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병휘 연세대 국제캠퍼스 송도학사 사감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주주야야비휴’의 6일 주기로 근무하는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인천 연수구 송도 소재) 기숙시설인 송도학사의 사감인 이병휘(60) 감시단속직 노동자는 2015년 일을 시작해 올해까지 10년 가까이 추석이나 설날 등 명절에 쉰 적이 없다.

‘주주야야비휴’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주간 근무 이틀, 오후 7시부터 오전 7시까지 12시간 야간 근무 이틀, 비번 근무(급한 요청이 있으면 출근하는) 하루, 휴무(무조건) 하루 등 6일을 주기로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명절에도 쉬지 못하는 감시단속직 노동자

이병휘 연세대 국제캠퍼스 송도학사 사감(감시단속직 노동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병휘 연세대 국제캠퍼스 송도학사 사감(감시단속직 노동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씨는 연세대가 기숙시설인 송도학사의 운영을 위탁한 업체에 속한 감시단속직 노동자이다. 이 씨가 일하는 송도2학사의 경우 감시단속직 노동자는 3개조 총 15명이 5명씩 돌아가며 3조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연세대 국제캠퍼스에는 송도학사 2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은 모두 공휴일에 상관없이 근무를 하기 때문에 명절이 비번 근무나 휴무가 되지 않는 이상 쉬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씨의 경우 근무 후 한번도 명절에 쉰 적이 없다. 다른 동료들을 위해 명절을 양보했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근무와 휴게시간의 한계

이 씨는 “명절에 쉬거나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동안 계속 제일 나이가 어리기도 해서 동료들이 명절에 쉴 수 있게 양보를 했다”며 “회사가 조별로 1명씩만 인력 충원을 해준다면 명절도 쉴 수 있거나 근무 중 중간에 쉬는 시간도 제대로 쓸 수 있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의 말을 정리하면, 주간 근무 시에는 점심식사 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이 1시간인데, 노동자 5명이 지키고 있어야 할 근무지가 5곳이라 점심식사 시간 1시간을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밥만 후다닥 먹고 다시 교대를 해줘야한다.

또한 야간 근무 휴게시간은 3시간인데, 새벽에 2시간으로 정해진 쉬는 시간은 샤워하고 휴게공간까지 이동하고 하다보면 30분 정도만 잠깐 눈을 붙이는 정도 밖에 안돼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행정업무 증가로 인한 부담

이렇게 주간과 야간을 돌아가며 불규칙적인 일을 하지만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이 씨는 “10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매년 급여가 최저임금 인상 정도만 오르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송도학사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정도의 임금에 불규칙적인 근무, 인력도 부족한 상황인데 업체가 운영하는 행정실에서 이들의 행정업무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어 불만이 큰 상황이다.

초창기 이들에게 행정실이 맡겼던 행정업무는 야간에 출입 카드를 잃어버린 학생들에게 대기카드를 발급해주고 회수하는 일 정도였는데 점점 행정업무를 늘려 ▲기숙생들 퇴실 점검 ▲누수 점검 ▲매트리스 점검 ▲청소상태 점검 등 30개 가까이로 늘었다.

이 씨는 “행정업무를 계속 감시단속직에게 맡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항의를 해도 업무는 계속 늘었다”며 “행정업무를 하느라 감시단속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루는 대기카드 등 업무만 126건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행정업무 관련 법적 문제 제기

민주노총 일반노조 연세대 국제캠퍼스 지부장이기도 한 이 씨는 결국 지난 8월 23일에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주요하게 맡아서 할 출입문 통제와 순찰업무 보다 행정업무가 많다며 감시직근로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씨는 “행정실은 관행적으로 하던 것이나 행정업무를 하라고 하는데, 우리가 자발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위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이라며 “행정실 직원들이 편하려고 인력도 부족한 감시단속직 노동자에게 행정업무를 계속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별로 1명 만 인력을 충원해도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고 명절도 보낼 수 있고, 연차도 제대로 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렇게 부당한 행정업무를 하지 못하게 정부가 감시단속직의 업무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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