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뷰] 우리은행, 4대 은행 ‘꼴찌’에 기업은행에도 뒤져… 추락하는 ‘조병규號’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지난해 실적 및 직원 1인당 성과 모두 추월당해 총자산 규모도 기업은행에 따라잡히는 추세, 자본총액은 4년 전 이미 역전

2025-03-25     최용운 기자
우리은행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우리은행 조병규 호(號)가 첫 항해부터 위태로운 국면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7월 행장에 취임해 우리은행을 이끌어오고 있다. 비록 취임 후 6개월의 성적이지만 지난해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본지가 지난 22일 보도한 ‘[재무리뷰] 하나은행, 지난해 주요 은행 중 성과지표 1위 달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주요 은행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이익감소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최하위’ ▲직원 1인당 영업실적도 ‘꼴찌’를 기록해 생산성과 수익성에서 모두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뒤처져 있다.

<관련보도 : [재무리뷰] 하나은행, 지난해 주요 은행 중 성과지표 1위 달성>

문제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도 추월당했다는 데 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은행으로 중소기업금융 지원에 목적을 두고 있다. 물론 일반금융업도 영위하지만 설립 목적상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영역이 제한적인 구조다. 특수은행인 기업은행의 실적보다 못한 상황이 우리은행이 처한 현실이다. 본지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우리은행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모두 기업은행에 역전됐다. 은행의 규모를 나타내는 총자산도 기업은행이 우리은행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추세로 머지않아 역전될 것으로 점쳐진다. 자본총액은 지난 2020년 이미 기업은행이 우리은행을 추월했다.
우리은행-기업은행

지난해 영업실적 우리은행 두 자릿수 하락에 기업은행에 역전당해

25일 두 회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기준 우리은행 손익계산서 상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172억원으로 같은 해 기업은행이 거둔 3조1412억원보다 1240억원 낮았다. 당기순이익은 2조2771억원으로 기업은행의 2조4114억원보다 1343억원 적게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에는 두 지표 모두 우리은행이 앞섰으나 지난해 순위가 뒤집혔다. 2022년 우리은행의 영업이익은 3조3567억원으로 기업은행의 3조2976억원보다 591억원 많았고, 당기순이익도 2조5474억원으로 기업은행의 2조4548억원보다 926억원이 많았다. 근소한 차이지만 우리은행은 영업이익에서는 지난 2017년 이후, 당기순이익에서는 2018년 이후 기업은행보다 높은 실적을 유지해왔다. 직원별 수익 기여도에서도 평균연봉이 훨씬 많은 우리은행이 기업은행에 뒤처지는 결과가 나왔다. 직원 1인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22년에는 우리은행이 각각 2억4100만원과 1억8300만원으로 기업은행(2억3900만원, 1억7800만원)보다 많았으나, 지난해에는 두 지표 모두 기업은행이 추월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1인당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억2000만원과 1억6600만원으로 집계된 반면, 기업은행은 각각 2억2900만원과 1억7600만원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기준 두 은행의 직원 수는 우리은행이 1만3723명, 기업은행이 1만3719명으로 거의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평균 급여에서는 상당한 차이로 우리은행이 많으며, 두 은행간의 평균급여는 실적과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1억1200만원으로 전년의 1억500만원보다 6.7% 증가했으나, 기업은행은 8500만원으로 전년의 8700만원보다 오히려 2.3% 줄어들었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총자산 규모 10년 전 우리은행의 81% 수준에서 지난해 95%까지 올라와

기업은행이 턱 밑까지 쫓아오면서 우리은행의 국내은행 총 자산규모 4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규모는 우리은행이 436조원, 기업은행이 412조원으로 우리은행의 94.5% 수준이 이른다. 2014년 불과 우리은행(256조원)의 81.2% 수준이었던 기업은행(207조원)의 총자산이 10년 동안 상승곡선을 그리며 우리은행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은행-기업은행
총자산 중 부채를 제외한 자본규모는 이미 지난 2020년 기업은행이 우리은행을 추월한 후 간격을 점차 벌리고 있다. 지난 2014년 우리은행의 자본은 17.8조원, 기업은행은 15.2조원이었으나 지난 2020년에는 우리은행이 23조원, 기업은행이 23.6조원으로 역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규모는 우리은행이 25.1조원, 기업은행은 29.4조원이었다. 이처럼, 우리은행은 지난해 4대 은행 중 최악의 실적악화에 이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도 추월당하며 체면을 구긴 한 해를 보냈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는 조 행장에게는 올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된다. 조 행장은 지난해 취임식 때 ‘기업금융의 명가’로서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를 당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소기업금융 강자인 기업은행을 넘어서지 않으면 조 행장의 일성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 행장의 실적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불거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불화설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조 행장은 4대 금융지주사 소속 은행장 중 유일하게 지주사 이사회 멤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다. 임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이사회 진입을 사실상 거부당한 상황에서 조 행장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조 행장은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임 회장이 강력하게 추천했던 인물”이라면서 “실적개선과 기업금융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조 행장에게 연말까지 남은 시간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