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에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진출 한국기업 피해액이 올해 말까지 8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지난 3월 우리 정부는 '사드 보복'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될 수 있다는 내용의 법률검토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WTO 제소 카드를 접는 등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이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중국의 사드보복 무역 피해사례를 받은 결과 현재까지 247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롯데마트는시 최근 중국 내 전체 매장(112곳) 매각을 목표로 매각주관사를 선정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1∼8월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75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이마트는 20년만에 중국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이 이원은 “이처럼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사드 보복 피해가 잇따른 상황임에도 정부가 오락가락 횡보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WTO 제소 등 통상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다음날 청와대는 "한·중 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 나간다"라는 정반대 입장을 내놓는 등 엇박자를 보였다.
또한 지난 13일 열린 '제13차 한중통상점검 TF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무역협회, 코트라, 산업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해 현안을 논의했지만 중국 사드 보복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롯데마트나 전기차 배터리, 현대차 등에 가해지는 보복은 모두 FTA 협정 위반”이라며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무대응으로 인해 애꿎은 기업들만 피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이제라도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자유로운 송금 등 한·중 FTA 협정에 명시된 보호조치만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WTO나 투자자국가간소송(ISD) 제소처럼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