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언의 100년 전 빵 이야기 ⑭

인천투데이=김다언 작가|인천의 작은 섬 월미도에 빵집이 처음 개장한 시기는 1923년이라 교통이 불편한 시절을 고려하면 의외로 빠르다.

수심이 깊지 않은 서해안 항구로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대형선박 출입 가능토록 소월미도를 잇는 갑문을 만든 인천항은 수도권 관문이 됐다.

갑문 건설 전에도 1898년 경인선 철도 개설로 물류가 원활한 이점이 있던 인천항 앞 월미도엔 증기선을 위한 일본과 러시아 석탄기지가 있던 열강의 관심지였다.

언론사 주최 1921년 인천 해수욕장 이용 공고.
언론사 주최 1921년 인천 해수욕장 이용 공고.

월미도에 사는 주민은 소수였지만 1904년 러일전쟁으로 군사용 보급과 군대 편의를 위해 일찍부터 부교가 건설돼 육지화된 섬은 온통 군용도로 목적으로 파헤쳐져 황폐한 상태였다.

조선총독부는 1913년부터 매년 4월 3일 3년간 기념 식재로 월미도에 벚나무를 심었고 해수욕장으로 지정하는 등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군함이 인천 앞바다에 침몰한 장면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승전을 기념하며 관광지로 만들었다.(사진 언론사 주최 1921년 인천 해수욕장 이용 공고)

월미도 해변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짧은 단점이 있었으나 조선총독부는 당시 해수욕복을 입은 기생을 동원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등 치밀한 계획하에 월미도를 개발했다.

1923년이면 월미도 바다가 잘 보이는 위치에 바닷물을 데워서 만든 풀장과 해수탕을 만들고 8곳의 별장형 고급 숙박과 유흥단지를 조성한다.(월미도조탕 사진)

월미도조탕 사진.
월미도조탕 사진.

빵집은 해수탕과 풀장 이용객을 위한 휴게소에 세 곳이 들어섰다. 이렇게 많은 빵집이 만들어졌던 이유는 그만큼 이용객이 많다는 수요예측 속에서 가능했고 경인선 열차 증편으로 경성에서 당일치기 관광이 가능한 현대적 개념의 ‘워터파크’가 인천에 조성됐다.

1930년 경성주민 대상 관광지 인기투표 결과 남북한의 명승지 중에서 3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월미도의 인기는 높았고 총독부의 의도는 계획대로 관철됐다.

1924년 ‘개벽’에 실린 글 ‘각지各地의 녀름과 그 통신通信’을 보면 월미도 구경거리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

봄에 사구라꼿으로 유명한 것도 특색이지만은 녀름에는 해수욕으로 사랑을 밧는 것은 더욱 특색이다. 경성京城과 인천仁川이 큰 도회안에 끼여 잇는 재자가인才子佳人들이 히고도 맑근 옥 갓흔 살을 해수욕장에다 담거 노코 물오리 모양으로 쌍쌍히 즐기는 것은 맛치 수궁용왕水宮龍王의 용녀龍女들이 봉래방장蓬萊方丈의 선인仙人을 마져 천상의 연애를 늣기는 감상이 잇다.

그리고 월미月尾의 요리로는 맥주, 사이다를 2층 양옥우에서 거울으며 바다를 구경하는...

글의 내용을 보면 월미도에 오는 사람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용객 신분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1923년 월미도 탐방 기자가 조탕의 풀장과 휴게시설을 이용하면서 자세한 비용을 언급했다.

샌드위치 50전, 커피 10전 등의 가격표를 보도했는데 당시로서는 서민은 꿈도 못 꾸는 굉장히 높은 가격이다. 앞선 글에서 말한 경성의 모던걸, 모던보이가 드나들던 다목적 고급카페인 명치제과 라이트런치가 35전이었다.

설렁탕 10전, 고기가 들어간 장국밥이 15전이던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일반인은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대이다. 또한 월미도를 중심으로 소위 고급요정이 많았는데 이는 인천에 미두거래소가 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미두취인소 청년반복창 기사.
미두취인소 청년반복창 기사.

미두거래소는 지금의 주식시장이 열던 곳의 선물거래소 역할을 하던 기관이다. 강화도 출신 반복창은 점원으로 시작해서 미두거래소를 통해 일확천금을 벌어 당시 조선제일 미녀와 경성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인천에서 버스로 하객을 실어 날랐던 전설적 인물이다.(사진 미두취인소 청년반복창 기사)

결국 미두거래소에서 돈을 모두 잃고 이혼까지 당해 천당과 지옥을 오간 영화 같은 이야기를 만든 주인공이지만 일확천금의 꿈 확산으로 조선의 현찰은 다 인천에 몰린다는 말이 떠돌게 됐고 당시 월미도는 낮과 밤이 다른 소위 ‘라스베가스’급 관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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