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해적판

2024-12-18     어기선 기자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해적판이란 해적에 빗대어 불법으로 제조하거나 원작자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복제해 판매하는 미디어 상품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약했던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해적판이 유행했다.

해적판은 원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불법 복제해서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만화에서 해적판이 많이 있었다. 해외의 인기 캐릭터를 그대로 모방해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텍스트를 바꾸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저작권 의식 낮았던 과거

해적판이 난무하다는 것은 저작권 의식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6년 베른 협약 가입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저작권 의식이 낮고 심의도 심했고, 해외 작품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면서 해적판이 난무했다.

특히 만화의 경우 더욱 심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면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치를 내리면서 일본 만화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오히려 만화 분야에서 해적판이 조금씩 사라지게 됐다.

199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던 만화가들 중에 일부는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일본 만화 그리는 기법을 그대로 답습해와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바꾼 경우도 있다. 일너 이유로 넓은 의미의 해적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로 일본 원작자들 입장에서 우리나라 만화 시장이 워낙 소규모이기 때문에 굳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즉, 자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돈벌이가 될뿐더러 우리나라 만화출판사에게 문제 제기하기에는 오히려 변호사 수임료가 더 많이 나오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으로 인해 점차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만화가 직수입 되면서 일본 만화의 해적판이 사라지게 됐다.

해적판 음반 역사

다만 우리나라에서 해적판 시장이 가장 컸던 산업 분야는 바로 음반 분야이다. 1960년대 LP음반의 복사판이 시장에 나돌았다. 1980년대 록카페 또는 떡볶이 디제이 등이 출현하면서 해적판이 난무했다. DJ가 LP판을 계속 갈아끼워야 하기 때문에 정본보다는 해적판을 선호하게 됐다. 해적판이라고 해서 음질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세트테이프 시대가 들어서면서 이른바 길보드 차트가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무단 복사본 테이프를 리어카에서 판매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만 원작자들도 이를 단속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길보드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게 되면 덩달아 원판의 매출도 올랐기 때문이다. 즉, 해적판이 오히려 음반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생각에 원작자들이 굳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MP3 시대가 들어서고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가 되면서 음반 시장의 해적판은 사라지게 됐다.

유튜브 영상 해적판

최근 해적판은 유튜브 영상 해적판이 난무한다. 예컨대 영화 리뷰 콘텐츠의 경우 영화 예고편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작자나 아이돌 소속사들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런 해적판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영상 제작자는 아예 수익을 낼 생각을 하지 않고 해적판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구글 역시 이들에 대한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는다. 그것이 오히려 구글의 수익을 얻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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