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농부 자살 부르는 기후변화...30년새 6만명 자살”
2018-08-01 전민수 기자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기후 변화가 지난 30년간 인도 농부 6만여 명을 자살로 몰아넣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성화된 흉작이 취약계층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1일(현지시각) AP통신 등 다수 해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기온 변화에 취약한 인도 농업의 특성상 작물 성장기에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평균 67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의 타마 칼톤 연구원은 인도에서 지난 30년 동안 진행된 온난화가 5만9300건의 농업 부문 자살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로 칼톤은 강우량과 자살률의 상관 관계를 제시했다. 연 1cm 수준의 강수량 증가가 그해 자살률을 7% 가량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다만 성장기가 아닌 시즌의 기온 상승은 자살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결국 생산량에 대한 스트레스를 자살률 증가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극심한 가뭄을 겪어온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 주는 올해 1~4월 852명의 농부들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 2015년 인도 전역에서 1만2602명의 농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5년 이래로 지금까지 30만명 이상의 농민과 농장 노동자가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자살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칼톤은 지적했다. 그는 인도에서는 사망자가 과소 보고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2014년까지 자살은 범죄로 간주돼 있는 그대로 보고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인도 정부는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10억 파운드(1조4700억원) 규모의 기금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인도 농민들이 기온 상승에 적응하기 위해 관행을 바꾸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칼톤은 “농민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 개입이 없다면, 자살로 목숨을 잃는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인도의 경우에서 보 듯 온난화를 비롯한 극단적 날씨변화가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독일 싱크탱크 아델피(Adelphi)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의 보코하람 등 극단주의단체들이 자연 재해나 물, 식량 부족을 악용해 테러리즘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농사와 가축을 기르는데 필요한 환경을 테러조직들이 장악한 뒤 이를 볼모로 조직원들을 모집하거나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워싱턴대 아드리안 래프테리 교수 연구팀은 이날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오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2도~4.9도 가량 상승할 가능성을 90%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