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평화기행] 대청도 ①
바람과 물결이 만들어낸 작품 '풀등 물결'
10억년 전 지상으로 돌출 '나이테 바위'
‘한국판 사하라 사막’ 옥죽동 해안사구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인천 옹진군 대청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바람과 파도 그리고 시간의 합작품이다. 대청도에 가면 10억년 전 형성된 물결무늬 지층과 바람과 파도가 만든 모래 물결을 볼 수 있다.

대청도는 백령도와 함께 서해 최북단의 섬으로 꼽힌다. 24.7km에 달하는 해안선은 북측과 인접해있어 맑은 날에는 북측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고 한다. 인천에선 서북쪽으로 200여km 떨어져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약 4시간 걸린다.

대청도는 서해5도에 속한다. 서해5도는 인천 옹진군 섬 중 북측 황해남도 남쪽과 가까운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를 묶어 일컫는 말이다.

서해5도 주민들은 민간인이 살지 않고 군인만 거주하는 우도를 제외하고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소연평도를 묶어 서해5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해5도는 보이지 않는 선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남측과 북측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이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해역에 있는 NLL은 군사분계선(MDL)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전방에서 해상 영토와 그 안의 자원을 지키는 사람들은 바로 서해5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이는 곧 남북관계가 틀어지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서해5도 주민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서해 평화를 기원하는 인천시민들과 지난 13~14일 1박 2일간 떠난 대청도 기행을 정리한 내용이다.<기자 말>

지난 13일 오전 7시 50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인천~백령 하모니플라워호를 탔다.
지난 13일 오전 7시 50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인천~백령 하모니플라워호를 탔다.

13일 오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모니플라워호에 올랐다. 대청도를 가는 배편은 하루 2번밖에 없다. 오전 7시 50분과 오후 1시이다. 이마저도 기상상황이 안 좋으면 배가 뜨지 않는다.

실제 기행 바로 전 5일간 배가 결항돼 ‘기행을 갈 수 있을까’도 생각했다. 배에 올라타니 절반은 해병대원들이었다. 5일 결항으로 군대에 돌아가지 못한 해병대원들이 한번에 몰린 것이다.

육지 사람들에게 대청도는 ‘어쩌다 한번 여행으로 가는 섬’일지 몰라도, 섬 사람들에게 배는 대중교통일텐데 교통편 확충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주민들은 백령공항 건설이 간절한 상황이다. 대청도 항구에 내리자 ‘경축. 백령공항 예타 선정’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대청도 농여해변.
대청도 농여해변.

숙소에 짐을 두고 곧바로 농여해변으로 향했다. 마침 물이 빠져 드넓은 풀등이 펼쳐졌다. 풀등은 썰물 때 나타나는 모래톱이다. 농여해변의 풀등은 국내 최대 규모다. 발이 푹푹 빠지는 해수욕장 모래사장과 달리 단단했다. 아스팔트 길과 흙길의 중간 정도 단단함으로 걷는 내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대청도를 안내할 문화관광해설사인 류석자씨는 고운 모래가 바람을 타고 켜켜히 쌓여 단단한 거라고 설명했다. 바람과 물결이 만들어 낸 풀등의 물결 무늬는 마치 거대한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풀등을 걸으면 발자국이 위에 남는다.
풀등을 걸으면 발자국이 위에 남는다.

풀등을 걸으면 발자국이 위에 남는다. 대청도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류 씨는 5일간 배가 뜨지 않아 사람들이 없다보니 물결 무늬가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기행 온 사람들에게 한번도 걷지 않아 발자국이 없는 풀등을 걸을 기회가 주어졌다. 마치 눈이 소복히 쌓인 길을 처음 걷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풀등의 물결무늬.
풀등의 물결무늬.

풀등의 물결무늬는 다같은 물결무늬가 아니라고 했다. 바다 물결이 만드는 물결무늬가 있고, 바람에 날려 만들어진 물결무늬도 있다고 한다.

풀등을 자세히 보면 바람으로 모래가 미세하게 날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신기했다.

농여해변 나이테바위.
농여해변 나이테바위.

류 씨는 다른 물결무늬를 보여주겠다며 나이테바위로 안내했다. 고목나무 나이테같이 생겼다해서 나이테바위인데, 고목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이테 바위는 10억년 전 지하에서 가로로 퇴적된 지층이 압력을 받아 90도로 회전한 뒤 지상으로 돌출한 것이라고 했다. 

물결무늬를 설명하는 류석자 해설자.
물결무늬를 설명하는 류석자 해설자.
옥죽동 사구 낙타 조형물.
농여해변 바위.

나이테 바위 이외에도 다양한 모양의 바위를 볼 수 있었다. ‘이건 날개같이 생겼네’, ‘이건 용같이 생겼네’라며 바위를 보던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해석을 내놨다. 대청도는 살아있는 지질박물관을 연상케했다.

농여해변에 남아 일몰까지 구경하고 싶었지만, 군사해변 구역이라 해가 지면 출입할 수 없다.

옥죽동 해안사구.
옥죽동 해안사구.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한국판 사하라 사막’으로 불리는 옥죽동 해안사구이다. 옥죽동 사구 전체면적은 약 66만㎡에 달한다. 바다 모래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점점 쌓인 것인데, 예전엔 모래가 너무 날려 사이에 모래가 가득 낄 정도였다고 한다.

생활에 불편을 겪자 1970년대에 방풍림을 조성했고, 방품림으로 모래가 쌓이지 않자 사구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에 옥죽동 사구를 지키기 위해 방품림을 없애자는 의견이 주민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고 한다.

옥죽동의 사구에는 낙타 조형물이 듬성듬성 놓여있는데 사진 찍기에 좋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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