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View] 의료인이 스스로 버린 신뢰…대리수술 논란

2024-12-17     박영주 기자
/삽화=김진호작가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올해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대리수술’ 의혹이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지난 2018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의료기기 회사의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했다가 환자를 사망케 한 사건이 다뤄졌는데,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까지도 현장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충격적인 대목입니다. 

실제로 대리수술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Y병원의 한 의사는 연간 4000여건에 가까운 수술을 집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의료인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죠. Y병원의 원장은 대리수술 의혹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Y병원 원장의 발언입니다. 그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수술 중 피를 닦아내는 것, 수술부위를 고정하는 것 등은 보조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보조행위는 대한정형외과학회와 보건복지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단순한 ‘보조행위’를 ‘의료행위’라고 보고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취지로 억울함을 호소했죠. 

하지만 Y병원 원장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행 의료법이라든지 그 다음에 (국회에서) 통과시켜주신 간호법에서도 간호조무사에게 의사의 수술 보조행위를 허용하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감했습니다.

외과의사 출신의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역시도 “수술은 간호조무사가 하면 안 된다”며 내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죠. 

본지는 대한정형외과학회도 이번 일을 검토했다는 Y병원 원장 측의 주장에 학회에 문의해봤습니다.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었죠. 이 역시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사실 일선 1차병원인 의원급에서는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고, 2‧3차 대학병원 응급실 등에서는 PA간호사가 의사를 대신해 음성적으로 응급시술 등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습니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서 겨우 PA간호사의 역할이 명문화됐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의 수술참여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의사가 수술을 하고, 간호사는 의사를 보조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하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최근인 지난 12일 대법원이 간호사 골막천자를 적법한 의료행위로 인정한 판결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행위는 오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아무리 전문간호사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간호사의 면허된 업무 범위는 ‘의사의 자도 하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일 뿐이라는 거지요. 
 
다시 돌아와서 간호조무사도 수술 보조행위인 석션 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Y병원 원장의 발언은 ‘의료행위는 오직 의사만이 할 수 있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과 상당히 대조되는 대목입니다. 본지는 Y병원에 해당 발언에 대한 문의를 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리수술 논란이 아닌 수술보조행위일 뿐이라며 사안을 축소하는 듯한 발언으로 인해, 자칫 의사라는 승고한 직업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생채기를 남기진 않을까 상당히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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