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킴이 66. ‘정원헤어코디’ 윤옥순 원장 인터뷰
“18세 동두천서 배운 미용으로 인천서 자리 잡아“
“핀컬파마, 여성들에게 인기...밤늦게까지 일해“
"할머니가 된 멋쟁이 단골손님들...세월 아쉬워"
"미용 외길 59년...후회 없는 인생 살고 싶어"

인천투데이=김도윤 기자│“미용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해볼 생각조차도 못 해봤죠. 그냥 일을 한번 시작하면 이렇게 무엇이든 끝장을 보는 성격이에요”

인천 미추홀구에서 ‘정원헤어코디’를 운영하고 있는 윤옥순(77) 원장의 말이다. 윤 원장은 1980년대 말 학익동에 정원헤어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주변에 미용실이 생겨나고 없어짐을 반복했지만, 윤 원장의 정원헤어는 이곳에서만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인천투데이>는 동네 이웃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묻어나는,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 미용실 ‘정원헤어’ 윤옥순 원장을 만났다.

18세 동두천서 배운 미용으로 인천에서 자리잡아

윤옥순 정원헤어코디 원장. 
윤옥순 정원헤어코디 원장. 

윤 원장은 경기도 포천 출신이다. 18세부터 동두천에서 머리 미용을 시작했다. 동두천을 거쳐 서울 동대문에서 일하다 21세 되던 해에 인천으로 왔다. 그는 “당시 학익동에 살고 있던 사촌 언니의 권유로 인천에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인천에서 처음 일한 곳은 동인천에 있는 제일미용실이었다. 그는 “지금은 없어진 제일미용실에서 일을 했고, 지인 추천으로 다른 미용실로 옮겼다”고 한 뒤, “애관극장 근처 용동 큰우물 거리에 있는 미용실에서 8년을 일했다. 모범 미용사 표창도 받고, 단골손님도 꽤 많았다”고 회상했다.

결혼·출산에 그만둔 미용..학익동서 다시 이어가

윤 원장이 결혼과 출산으로 미용을 그만둔 기간도 있었지만, 결혼 한지 5개월 만에 미용업에 복귀했다.

그는 “시댁에 머물고 있는데 옛 단골손님이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찾아와 ‘자신이 미용실을 인수했다’며 같이 일할 것을 권유했다”라며 “시댁과 남편도 처음엔 반대하다가 밤낮 없이 찾아오는 그 손님의 설득에 못 이겨 결국 미용일 하는 걸 허락했다. 출산을 앞두고 있어 오래하진 못했다”고 웃으며 당시 일화를 전했다.

윤 원장은 큰 딸이 5세가 될 무렵 미용을 다시 시작했다. 당시 외벌이로는 살기가 어려워 가정에 보탬이 되고자 마음먹은 게 일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일을 다시하기로 결정하고 1988년 8월, 현재의 자리인 학익동에 미용실을 열었다”며 “그때 이 자리를 2년 계약했다. 계약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가려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핀컬파마로 여성들에게 인기...밤늦게까지 일해

윤 원장이 1996년 미국에서 열린 실루에타 LA 초청 헤어쇼에서 선보인 헤어스타일. 
윤 원장이 1996년 미국에서 열린 실루에타 LA 초청 헤어쇼에서 선보인 헤어스타일. 

윤 원장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도 열정적이었다. 그는 “핀컬파마(핀컬펌)라고 아나”라고 물은 뒤 “핀으로 파마를 말아 드라이한 것처럼 나오게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파마가 학익동(현재 동아풍림아파트)에 있던 한일방직 여성 노동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져, 밤늦게까지 식사도 제때 못하고 일할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고 했다.

그는 “새벽 5시에 머리하고 출근하려는 손님이 올 때도 있고, 밤 12시에도 파마를 시작해 2시, 3시에 끝날 때도 있었다. 그땐 잠도 못자고 식사도 제대로 못 먹으며 일했다”면서도 “그래도 손질된 머리를 만족해하는 손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기분도 좋아지더라”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된 멋쟁이 단골손님들...세월 아쉬워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정원헤어를 찾는 단골손님들이 있다. 윤 원장은 단골손님들과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반갑고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세월의 야속함도 느껴진다고 전했다.

그는 “30년 전 여공들이 이젠 할머니가 돼 여길 찾는다. 그땐 다들 젊고 멋쟁이였다”면서 “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요양보호사와 같이 오는 분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보람된 순간도 많았다. 특히 예식장에서 신부 화장을 해주면 어머님들이 와서 고맙다고 인사하시곤 했다. 그땐 정말 보람 느꼈다”며 “미용을 하며 아쉬움도 있고, 안타까운 일도 있지만, 그래도 보람이 더 큰 만큼, 미용을 그만두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미용 외길 59년...후회 없는 인생 살고 싶어

윤옥순 원장이 자신이 참여한 헤어쇼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을 미용에만 매진한 윤 원장은 늦은 나이에 학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는 “60세 넘어서 중고등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방송통신대학교에도 입학했다”며 “‘공부할 수 있을 때 대학을 갈 수 있었는데 왜 안 갔을까’ 하는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세기가 넘는 59년 동안 미용 외길만 걸어왔다. 돌아보면 미용은 내 천직인 것 같다”며 “절실한 마음으로 이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건강이 뒷받침해 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일에 대한 열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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