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금리 정하는 저축은행 VS 금융당국의 과잉 시장 개입...의견 ‘팽팽’
2018-05-03 서성일 기자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주요 저축은행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금리를 입맛에 맞는대로 산출한다는 명목으로 무더기 경고를 받은 가운데 저축은행업계는 이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는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SBI와 OK, JT친애 저축은행 등 주요 대형 저축은행을 포함한 12개사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 주요 저축은행들은 차주의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단일금리를 부과하거나, 대출금리 산정의 적정성을 점검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관계자는 “이들 저축은행은 일정한 기준 없이 대출금리를 산정했고, 대출원가가 달라지는데도 불구하고 금리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현재까지 산출된 금리와 운용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검증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고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7개 상품의 경우 하위 신용등급 차주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적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OK저축은행도 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원가가 변경됨에도 주기적으로 금리 적정성을 점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재산정되지 않고 상품별로 출시 당시 산정된 금리가 그대로 적용됐다.
또한 JT친애저축은행의 경우 일부 개인신용대출 상품 대출금리를 차주 신용등급별로 구분하지 않고 단일 금리로 운영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JT친애저축은행은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금리 원가요소를 분석한 금리체계를 운영하지 않고 대부분을 법적 최고금리인 연 27.9%로 운영해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감독업무 시행세칙에서는 저축은행들이 최고금리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합리적인 금리를 산출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이와 관계 없이 원가 산정을 자의적으로 하거나 신용등급과 관계 없는 금리를 부과하는 등 불합리한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조치에 대해 익명을 요구하는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대출상품의 가격과도 같아 당국에서 일일이 개입할 수는 없지만, 금리 산정 체계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아 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처럼 저축은행업계의 금리 산정 체계가 일정한 기준이 없어 문제가 계속되자 이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금감원과 저축은행중앙회, 관련업계 등은 동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 합리화 TF'팀을 만들고 대출금리 산정체계 기준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에는 주요 저축은행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저축은행중앙회 표준 규정을 개정해 금리산정체계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당국의 조치가 지나친 개입이라는 목소리도 많만치 않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최고금리만 지킨다면 대출금리 산정은 업계 자율인데, 최근 들어 대출 총량 규제와 함께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대출금리 산정체계와 관련해 이미 TF팀에서 기준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저축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 자체가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당국이 업무협약과 관련한 문서를 팩스로 보내왔는데, 문서에 저축은행 임원 이름이 모두 명시돼 사인을 받도록 돼 있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업무협약이 체결된 것으로 추즉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관계자는 “최근 대출 총량 규제와 함께 금리에도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손을 대고 있는 것 같다”며 “대선을 앞두고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