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종근당·동아 등 제약업계, 의약품 원료 수출로 실적 견인
2018-06-12 전민수 기자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이나 복제약(제네릭)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료 의약품의 수출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해 국내 제약업계 의약품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3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료 물질의 수출 호조가 이 같은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 의약품은 완제 의약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원재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성분이 복잡하지 않아 신약보다 연구·개발에 평균 3분의 1 정도 시간이 덜 걸리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그동안 국내에서 원료 의약품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신약이나 제네릭(복제약)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만 집중하고 원료 생산은 의약품 위탁 생산 기업(CMO)에 맡기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원료 수출에 뛰어든 국내 기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원료 의약품 수출 규모는 지난 2014년 11억 6955만달러(약 1조 3000억원)에서 지난해 13억달러(약 1조 4600억원·추정치)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한 349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원료 의약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8.3% 늘어난 742억원을 달성한 덕분이다.
이와 관련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에 C형 간염 치료제인 '앱클루사'의 원료를 납품한 게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완공한 화성 2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원료 의약품 수출 비중을 지난해 전체 매출의 10%에서 올해 21%로 확대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이 2015년 한미약품에 내줬던 업계 1위 자리를 되찾는 과정에서도 원료 의약품 매출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종근당바이오는 수출 시장을 미국·동남아·중국 등으로 확대하면서 지난해 전체 매출 1130억원 가운데 913억원(81%)을 벌어들여 원료 의약품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울러 종근당의 계열사 가운데 항생제 원료를 생산하는 경보제약은 지난해 원료 의약품만 853억원을 수출해 전제 매출 1867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을 기록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원료 의약품 시장에서 약진하는 것은 신약 연구를 통해 세계 수준의 화학 합성 기술을 축적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제약 수출 품목 다양화를 위해 원료 의약품 수출 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료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들도 수출 증대로 외형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 계열사인 에스티팜은 간염 치료제 원료 수출 증가로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8% 상승한 478억원을 기록했다.
에스티팜은 지난달 영국 미나테라퓨틱스와 113만달러(약 13억원) 규모 간암 치료제 원료 의약품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현재 330억원을 투입해 건설중인 반월 공장이 오는 2019년 완성되면 간염·간암 치료제 원료 생산량에서 세계 3위에 랭크된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1.5% 비중을 차지하는 내수 시장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국내 약가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출부문 기여도가 높은 기업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오리지날 의약품의 원료를 생산하는 유한양행과 에스티팜 등의 수출은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