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피 준비하라는 마을방송 뿐”
“연평도 어민 조업일수 보장할 대책 필요”
대피소 내 물품 중 사용기한 넘긴 것 태반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북측이 주한미군 등 남측의 대북군사 훈련에 대응해 지난 14일 서해 북방한계선 완충구역에서 포병사격을 강행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소리로 포격을 인지했으나 대피 등을 위한 개별 문자는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김경수 소연평도 이장은 “소리로 북측이 포격을 했음을 알았다. 이후 연락을 받고 마을 방송으로 (주민에게) 대피를 준비하라고 알렸다”며 “재난 문자 등 정부나 인천시 차원에서 주민에게 개별 연락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경수 소연평도 이장이 포격 소리가 난 곳을 가리키고 있다.
김경수 소연평도 이장이 포격 소리가 난 곳을 가리키고 있다.

북측은 지난 14일 밤 접경지 근처 남측 군의 전방 포사격에 대한 대응을 이유로 9·19 군사합의로 정한 동·서해상 완충구역에 포병 사격을 가했다.

남측 군 당국은 ‘해당사격은 미군의 MLRS 사격이었으며, 완충지역 밖에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훈련을 위해 사전에 지역 관공서와 주민에게 공지했다. 공지한 훈련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이날 만난 최동희 소연평도 어촌계장은 “포격 소리가 들린 시점이 공지한 시각과 달랐고, 포격이 들린 곳이 멀리 느껴져 북측의 포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연평주민들은 이럴 때를 대비해 집마다 대피소로 향하기 위한 보따리를 싸놓는다. 이번에도 대피 준비 방송을 듣고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대연평도에서 진행한 주민간담회에서 유정복 시장이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시)
대연평도에서 진행한 주민간담회에서 유정복 시장이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시)

연평주민들은 이번 포격으로 자칫 꽃게 조업에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또한 대피소 내 방독면, 비상약품 등의 경우 유효기간이 지난 물품이 많아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연평도 연평평화안보수련원에서 진행한 주민간담회에서 차재근 대연평도 어촌계장은 “인천은 1년에 180일 동안 주간·야간 조업이 가능하다”고 한 뒤 “연평도는 야간조업이 불가능하고, 이 같은 사건이 생길 때마다 조업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군사작전 기간 등으로 조업을 하지 못한 날을 고려해 조업을 못한 만큼 조업 일수를 채워 형평성을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김정희 연평도 주민자치위원장도 “주민 대부분이 꽃게 조업으로 먹고사는데, 주민들은 북측과도 싸우지만 중국과도 싸운다. 연평도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평부대 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오전 11시 기준 중국어선 18척이 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경일 연평군 중부리 이장은 “마을마다 대피소가 있는데 대피소 물품 중 방독면, 비상약품 등 물품의 사용기한이 지난 것이 많다. 새로 구입하거나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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