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스냅챗’의 기밀을 어떻게 알았을까?
2018-08-14 전민수 기자
[파이낸셜리뷰=전민수 기자]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이 자사의 보안프로그램을 사용해 경쟁사인 스냅의 상장 전 사용자 추이 등 기밀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보안프로그램은 스마트폰 사용 내역을 축적할 수 있어 개인정보와 관련한 논란이 일 것이란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이스북은 자사의 보안프로그램을 통해 스냅이 2017회계연도 상반기 실적 발표를 하기 몇 달전부터 스냅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페이스북이 지난해 말 모바일 보안프로그램인 ‘오나보 프로텍트’를 이용해 스냅의 메시징 앱인 ‘스냅챗’의 사용빈도를 추적했으며, 그 결과 사용자 수 증가율이 둔화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스냅은 지난 2월 IPO(기업공개) 당시 지난해 4분기의 사용빈도가 이전만큼 증가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이 페이스북이 스냅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3년 2억달러(한화 약 2140억원)에 인수한 이스라엘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오나보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나보의 이름을 딴 ‘오나보 프로텍트’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 개인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능이 있지만 고객의 스마트폰 사용 이력도 페이스북 서버에 함께 저장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오나보 프로텍트는 현재까지 2400만번이나 다운로드 돼 이 가운데 몇몇을 표본 추출하면 스냅의 사용 이력도 쉽게 추산할 수 있게 된다.
WSJ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측은 “오나보를 사용했을 때 어떤 정보가 저장되는지 이미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오나보는 몇 년 동안 시장 조사 서비스를 수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보안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용자들의 개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오나보 프로텍트를 다운받아 사용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종류는 물론이고 사용 기간과 빈도, 국가별, 성별 사용 추이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애플리케이션 내 정보가 암호화 되지 않은 상태라면 사용자가 일주일 동안 몇 개의 게시물을 좋아했고, 어떤 사진을 업데이트 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으로 개인정보 수집과 프라이버시 논쟁이 다시 촉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WSJ은 “구글과 애플도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제공하면서 경쟁사의 애플리케이션 사용 빈도를 데이터화한다”면서 “이 정보가 실제로 제품 개발에만 이용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오나보 프로텍트 사용자들에게 어떤 정보가 저장 될 수 있는지 미리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몇 년 동안 오나보는 시장 조사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