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제약사들의 화장품 전쟁...득일까? 실일까?
2018-05-02 전민수 기자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 개발 노하우를 앞세워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소규모 바이오 벤처기업부터 매출 1조원을 넘나드는 대형 제약사들까지 경쟁하듯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제약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규제가 까다롭고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의약품과 달리 화장품은 비교적 적은 투자 비용으로 빠른 시일 안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지만 시장 포화라는 역기능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1일 뷰티·헬스 전문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사내 미래전략실에 있던 뷰티 신사업팀을 자회사로 독립시킨 것이다.
유한양행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꾸린 다양한 신사업팀 가운데 화장품 분야를 첫 번째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택했다.
박종현 유한양행 부사장이 유한필리아 대표를 겸직하고 사내 마케팅, 디자인팀 등 12명으로 시작해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우선 유한양행에 필요한 뷰티 제품을 공급하고 오는 3분기 자체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유한양행의 제약 기술과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의 화장품 사업 진출은 유한양행보다 훨씬 앞섰다. 계열사인 ‘디앤컴퍼니’을 지난 2006년 설립해 상처치료 보습제인 ‘이지듀’를 선보였다.
이후 아토피 보습제, 크림, 로션, 바디워시 등으로 종류를 확대해가고 있다. 상피세포 성장인자를 함유한 대웅제약의 화장품 라인은 현재 중국 진출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셀트리온 역시 화장품 전문기업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통해 ‘한스킨’, ‘셀큐어’ 등 여러 브랜드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외의 영역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중견제약사인 동구바이오제약은 피부과 처방 1위 전문의약품 공급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해 ‘셀블룸’ 브랜드를 출시했다.
셀블룸은 줄기세포 배양액과 천연 추출물로 피부 보호 및 재생 효과를 주는 제품으로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 기내 면세점에 입점하기도 했다.
바이오 벤처기업도 줄줄이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파미셀은 식물 줄기세포 화장품 브랜드 ‘셀바이텐’을, 테고사이언스는 자회사 큐티젠랩을 통해 줄기세포배양액이 들어간 화장품 브랜드 ‘액트 원 씬 파이브’를 선보였다.
파미셀 관계자는 “피부과에서 제한적으로 공급되던 줄기세포 화장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어 양산 체제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인 휴메딕스는 올해부터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히알루론산 필러 제품인 ‘엘라비에’를 출시한데 이어 ‘엘라비에 무균 화장품 3종’ 세트, ‘프리미엄 마스크팩 3종’도 출시해 라인업을 넓혀가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능성 화장품 시장을 키우고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같은 관계자는 “그동안 동국제약 등 중견 제약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던 틈새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 제약사까지 뛰어들면서 화장품 시장이 포화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