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국감] 조세회피·소비자 피해·안전사고 등

2025-09-23     김희연 기자
/사진=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세회피를 위한 타인 명의 재산 숨기기 건수가 증가하고, 글로벌 OTA 이용에 따른 소비자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등 각종 문제들이 지적됐다.

#타인 명의로 재산 숨겨 조세회피 건수 증가
지난해 타인의 명의로 재산을 숨겨 조세를 회피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진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세청이 관리하는 누적 차명재산 건수는 3911건으로 전년(3827건) 대비 2.2% 증가했다. 지난해 차명재산을 유형별로 보면 예·적금이 2624건으로 전년(2571건) 대비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은 524건에서 587건으로 12.0% 늘었다. 주식·출자지분은 732건에서 700건으로 4.4% 감소했다. 차명재산이란 계좌, 주식, 부동산 등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로 취득하는 것을 말한다. 과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국세청은 2009년부터 '차명재산 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해 차명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적발건수·세액이 아닌, 국세청이 사후관리를 위해 관리하는 각 연도 말 시점의 차명재산 잔액 현황이다. 다만 건수 증가에도 전체 차명재산 금액은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세청이 관리하는 누적 차명재산 금액은 5857억 원을 기록해 전년(6610억 원) 대비 11.4% 감소했다. 주식·출자지분은 지난해 4215억 원으로 전년(4668억 원) 대비 9.7% 줄었다. 김영진 의원은 "차명재산은 세금 탈루와 범죄수익 은닉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국세청이 관리하는 차명재산 건수가 늘어난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분석하며 "차명재산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끝까지 추적해 실명으로 전환하고,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철저한 과세를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전체 차명계좌 신고건수는 1만 2961건을 기록해 전년(1만 3988건) 대비 7.3% 감소했다. 추징세액은 같은 기간 3485억 원에서 2636억 원으로 24.4% 줄었다.


#글로벌 OTA로 인한 피해사례 급증
코로나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해외를 여행할 때 주로 이용하는 글로벌 OTA(온라인여행예약플랫폼)로 인한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무위원회 김현정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해외 OTA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3411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더믹 기간에 피해사례가 감소하다, 엔데믹 이후 급격히 늘어나 2021년 241건이던 것이 2022년 498건, 2023년 820건, 올해는 8월 말까지 846건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피해구제 신청 건 가운데 트립닷컴 1332건, 아고다 1109건으로 전체 사례의 약 71.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366건), 부킹닷컴(265건), 호텔스닷컴(236건), 익스피디아(96건), 호텔스컴바인(7건) 순으로 피해구제 신청이 있었다. 올해 들어서는 8월 말까지 아고다가 466건으로 피해구제 건의 55%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트립닷컴이 247건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사례 유형별로 보면 10건 중 6건 정도인 58.7%가 소비자가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때 과도한 계약 해지 위약금이 부과되는 문제(2005건)로 인한 피해였으며, 청약 철회 492건(14.5%), 계약불이행 466건 (13.6%)'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정 의원은 “글로벌 OTA가 코로나 엔데믹 이후 국내에서의 급격한 매출 신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이름값을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면서 “글로벌 OTA의 시혜적 서비스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발생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도록 현장을 점검하고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LH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손실 1600억 원에 달해
LH 공공임대주택 공가율이 최근 5년간 3배 증가해 임대료 손실이 약 1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공가율 감소를 위한 면밀한 수요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위원회 손명수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LH 건설임대주택 공가로 인한 임대료 손실액은 총 1564억 원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231억 원 ▲2021년 270억 원 ▲2022년 257억 원 ▲2023년 338억 원 ▲2024년 468억 원(추정)으로, 임대료 손실액이 지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작년 대비 손실액이 13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손실액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액수다.  건설임대 사업장 중 공가율이 30% 이상인 곳은 31곳으로 확인됐다. 이 사업장들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손실액만 106억 5900만 원이다. 가장 많은 손실이 발생한 곳은 2023년 준공된 경기 화성시 동탄의 한 주택 단지로, 전체 1350세대 중 528세대가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억 이상 임대료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절반 이상이 공실인 사업장도 11곳이나 있다. 2022년 입주 지정이 시작된 충남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주택단지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가율이 85.5%에 달했고, 전북 군산시 신역세권에 조성된 단지 역시 277세대 중 197세대가 비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료 손실액 급증은 공가율의 지속 증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LH가 제출한 연도별 공가율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체 건설임대주택 중 ▲2019년 1.6% ▲2020년 2.3% ▲2021년 3.1% ▲2022년 2.9% ▲2023년 3.5% ▲2024년 8월 말 5.1%에 해당하는 세대가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LH 관계자는 공가 발생 사유에 대해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비수도권이나 정주여건이 미성숙한 지역에 대규모로 공급을 확대하면서 공가가 발생했다"며 "행복주택은 입주 계층의 제한 및 소형평형, 국민임대는 생활인프라 미성숙 및 수요부족, 영구임대는 단지 노후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손명수 의원은 "공공임대주택은 주거복지의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그저 짓는 게 능사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주택을 공급하는가가 중요하다"며 "공가가 7~80%에 달하는 단지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위치, 크기 혹은 입주자격요건 등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T, 통신 3사 가운데 피해 회선 규모 가장 커
최근 5년간 통신 3사가 일으킨 통신 장애 사고의 피해 회선이 3천만 회선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건은 2021년 KT의 전국 인터넷 서비스 중단 건이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통신 장애 현황’에 따르면 가장 피해 규모가 컸던 건은 2021년 10월 25일 일어난 KT의 전국 인터넷망 장애로 약 3천만 회선이 해당됐다. 해당 사고는 2021년 오전 11시 20분께부터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1시간 넘게 장애가 일어나면서 카드 결제기를 쓰는 소상공인과 업무용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기업과 학교 등이 피해를 봤다. 그다음으로 컸던 규모 역시 KT에서 일어난 장애였다. 지난달 10일 유선전화 장비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지연되면서 서울, 충청 등 전국 일부 지역 유선 전화 서비스가 불통이 되면서 약 12만 3천 회선이 피해를 봤다. 이 장애의 지속 시간은 10시간 5분이었다. 최근 5년간 통신 장애 가운데 지속 시간이 가장 길었던 경우는 지난해 9월 5일 동북선 전철 터널 공사 중 SK브로드밴드 광케이블이 잘리면서 일어난 서울시 성동구 일부 지역 인터넷 중단으로 1천 553회선에서 13시간 19분간 장애가 이어졌다. 최근 5년간 이러한 통신 사고들은 14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별 장애 건수는 KT 5건, SK브로드밴드 5건이었고, LGU+는 4건이었다. 지난 5일에도 보안업체의 방화벽 교체 중 공유기 문제로 인터넷 접속장애가 발생해 약 6.2만대 이상의 공유기에서 인터넷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여러 사람이 함께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공유기의 특성상 실제 피해 인원은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 의원은 “통신사고는 음식점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 하루 매출 전부를 날릴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통신사들이 보상·배상에 미온적인 경향”이라며 “기업들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5일 있었던 유선 인터넷 장애 사고에 대해 “KT와 SK브로드밴드가 소상공인 요금 한 달 치를 감면하겠다고 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실제 피해액 수준의 보상·배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산업재산권 무효심판 인용률 높아
우리나라 산업재산권 무효심판 인용률이 미국(25.6%), 일본(13.9%) 등에 비해 약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지혜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로 구분되는 산업재산권에 대한 무효심판은 심결된 4,764건 중 2,362건이 인용되어 49.6%의 높은 인용률을 보였다. 연도별로는 ▲2019년 51.1%(1,288건 중 658건 인용) ▲2020년 46.7%(1,042건 중 487건) ▲2021년 48.2%(912건 중 440건) ▲2022년 53.6%(763건 중 409건) ▲2023년 48.5%(759건 중 368건)로 집계됐다. 인용률이 5년 연속 50%에 육박하고 있어 부실 심사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 5년 평균보다 높은 50.3%의 인용률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심결된 489건 중 246건이 인용됐으며, ▲디자인 57.8% ▲특허 50.0% ▲상표 44.6% ▲실용신안 25.0% 순으로 높은 인용률을 보였다. 해외 주요국의 특허 무효심판 인용률을 보면, 미국은 무효심판 제도가 도입된 2012년 9월부터 2022년까지 25.6%, 일본의 경우 2023년 11.5%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이다. 한편, 일본 특허 무효심판 인용률은 2008년 58.7%였으나, 2009년 이후 진보성 판단기준 변경과 무효심결 예고제에 따른 정정기회 부여, 심판청구의 취하·포기 등의 이유로 2012년 이후 무효심판 인용률이 급감했다.  박지혜 의원은 “산업재산권은 국가 경제 발전의 핵심요소”라고 강조하며, “정확한 심사를 통해 특허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특허 무효심판 인용률이 낮은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무효심판 인용률을 낮춰야 한다” 강조했다.


#산업재해 신청한 노동자, 역학조사 기간 중 사망한 숫자 163명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산업재해를 신청한 노동자가 승인을 받기 전 근로복지공단의 역학조사 기간 중 사망한 숫자가 총 163명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직업환경연구원이 각각 수행하는 역학조사 처리 기간도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노동자가 직업병으로 산재를 신청하면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재해조사를 하고 필요시 역학조사를 진행한다. 신규‧희귀 직업병 및 대규모 역학조사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수행하고, 일반적인 역학조사는 직업환경연구원이 담당한다. 두 기관의 역학조사 기간을 종합한 수치를 연도별로 보면 2018년 298.9일에서 매년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634.6일로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640.1일로 지난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산재 신청 시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 장기화는 산재 노동자들이 치료 기간에 절실하게 필요한 산재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도 올해 2월 산재제도 감사 후 “집중처리기간 운영을 통해서 장기 미처리 신청건 해소. 인력운영 개선 및 재해조사 전산 자동화 등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처리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적했지만,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매년 산재 역학조사 기간에 사망한 사건들이 대부분 산재승인율이 50%를 훨씬 넘고 있기 때문에, 재해조사나 역학조사 장기화에 따른 노동자 보호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박 의원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산재 승인을 기다리며 발생하는 안타까운 죽음과 가족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라도 조사기간 단축은 물론 산재 선보장제도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 6사 안전사고 사상자 중 85% 협력사 노동자
발전 6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사상자 중 약 85%가 협력사 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재봉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발전 공기업 6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안전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53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협력사 직원은 453명(84.8%)이었다. 발전사별 사상자는 한국수력원자력(333명)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중 협력사 직원 비중은 87.1%(290명)에 달했다. 전체 사상자 중 협력사 비중이 가장 높은 발전사는 한국동서발전(25명, 92.6%)이었다. 특히,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안전사고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안전사고 발생 건수가 감소 추세에 있긴 하지만, 올해도 28건이 발생하며 전체 안전사고(47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송재봉 의원은 “발전사들의 ‘위험의 외주화’가 심각한 상태”라며, “본사, 협력사 소속과 구분 없이 일하는 노동자 모두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