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역사] 돈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
2024-10-03 김진혁
[파이낸셜리뷰] 자본주의 사회,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거래 만능 시대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불평등과 부패라고 여겨진다.
불평등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부자들은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약 6250달러만 주면 가능하다. 교도소 감방에도 비교적 자유로운 면회와 감방의 업 그레이드 하려면 소정의 돈이면 가능하다.
미국 이민의 조건도 돈의 다과에 있다. 부패는 불법으로 겉으로 나타내기 어려운 음침한 거래에서 나타나기 쉽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금융권에서 빌릴 수 없으면 법정이자 한도를 넘어 사채금융을 쓰게 된다. 제약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대상 되기 위해 몸을 팔기도 한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
자유 경제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 돈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도 많다. 심리와 경제를 결합한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선택과 동기’에 관한 연구 실험 결과가 있다.
자동차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상황이 있었다. 이때 지나가는 길거리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첫째 방안은 “혼자 들 수 없으니, 도와주실 수 없는지요?”라고 정중히 부탁한다. 다른 하나는 1달러를 드릴 테니 거들어달라고 부탁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요청에 더 많이 응했을까? 돈을 주면서 흥정할 때에 대부분 거절했다. 물론 1달러가 아닌 100달러라면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사람들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것보다 무상으로 일을 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최선을 다한다. 자원봉사나 자신의 전문 지식을 자선하는 프로보노, 불우이웃 성금을 내는 것도 금전적 이윤 동기를 뛰어넘는 행동이다. 당연히 돈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마이클 센델의《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서 대부분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양심, 마음, 사랑이라고 한다. 돈으로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릴 수 있지만, 순수성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여행을 할 수 있지만, 추억은 불가능하다. 돈으로 쾌락은 얻을 수 있지만 사랑은 어렵다.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고 여기지만 돈이 모든 것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에게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대답이 어떨까? ‘높은 명예와 인기를 누렸으면’‘더 많은 섹스를 해봤더라면’이나 ‘돈을 더 많이 벌지 못해서“ 등이 아닐 것이다.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한 삶, 그렇게 아등바등하면서 살 필요가 없었는데 등이다. 살아생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돈 대신에 행복을 선택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것이다.
돈의 힘은 매우 강하다. 정상의 명예나 지위에 누린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헛된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돈의 욕심에는 한도가 없다. 시간을 잃는 것에는 무덤덤하면서도, 잃은 돈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사람은 돈 가진 것으로 평가받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다. 돈으로 호화로운 집을 살 수는 있어도 행복한 가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최고의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최상의 달콤한 잠은 살 수 없다. 돈으로 비싼 책을 살 수 있어도 삶의 지혜는 살 수 없다. 돈으로 지위는 살 수 있어도 진정한 존경은 살 수 없다.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말이 유행인 적이 있었다. 막 구운 따뜻한 빵을 손으로 뜯어 먹고, 햇빛에 내리는 테라스에서 음악을 듣고, 어려운 친구에게 손편지 보내고, 정성껏 만든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는 것,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는 노력이다. 돈은 잃어도 전부를 잃진 않지만, 사랑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