이 노예무역 폐지 정책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에 1893년 왕위를 이어받은 하미드 빈 투와이니 술탄은 영국에 대한 반감이 컸다. 그런데 1896년 하미드 술탄이 급사하면서 칼리드 빈 반르가시가 왕위를 이어받았는데 역시 노예무역으로 짭짤한 이득을 얻고 있었고, 영국은 계속해서 노예무역 폐지를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영국은 아예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고, 칼리드 술탄은 즉시 전군을 동원했다. 당시 잔지바르 군대는 육군 2800여명과 군함 1척이었다. 하지만 영국을 물리칠 것이라고 자진만만하게 생각했다.

병력 해산 요구에 거부

영국군은 칼리드 술탄에게 즉시 병력을 물리고 왕위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지만 칼리드 술탄은 거부했다. 이에 25일 오후 3시 칼리드 술탄은 전쟁을 선포했고, 26일 영국은 칼리드 술탄에게 27일 오전 9시까지 군대 무장을 해제하고 궁궐을 떠날 것을 최후통첩했다. 오전 9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영국 해군은 잔지바르 왕궁에 포격 명령을 내렸고, 영국 군함 5척은 9시 2분 포격을 개시했다. 잔지바르 전함은 영국군 포격으로 침몰했고, 술탄의 궁궐은 포격으로 무너지고, 잔지바르군 500여명이 전사했다. 그러자 술탄은 독일 대사관으로 피신했고, 38분의 포격은 9시 40분 항복으로 끝났다. 영국은 독일에게 술탄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독일이 이를 거부하면서 술탄은 독일령 동아프리카로 도망갔고, 1916년까지 살다가 영국군이 독일 식민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체포됐고, 말년에는 몸바사에서 살다가 11년 후인 1927년에 죽었다. 이후 잔지바르는 67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데 이 전쟁의 임팩트가 강렬해서인지 영국에 대항하는 반란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