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천고마비(天高馬肥)

2025-11-22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천고마비(天高馬肥)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가을의 풍요를 의미하는 고사성어이다. 하지만 본래 뜻은 달랐다. 중국 한족의 입장에서 가을이 오면 북방 유목민의 침입을 걱정해야 하는 단어였다. 그것은 북방 유목민 흉노족이 가을이 되면 끊임없이 중국 본토를 약탈했기 때문이다.

한나라 역사서에

한나라 반고가 기록한 한서(漢書) ‘흉노전’에는 추고마비(秋高馬肥)라고 적혀 있다. 가을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흉노족은 가을이 되고 말이 살찌며, 활이 팽팽해지기 시작하면서 중국 변방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흉노족이 중국 본토를 대상으로 노략질을 했다는 것이다. 이 추고마비를 천고마비로 바꾼 인물이 두심언이다. 두심언은 두보의 친인척이다. 두심언은 북방 오랑캐를 막기 위해 변방으로 떠나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추고마비’ 대신 ‘천고마비’라고 썼다. 즉, 북방 오랑캐가 가을에 침략을 해온다는 표현으로 ‘천고마비’를 썼다.

북방 유목민의 생존 수단 약탈

북방 유목민은 몽골고원이나 고비사막에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겨울은 더 일찍 찾아온다. 그러면서 초목이 빨리 시들 뿐만 아니라 양식과 말먹이가 부족해진다. 그러면 북방 유목민은 중국과 무역 거래를 한다. 하지만 중국과 무역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되면 생존을 위해 약탈을 해야 했다. 가을이 되면 북방 유목민은 생존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와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한족의 입장에서는 장성을 쌓고 방비를 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거란이 세운 요나라,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와 청나라에서는 굳이 장성을 쌓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장성이 허물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한족이 나라를 세우면 어김없이 장성을 쌓아서 방비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천고마비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천고마비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그 이유는 고려 시대 때에는 거란의 침입이 있었고, 몽골의 침입이 있었다. 천고마비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마지막 시기는 조선시대 병자호란이다. 청나라 군사들에 의해 약탈을 당하면서 천고마비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북방 유목민의 위협이 더 이상 없어지게 되면서 천고마비는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가을의 정취를 담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