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주의보에도 운항 가능한데 제도는 그렇지 않아
최첨단 여객선 도입해놓고 해묵은 규제 ‘유명무실’
백령공항과 의료지원 등 주요사업 점검 일정 연기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서해 기상악화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이 뜨지 못해 유정복 인천시장의 서해3도(백령·대청·소청) 방문 일정이 취소됐다.

최첨단 기술로 만든 여객선이 있어도 제도가 뒤받쳐주지 않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인천시는 7일 오전 유정복 시장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코리아프라이드호를 타고 서해3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기상악화로 인한 여객선 출항 통제로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백령항로를 잇는 첫 국내 제작 초쾌속선 코리아프라이드호가 18일 오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입항하는 모습.
인천에서 백령항로를 잇는 첫 국내 제작 초쾌속선 코리아프라이드호가 18일 오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입항하는 모습.

인천시 관계자는 “오전 6시 30분경 기상상황을 확인해보니 출항을 통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빠른 시일 내 유 시장이 서해3도를 다시 방문하는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 시장은 문경복 옹진군수와 시의원 등과 서해3도를 방문해 백령공항 건설사업을 점검하고, 섬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주요 사업현장 방문과 주민간담회도 잡혀있었다.

출항이 통제된 이유는 풍랑주의보 때문이다. 이날 오전 6시 20분 기준 인천 먼바다에는 3.5m 이상의 높은 파도가 일고, 초속 13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기상청은 풍속이 초속 14m 이상이 3시간 넘게 지속되거나, 파도 높이가 3m 이상이면 풍랑주의보를 발효한다.

이에 인천항 운항관리센터는 인천~백령도와 인천~연평도 등 항로 7개를 오가는 여객선 11척의 운항을 통제했다. 유 시장이 타고 가려던 코리아프라이드호 운항관리규정상으로도 풍랑주의보일 경우에는 출항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코리아프라이드호 운항규정을 다시 보면, 풍속 초속 16m 이상과 최대파고 4m 이상까지 운항할 수 있다. 코리아프라이드호는 기술적으로 최대 파고 6.7m 이상에도 약 28노트(52km)의 속력으로 운항 가능하다.

코리아프라이드호 운항관리규정상 출항 통제 기준.
코리아프라이드호 운항관리규정상 출항 통제 기준.

즉, 코리아프라이드호는 풍랑주의보 수준의 기상악화에도 충분히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이다. 운항규정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는데, 정작 풍랑주의보에는 배가 뜨지 못하게 막고 있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9월 코리아프라이드호가 첫 취항할 당시에도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이 줄어들 거라는 기대가 컸다. 선박을 1층 단일데크 구조로 설계해 무게 중심을 낮추고, 파도 완화 장치를Interceptor)를 설치하는 등 첨단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인천의 연안여객선들은 안개와 야간운항 금지 규정 등으로 출항 통제를 받는 게 부지기수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최첨단 선박 기능이 유명무실하다. 결국 서해 최북단 주민들을 위한 인천시 행정에도 발목을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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