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어텍스 등산복은 항상 비싼걸까?"
2018-08-27 이성민 기자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고어텍스(GORE-TEX)’ 원단을 독점 공급하는 미국기업 고어(GORE)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어는 고어텍스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를 제한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전문점 등 유통채널 간 경쟁이 줄어들어 고어텍스 제품의 시장가격이 매우 높게 유지되는 결과를 초래해 자율 경쟁을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고어텍스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게 한 고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7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고어는 미국에 본사를, 홍콩에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어코리아'라는 한국법인이 영업하며, 한국 내 매출은 홍콩 본부의 회계장부에 귀속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어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고어텍스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만들어 놓고, 고어텍스 원단을 사용하는 아웃도어 의류 업체들에게 이 정책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고어는 방수·투습 등 기능성 원단 시장에서 60% 내외의 점유율을 갖는 1위 사업자이다.
아울러 고어는 고어텍스 등 기능성 원단을 생산해 아웃도어 의류·신발 브랜드 업체들에게 판매하는 세계적인 원단 공급업체로, 고어텍스 원단이 들어간 아웃도어 제품은 국내에서 고가에 팔린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어의 대형마트 판매 금지 요구는 각 아웃도어 업체와의 계약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고어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어의 일방적 행위는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의 사업을 사실상 구속해왔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어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해당 정책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했다” 며 “이를 어기고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업체에 대해선 불이익을 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어의 직원들은 고어 직원임을 숨긴 채로 불시에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내 아웃도어 매장을 방문해 고어텍스 제품이 팔리고 있는지, 그 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점검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정책을 지키지 않고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을 파는 업체에 대해서는 해당 상품의 전량 회수를 요구했다. 또 원단 공급을 중단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통보하는 경우도 4건이나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아웃도어 A업체가 모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재킷을 대폭 할인해 판매한다는 신문광고가 나가자마자 고어는 즉시 A사에 대해 해당 상품을 전량 회수할 것을 요구했다. 계약해지를 통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관계자는 “실제로 고어가 고어텍스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를 제한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전문점 등 유통채널 간 경쟁이 줄어들어 고어텍스 제품의 시장가격이 매우 높게 유지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꼬집었다.
이는 고어가 고등안 자사의 독점력을 악용해 국내 유통시장을 왜곡해 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고어가 자신과 거래하는 모든 아웃도어 업체의 고어텍스 유통채널을 일괄적으로 통제하면서 아웃도어 업체 간 가격 경쟁은 물론, 고어텍스 재고·이월상품 판로도 크게 제한됐다.
고어가 대형마트에서의 고어텍스 제품 판매를 철저히 차단한 이유는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이 싸게 팔리게 되면 백화점, 전문점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가격 30만원대 고어텍스 재킷이 대형마트에서는 10만원대 초반에 판매됐다.
이에 대해 고어 측은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고어텍스 원단의 품질 향상이나 소비자 정보제공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형마트 판매 제한이 서비스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반면에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높게 유지됨으로써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는 매우 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고어의 판매제한 행위는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건은 기능성 아웃도어 원단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가 유통채널 간 경쟁을 막는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앞으로 유사 행위 발생 가능성을 막고, 유통시장의 거래질서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