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 형성하자”

洪·安·劉 간 후보 단일화 재부상…셈법 달라 성사 미지수

2018-04-25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들 간의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가 대선 14일을 앞둔 25일 재부상하고 있다.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로 여론조사 상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양자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후보 단일화를 놓고 대선후보 저마다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의 핵심인 안 대선후보는 인위적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문 진영의 한 축인 바른정당이 지난 24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유 후보를 중심으로 홍, 안 후보와 ‘3자 원샷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음에 따라 비문 단일화의 불씨가 되살아난 형국이다.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창당 이후 당과 후보 모두 지지율이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내린 극약처방이지만 현재 문 후보의 독주 체제가 가시화되는 흐름 속에서 다시 등장한 방안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각 당 후보 선출 후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가 형성됐지만 최근 안 후보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문재인 독주체제로 환원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여론조사 상 ‘문재인-안철수’ 양자 대결이나 ‘문재인-안철수-홍준표’, ‘문재인-안철수-유승민’ 등 3자 대결에서는 비문 후보의 집권 가능성이 현재보다 높아져 비문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 유혹을 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실제로 단일화 연대가 가능할지 여부다. 본선 과정에서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데다 ‘친박(친박) 인적 청산’ 문제와 안보 관련 정책을 둘러싼 이념적 정체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캠프 간, 후보 간 반응도 엇갈리며 일단 험로를 예고했다. 안 후보 측은 대선 전 연대 내지 단일화에 분명한 선을 그으며 지금껏 강조해온대로 인위적 단일화는 결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의 ‘3자 후보단일화’에 대해 “제안하더라도 논의하지 않겠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개혁과 통합, 그리고 미래로 가는 그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저희 당의 입장은 항상 명확하다. 정치인에 의한 인위적 연대는 거부한다”며 “오직 국민에 의한 연대만 가능하다. 저희는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주도권 잡기위한 신경전만 펼치고 있다. 유 후보 역시 전날 의총에서 소속 의원들의 요청에 못이겨 단일화 논의 착수까지는 동의했지만 단일화 자체에는 부정적이다. 유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완주 의사를 재차 피력한 뒤 “기존 입장에서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홍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중에는 보수 대통합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단일화 대상으로 유 후보와 새누리당 조원진,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를 꼽았지만,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이념과 정체성이 너무 다르다”며 제외했다. 더욱이 비문 진영에서는 인위적 선거연대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할 대목이다.

당장 문 후보 측에서는 비문 진영의 3자 단일화 논의를 ‘야합’이라고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브리핑에서 “바른정당이 잘못된 결정을 했다. 오로지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반문연대에서 색깔 연대로 변하더니, 정권교체 반대 연대로 본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 단장은 “3자 단일화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반국민 연대고, 탄핵반대세력과 손잡는 반민주 연대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역사의 명령에 반하는 반역사 연대”라며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범보수 단일화 외에 안철수 후보까지 포괄하는 단일화 성사를 예견하긴 쉽지 않지만 국민의당 역시 문 후보와의 양자구도 재건이 불투명할 경우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자 단일화’를 제안한 바른정당은 투표지 인쇄가 시작되는 29일 이전까지 단일화 성사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