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11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의 운영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철도 시설물 노후화, 치우친 이용자 만족도 조사, 휠체어석 이용 시스템 개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며, 8년째 지속되는 코레일과 SR의 경쟁체제에 따른 비효율성 문제로 철도 통합 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철도 시설물 노후화 급속도로 진행중...안전대책 및 보수·보강 필요
윤영석 의원은 일반 철도 시설물(교량, 터널)은 물론 열차 궤도 이탈과 대형 철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노후 신호제어설비 등 철도 시설물 전반이 급속도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후된 철도 시설물은 큰 인명 피해와 물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안전점검과 보수·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영석 의원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철도 시설물(교량 및 터널 등) 및 전기 시설물(전력, 통신, 신호제어장치 등) 관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철도시설물(교량, 터널 등) 가운데 설치된 지 30년 이상 경과한 시설물이 전체 4307개소 중 총 1427개소(교량 1170개소, 터널 257개소)로 3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시설물 중 역과 건널목 등에서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열차가 안전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연동장치는 46.2%(581개 역 중 269개 역)가 법적 내구연한을 초과했으며, 건널목제어유니트 43.8%, 통신전송장치 35.9%, 전차전력 변압기 34.6%, 선로전환기 31.5% 등의 순으로 노후도를 보였다.
노선별로 30년 이상 노후 철도시설물 현황을 분석해보면 노후 교량 총 1170개소 가운데 경부선이 246개소(21%)로 가장 많았으며, 호남선 181개소(15.4%), 영동선 116개소(10%)가 그 뒤를 이었다. 노후 터널의 257개소 중 영동선이 56개소(21.7%)로 가장 많았으며, 태백선 48개소(18.6%), 경부선 45개소(17.5%)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철도 노후시설 유지보수를 위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으로 3085억 원을 편성(2024년도 2938억 원 대비 5%, 147억 원 증액)한 반면, 2023년도 대비 증액 비율(513억 원)은 감소시켰다. 철도 구조물 노후화, 전기설비의 내구연한을 초과한 주요 시설물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국민 생명과 안전 확보를 위한 노후시설 보수비용의 투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윤 의원은 “노후 철도 시설물에 대해서 선제적이고 철저한 종합안전대책 마련은 물론, 정밀한 안전진단과 보수·보강을 시행하여 국민들께서 신뢰와 안정감을 갖고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의원은 “도심지에서 지속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로 도로뿐 아니라 철도 교량 등 노후화된 철도시설물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이 증대됐다”며 “한국철도공사는 노후 시설 등 안전취약 개소에 대한 집중 안전점검을 시작으로 국토교통부와 협력하여 노후 철도시설물에 대한 적정 유지보수비용 확보 및 선제적인 종합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코레일 만족도 조사 문제 제기...휠체어 사용자 동반석 이용 개선도 필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아전인수’식 만족도 조사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교통약자 추석 승차권 사전 예매 이용객을 대상으로 예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9%가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그러나 한준호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해당 만족도 조사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8.5%(242명)를 차지하는 예약 후 미구입 승객들은 조사 설문대상에서 제외돼 사실상 ‘아전인수’식의 조사를 진행한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만족도 조사를 통해 일반 이용객은 물론, 교통약자들의 열차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실질적 불편요소를 확인하고 열차 운영에 반영하고자 하는 조사 취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예매 이후 별도의 실제 열차 이용 만족도 조사는 실시하지 않은 것도 코레일 관계자로부터 확인됐다. 이용 만족도에 대한 결과를 알 수 없다면 운영되고 있는 복지 서비스라 하더라도 현실에서 교통약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경기장 이용 시, 장애인과 보호자가 야구 관람표를 예매할 때 보호자가 함께 휠체어석 ‘바로 옆 좌석’을 이용하도록 휠체어석과 일반좌석이 세트로 선택돼 설계,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일반열차(새마을,무궁화 등)와 에스알에는 휠체어 사용자 동반자석으로 지정된 좌석이 없다. 물론 고속열차(KTX)는 지난 2020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협의를 거쳐 열차별 휠체어석(5개) 좌석의 ‘인접한 좌석’을 휠체어 사용자의 동반자석(3개)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마저도 출발 2시간 전에는 일반 이용객도 예약 및 구매 가능한데, 그로 인해 급히 예매가 필요한 휠체어 사용자 및 동반 보호자는 좌석을 함께 이용하기 어려운 사례들도 발생한다. 코레일 측은 휠체어 동반 보호자에 대한 좌석 설치 및 운영 기준과 법령이 없다고 밝혔으나, 보다 세심한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반 고객에게 발매되는 ‘미판매 휠체어석’에 대한 판매 기준도 각 열차마다 상이했다. ▲고속열차(KTX)는 출발 2시간 전 ▲일반열차(새마을,무궁화)는 출발 20분 전 ▲에스알은 출발 45분 전으로 각 열차마다 다른 기준으로 설정돼 있었다. 이처럼 통일되지 않은 기준과 휠체어 사용자의 보호자를 위한 좌석 지정 제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고객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 서비스를 위한 시행과 홍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된다.
한준호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휠체어석(수동·전동) 운영 현황에 따르면, 실 좌석의 이용률은 4%가 채 되지 않았다.
이처럼 낮은 이용률에 대해 코레일은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휠체어 사용자 및 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현실적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세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준호 의원은 “우리는 비(非)장애인이 아닌 언젠가 장애를 가질 수 있는 미(未)장애인이라 생각한다. 보편적 운영 방법 대신 장애인과 가족의 불편함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며 세심한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코레일-SR 철도 통합 논의 재점화… 경쟁체제의 비효율성 부각
정부는 지난 2004년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계획」을 수립해 철도 건설과 운영을 분리하고 운영체제도 정부 기관 직영(철도청)에서 공기업 경영(철도공사)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12월 수서발 고속철도 개통 및 SRT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철도운영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코레일과 SR의 고속철도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 철도노조 등은 중복비용 등 비효율성 해소를 위해 ‘코레일-SR 통합’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 초기 ‘국가기간교통망 공공성 강화 및 국토교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하고, 철도산업의 육성·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향을 정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검토했다.
그 결과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철도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에서는 철도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했다.
이때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이 2017년∼2019년 3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어 공기업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종합의견을 도출했다.
이연희 의원은 “2022년 12월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의 평가결과는 코레일-SR 통합 판단을 유보한다는 것이지 통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고속철도 경쟁체제가 도입된 지 8년이 지났고, 코로나19도 사실상 종료돼 철도운영이 정상으로 돌아온 지도 2년여가 지난 만큼 2022년 당시 결론을 유보한 코레일-SR 통합 논의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의 ‘철도 복수운영체제 구조평가 분석결과’에 따르면, 코레일과 SR의 경쟁체제로 인해 연간 406억원의 중복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레일에서 고속철도를 통합 운영하면 운행슬롯 증설 22회, 복합열차 운행 30회 등으로 주말 기준 하루 최대 52회의 고속열차 추가 운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SR의 경영실적을 보면, 지난 2023년 영업이익이 138억원이며 그 중 131억원이 임대사업, 광고사업, 주차장 사업 등 부대사업으로 인한 이익이고, 고속열차 운행으로 인한 영업이익은 7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2024년 상반기의 경우 영업이익은 34억원에 그쳤으며,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 20억원이다.
이연희 의원은 “수익 노선만 운영하고 정부에서 수천억원의 현물출자를 해주었음에도 SR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경쟁체제를 통해 철도운영의 적자를 개선한다는 국토부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즉 경쟁체제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결국 철도경쟁체제 도입으로 인해 적자 공기업을 하나 더 만든 꼴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SR의 2023년 <중장기 경영전략>에 따르면, 2028년 매출 1조원 달성 경영목표를 제시하면서 2024년부터 운임인상을 전제로 하고 있음. 그동안 국토부는 물론 SR도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 이후 가장 큰 편익으로 고속철도 운임 인하를 주장해왔다. 특히 국토부는 경쟁을 통해 SRT는 물론 KTX도 운임인하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연희 의원은 “운송수익은 거의 없고 부대수익으로 연명하고 요금을 인상하려고 하는 것이 경쟁체제의 효과라고 할 수 있는가? 국토부 철도국장,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면 매년 406억원의 중복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 경쟁체제를 도입해 놓고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가?”라고 의문를 제기했다.
코레일은 국토부 58.95%에 이어 지분 41.05%를 보유하고 있는 SR의 제2대 주주이다. 즉 SR은 코레일의 자회사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SR은 열차 운행, 3개 전용역사 운영 등만 자체적으로 수행할 뿐, 코레일 차량임대, 차량정비, 시설 유지보수, 승차권 발매, 관제, 사고복구, 비상대응은 물론 차량 청소 및 객실 비품까지 코레일 및 코레일 계열사에게 위탁하고 있다.
이 의원은 “결국 모회사와 자회사가 서로 뺏고 뻬앗기는 이상한 경쟁체제, 두 개의 철도 공기업이 동일한 선로를 공유하며 경쟁하는 비정상적 경쟁체제, SR은 코레일이 없으면 고속철도 운영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기형적인 경쟁체제가 한국 고속철도의 현실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 철도산업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코레일과 SR의 철도통합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