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리뷰] 11월 20일 남산외인아파트 철거
2025-11-20 어기선 기자
힐탑아파트로는 감당 못해
1960년대 경제개발이 한창이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선진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많은 외국인을 초청해야 했다. 아울러 용산 소재한 주한미군 외국인도 거주해야 하는 아파트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물론 짧게 머무는 외국인 사업가들은 시내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지만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는 아파트가 필요했다. 외국인 전용 아파트로는 ‘힐탑아파트’가 있었지만 외국인과 미 8군 수요를 맞추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정부는 남산 중턱에 외인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이에 1970년 착공해 1972년 완공했다.남산은 서울의 자존심
남산은 서울의 자존심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성산으로 자리를 잡았고, 봉화의 출발점이면서 종점이었다. 이에 광복 이후에는 공원으로 되돌리자는 여론이 있었지만 박정희 정권 당시 경제개발에 밀리면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외인아파트가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점차 세월이 흘러가면서 시민의 여론은 남산을 되돌려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남산을 공원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면서 가장 눈엣가시가 된 것이 바로 외인아파트였다. 물론 그것에는 ‘민족적 자존심’도 작동했다. 조선시대부터 ‘자존심’으로 취급했던 남산에 ‘외인아파트’가 들어섰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민의 거부감을 일으키기 충분했다.남산제모습찾기사업
1990년대 들어서면서 서울시는 ‘남산제모습찾기사업’ 계획을 착수하면서 수도방위사령부 등을 옮기고 외인아파트를 철거하기로 결정한다. 문제는 철거방식이었다. 폭파를 시켜서 허물어뜨리고 철거를 할 것이냐 아니면 순차적으로 철거할 것이냐는 것이다. 결국 폭파로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11월 20일 오후 3시 발파시켜 철거됐다. 철거업무는 코오롱건설이 맡았다. 철거 장면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됐고, 시민들은 그것을 시청했다. 잔해를 정리한 뒤 부지는 서울시에서 사들여 식물원이 조성됐고 아파트 잔해 중 재활용할 수 있는 건축자재는 경부고속도로 확장 공사에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