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뷰:버거편①] '햄버거의 배신'...버거 기업 실적악화 대책이 ‘가격인상’?

버거 브랜드 수익성 꼴찌 ‘맥도날드’부터 순서대로 가격인상 단행...1·2위 가격 안올려 롯데리아 등 지난해 원가율 낮아졌지만 원가부담 이유로 들어...KFC만 원가율 상승

2024-08-19     최용운 기자

[편집자주] 내년이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시작된다. 정치권에서는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를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가 오피스타운에는 한 끼 식대가 1만원을 넘는 곳이 즐비하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1만원으로 한 끼 해결할 수 대표적인 식품이 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햄버거’가 주인공. 그런데 이 햄버거마저도 물가상승을 이유로 대부분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고 있다. 서민 입장에서는 ‘햄버거 너마저?’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에 본지는 햄버거 가격인상 적정성과 함께 대표적인 버거 브랜드 기업들의 경영 및 재무현황을 분석했다.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햄버거 가격이 또 올랐다. 맥도날드, KFC, 롯데GRS(롯데리아) 등이 올해 5~8월에 걸쳐 순서대로 버거류의 소비자가격을 인상했다. BKR(버거킹)과 맘스터치는 인상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업이 가격인상을 단행한 순서가 지난해 영업실적 순위와 정확히 역순이었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버거킹과 맘스터치는 인상한 기업보다 더 좋은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일부 기업은 지난해 원가율이 낮아졌음에도 원가부담을 이유로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실적부진과 나빠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불황에 햄버거 가격이 매년 오르면서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2023년
19일 본지가 버거 기업 5개 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이 가장 높은 기업은 ‘맘스터치’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액 3639억원에 영업이익 546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5.0%를 기록했다. 분석대상 기업 5개 사 중 유일한 두 자릿수다. 영업이익률은 3.2%의 버거킹이 뒤를 이었고 롯데리아(2.3%)와 KFC(1.2%)가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맥도날드는 –1.8%로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맘스터치와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실적으로 상당히 낮은 이익률을 기록했다. 맘스터치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가맹점에 의존하는 사업방식으로 인력구조를 단순하게 가져간 덕분에 타사보다 매출에서 판매관리비(판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이 회사의 판관비 비중은 17.5%로 가장 낮은 수치다. 맘스터치 다음으로 가맹점 비중이 낮은 롯데리아의 지난해 판관비 비중이 48.8%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나머지 3개 사의 판관비는 60~70% 수준으로 맘스터치의 4~5배 수준이다. 반대로 직영점만 고집해 온 KFC는 경영난으로 최근 자본잠식에 주인도 두 번이나 바뀌는 격변을 이어왔다. KFC는 올해부터 가맹점 사업을 본격화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KFC 다음으로 직영점 비중이 높은 맥도날드는 지난 5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며 지난 2022년 부채비율이 1277%에 달하기도 했다.
버거

맥도날드-KFC-롯데리아 順 올해 가격인상 단행...실적 나쁜 순서대로 인상

올해 버거 기업들의 가격인상은 지난해 영업이익률 순위와는 반대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영업이익률 ‘꼴찌’ 맥도날드가 지난 5월 16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8% 올렸다. 이어 6월에는 KFC가 대표 메뉴 ‘징거세트’를 100원 인상했고, 지난 8일부로 롯데리아가 버거류 가격을 평균 2.2% 높여 받기 시작했다. 반면, 1·2위를 기록한 맘스터치와 버거킹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심지어 맘스터치는 올해 안에 가격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두 회사도 지난해까지 매년 1~2회 가격을 인상하며 원가율를 낮췄다. 버거 기업들은 배달 수수료, 인건비, 원자잿값 상승 등을 가격인상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모두 지난해까지 매년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이 실제로는 대부분 떨어졌다. 원가는 낮아졌는데 원가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것이다. 지난 2022년 대비 2023년의 각 사별 매출원가율은 KFC를 제외하고는 모두 낮아졌다. 맥도날드는 37.3%에서 37.1%로 0.2%p 줄었고, 롯데리아는 51.9%에서 48.9%로 3.0%p 낮아졌다. 버거킹은 38.4%에서 35.3%로 2.5% 감소했고, 맘스터치는 68.7%에서 1.2%p 줄어든 67.5%로 나타났다. KFC만이 25.5%에서 지난해 원가율이 2.5%p 오른 27.7%로 원가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인상은 악화되는 재무구조 개선 위한 방책?...KFC 부채비율 4500% ‘최악’

버거기업의 연례 행사와 같은 가격인상의 이유로 일각에서는 경영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원가율이 하락한 데 반해 원가상승 요인과는 달리 다른 이유로 실적이 악화된 부담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분석대상 기업 중 지난해 유일한 영업적자를 기록한 맥도날드는 5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며 2022년 부채비율이 1277%까지 급등했다. 다만, 대주주의 유상증자를 통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171%로 크게 낮아졌다. 이외 기업들은 모기업이나 대주주의 특별한 지원 없는 ‘각자도생’으로 재무구조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 특히, KFC는 2020년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가 겨우 회복해 지난해 4500%의 부채비율로 ‘벼랑끝’에 서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의 등장 및 고속성장 등의 영향으로 기존 버거 브랜드가 고전하고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본질적인 경영체질 개선을 위한 경쟁력 강화나 비용효율화를 위한 노력보다는 비교적 쉬운 가격인상을 선택해 온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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