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Hi스토리] 대한민국 최초 통신역사를 쓴 KT, 이젠 항공까지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KT의 모태는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다.
SK와 LG가 뛰어들며 통신 시장이 민간 경쟁체제로 바뀌고 통신 매출 1위를 SK텔레콤에 내줬지만, 공사 시절부터 이어져 온 KT는 여전히 통신업계의 ‘맏형’이라 불린다.
최근에는 항공, AI, UAM 사업 등 통신을 넘어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힘쓰는 중이다.
국영기업이던 KT
1960~1970년대는 우리나라가 고도의 경제 성장기를 겪던 시기다. 당시는 정부기업 형태로 전기통신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경영 여건이나 기술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1970년대 후반 민간 부문의 전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통신 인프라 부족으로 전화 보급률은 10%를 넘기지 못했다. 가입 전화의 시설 수는 349만여 회선에 가입자 수 325만명. 보급률이 인구 100명당 9.3대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런 시대적 상황으로 사업을 공사화해 경영체제를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으며, KT 출범을 부추겼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KT의 모태인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이다. 1981년 12월 10일 설립 등기를 마쳤다.
한국통신은 정부기관에서 국영기업이 된 이후 보급률이 10%가 채 안 되던 전화 보급률을 끌어올려 1가구 1전화 시대를 실현했다. 자산 규모도 6조 1000억원으로 한국전력과 함께 국영기업 중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민영화 과정
그러던 중 선진 각국의 압력에 의한 대대적 통신 개방이 추진되면서 민영화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개방 압력이 거세지던 1987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확정됐고 완성까지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정부는 100%인 지분을 낮추기 시작했고 한국통신은 1989년 12월 주식을 발행해 주식회사형 공기업으로 전환했다. 1994년부터 2년간 실시한 정부 경영진단에서 한국통신은 통신 시장 개방과 경쟁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조속한 완전 민영화 추진과 전문경영제체 도입을 제안받았다. 이후 한국통신은 1997년 10월 정부투자 기관에서 정부출자 기관으로 전환했다.
한국통신 창립 20주년인 2001년 12월에는 민영화가 확정됐다. 한국통신은 2002년 상반기 완전 민영화를 앞두고 기존의 사명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사명을 Korea Telecom의 약자인 KT로 바꾸고, 기업이미지(CI)도 개편했다.
고객 접점인 전화국 명칭도 바꿨다. 직제상 광역전화국은 '지사'로 일반 전화국과 분국은 '지점'으로 변경했다. 영업창구는 KT프라자로 했다. 1923년 경성중앙 전화국에 최초로 사용했던 ‘전화국’이 80여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또한 SK텔레콤의 모태인 한국이동통신이 유선 통신 선발주자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탈 전화와 탈 유선도 추구하기 시작했다.
민영화 이후 KT는 유무선 인프라 고도화에 발 빠르게 나섰다. 민영화를 이룬 해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을, 2008년에는 IPTV를 각각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다. 2009년에는 자회사인 KTF와 합병하면서 '통합 KT' 시대를 열었다. 유무선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밑바탕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해 KT는 국내 최초로 애플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2014년에는 처음으로 기가인터넷 전국망을 상용화했고 2018년에는 5G 상용화에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범서비스를 했다. 또 2017년에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 K뱅크 출범에 성공했다.
KT는 마침내 2019년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해 글로벌 통신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 5G는 연결성 속도와 대역폭을 획기적으로 향상해 사물 인터넷 기기를 더욱 광범위하게 연결하고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통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ICT 기업으로 자리했다는 설명이다.
KT의 미래 성장 동력
KT와 KT SAT는 30일 위성 통신 파트너사와 지상의 5G 네트워크와 궤도 고도 3만 5800km에 위치한 무궁화위성 6호를 5G NTN 표준으로 연동하는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정지궤도(GEO: Geostationary Earth Orbit) 위성에 5G NTN 표준이 적용된 세계 최초 사례다. 5G NTN은 5G 서비스 범위를 지상에 구축된 기지국 대신 위성을 활용해 극단적으로 확장하는 표준 기술이다. 다가올 6G 시대에 지상 넘어 항공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KT는 대한민국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시장 혁신 가속화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맞잡았다.
KT와 MS 간 제휴는 AI, 클라우드 기술, IT사업 분야 전반에 걸쳐 투자, 인프라 구축, 그리고 전문 인력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았다. MS는 KT에 대한 AI 기술 독점권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MS가 대주주인 오픈AI의 GPT-4o를 다양한 국가별로 현지화하는 작업이 단일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국내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T와 MS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애저에 KT의 보안 솔루션을 결합한 한국형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해 공공, 금융 등 규제가 많은 분야에 도입할 계획이다.
얼마 전 KT가 정부의 허가로 현대자동차그룹을 최대주주로 맞으면서 모빌리티 사업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그간 시장에서는 국내 유일 위성 사업자인 KT와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작업에 한창인 현대차가 최적의 파트너라는 평가가 많았다.
업계에선 향후 두 회사가 모빌리티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KT는 현대차,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항공 등과 함께 ‘K-UAM 원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에 도전 중이다. 자율주행이나 UAM 등을 상용화하려면 대량의 데이터를 끊김 현상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