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4강 체제로 굳혀지는 제약업계...종근당, 급성장 ‘눈길’

2018-05-08     전민수 기자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그 동안 우리나라 제약업계는 전통적인 강자인 유한양행과 녹십자, 그리고 과감한 R&D(연구개발)를 통한 해외 기술수출이 활발했던 한미약품 등 3강 체제가 굳혀져 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83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괄목한 만한 성장을 보였던 종근당이 이른 바 ‘1조 클럽’에 가까워지면서 4강 체제를 구축하려는 모양새다. 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종근당은 올해 1분기에도 올해 1분기 매출 2097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성장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은 2014년 5441억원, 2015년 5924억원의 매출액에서 지난해 매출이 급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1분기 매출도 호조세를 이어가며 국내 주요 제약사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종근당의 실적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에 이어 연 매출 1조원 달성도 문안할 것이라는 것이 제약업계 대다수 관계자의 평가다. 종근당의 이 같은 호실적은 지난해 대웅제약이 보유한 국내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의 판권을 가져온 것에 기인한다. 지난해 종근당은 머크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와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등 주요 의약품의 판권을 확보해, 이와 관련한 주요 의약품의 연간 매출이 약 2000억원에 달해 종근당이 단기간에 매출이 대폭 늘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새롭게 판권을 확보한 주요 의약품을 작년 초 시장에 진입시키는 데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갔지만. 올해 1분기에는 이들 의약품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종근당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불과 3.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103%나 늘었다.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선투자해 그 만큼 영업이익 규모가 커진 셈이다. 종근당은 이 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현재 진행중이거나 진행할 예정인 신약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종근당은 이상지질혈증 치료 신약 ‘CKD-519’에 대한 임상2상을 지난해 호주에서 이미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에는 자가면역지환 치료제 ‘CKD-506’의 임상1상을 유럽에서 개시했다. 희귀질환인 헌팅턴 질환 치료제인 ‘CKD-504’의 경우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임상1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 1022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다양한 임상이 진행돼 작년보다 많은 비용이 R&D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실적 개선을 발판으로 공격적으로 글로벌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과 녹십자, 한미약품 등 기존 3강 제약사들도 올해 1분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1분기 매출 349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등 전문의약품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한 영향으로 매출이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로부터 도입한 비리어드는 지난 2015년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연 매출 1392억원을 올리며 유한양행의 효자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녹십자는 올해 1분기 매출 275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2458억원 대비 12%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109억원에서 137억원으로 25.9% 증가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혈액제제 수출과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의 수출, 국내외 사업 호조 영향으로 매출이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제약업계 관계는 “유한양행, 녹십자 등은 올해에도 연 매출 1조원을 무난히 넘겨 외형적으로 탄탄히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사노피와 기술수출 계약변경으로 인한 기술 로열티 감소로 전년 동기 2564억원 대비 8.9% 감소한 2336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의 1분기 실적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이는 지난해 사노피와의 계약 변경에 따른 기술료 기고효과 등 영향으로, 기술료 감소분을 제외하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과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로벨리토’ 등 주력 복합제들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며 “계약 변경으로 인한 사노피 기술료 감소분을 제외한 한미약품 연결기준 매출은 작년에 비해 0.6% 감소한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