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풀뿌리시민운동과 지역공동체 활성화(7)
1996년부터 30년 지역공동체 활동의 역사
2023년 9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창립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

<인천투데이>는 인천시민재단과 함께 2024년 연중기획으로 인천에서 풀뿌리시민운동을 하며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를 소개하려고 한다.

인천시민재단은 매년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노력한 공익활동 단체를 선정해 풀뿌리시민운동상을 시상하고 있다.

풀뿌리시민운동상 시상 단체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박한 사회 안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친 단체를 소개하며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소재한 시민공유공간 플랫폼 ‘지금, 여기’에 위치한 연수마을자치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라진규)은 2021년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설립됐다. 이후 2023년 9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 변경을 했다.

그런데 연수마을자치학교가 탄생하게 된 것은 엄밀히 따지면 2021년이 아니고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소재한 시민공유공간 플랫폼 ‘지금, 여기’. 연수마을자치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이 위치해있다.(2024.08.18.)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소재한 시민공유공간 플랫폼 ‘지금, 여기’. 연수마을자치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이 위치해있다.(2024.08.18.)

1997년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연수지부가 만들어졌고 연수구에서 공동체 활동이 구체화됐다.

인천연대 연수지부는 늘푸른 공부방, 늘푸른 어린이도서관을 시작으로 이후 인천여성회 연수지부, 짱뚱이작은도서관등 다양한 공동체 단체들과 네트워크 확대 강화를 위해 활동했다.

그런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연수구도 2005년을 경과하며 사회 전반적 공동체활동의 약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가장 큰 장점이었던 풀뿌리 공동체활동은 위축됐고 어려움은 여러해 동안 지속됐다.

또한 각 영역으로 활동하다보니 단체 중심성이 강화되면서 연대와 협력의 기운이 약화되는 이중고가 겹쳐 긴 시간 지역활동의 침체가 오기도 했다.

이에 연수구 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풀뿌리 활동을 되살리기위해 2015년 개별단체 활동을 넘어 어려운 시기 힘을 모으기로 했다.

그렇게 선학동에 공동공간을 만들었고 5년여의 긴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 연수마을자치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2023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 변경

지난 7월 24일 열린 평화한마당 준비위원회와 참여자치연수구민네트워크의 만남의 장 모습. 개구리네 한솥밥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2024.08.18. 사진제공 연수마을자치학교)
지난 7월 24일 열린 평화한마당 준비위원회와 참여자치연수구민네트워크의 만남의 장 모습. 개구리네 한솥밥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2024.08.18. 사진제공 연수마을자치학교)

그렇게 출발한 연수마을자치학교는 2023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을 변경했다. 지역 곳곳에서 공공적 활동을 하면서도 공적화되지 못하고 있어 공적·법인격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일반협동조합이 아닌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고민한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이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공공 목적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이렇게 설립한 조합은 ▲마을자치공동체 활성화 컨설팅과 교육사업 ▲마을자치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재정사업으로 곶감과 전복 등 판매 도소매업 ▲마을미디어 제작과 활용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조합은 마을자치공동체 활동이 지역에 기반을 둔 만큼 다양한 단체, 마을 주민들과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도 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단체만 해도 40여개 이상에 달한다.

그 중에서도 지역 활동가들의 재정 지원을 위한 대표사업이 곶감판매 사업이다. 곶감사업은 곶감 농사를 하는 협동조합 이사와 공통생산, 공동판매를 통해 수익을 마련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며 관계를 여러 기관 및 단체서 매년 1번 씩 설 명절을 앞두고 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익은 활동가들을 위한 활동비 지원을 위해 쓰인다.

라진규 대표는 “향후 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도소매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판로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로 더 큰 힘 만들어 시민력 확대
기후 위기 대응과 풀뿌리 전환마을 만들기 도전

지난 7월 18일 진행한 연수2동 전환마을 마을리빙랩 활동의 모습.(2024.08.18. 사진제공 연수마을자치학교)
지난 7월 18일 진행한 연수2동 전환마을 마을리빙랩 활동의 모습.(2024.08.18. 사진제공 연수마을자치학교)

조합이 꿈꾸는 것은 불평등한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시민(주민)들이 함께 풀기 위해 시민들의 힘, 즉 시민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시민력 확대를 위해 지역의 단체, 주민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유지·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24회차 진행한 연수구 평화한마당이 대표적인 예이다. 네트워크의 힘을 모아 전쟁없는 한반도 평화, 전지구적 기후위기 극복 실천활동등을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대표적 행사이다. 지난해에는 연수구의 보조금 없이 주민들의 힘 만으로 행사를 치뤄내며 저력을 이어가고 있다.

연수구는 2022년 이재호 구청장 당선 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위탁 종료와 작은도서관 직영화 등 주민들의 공동체활동과 자치활동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등 행태로 지역에서 논란을 빚었고 주민들에게 큰 비판을 받았다.

때문에 조합은 주민들은 물론 공동체 단체들과 단단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시민력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부터 기후 위기와 관련한 일상 활동도 펼치고 있다. 연수2동에선 기후전환 마을대학을 운영했고, 올해 연수구 차원에서는 2월 전환마을 선언에 함께 했고, 연수 2동 전환마을을 만들기위한 주민들과 함께 리빙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마을은 기후 위기에 맞서 생태적인 마을로, 에너지 등을 포함해 외부의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사는 마을을 말한다.

인터뷰 중인 연수마을자치학교사회적협동조합 라진규 대표.(2024.08.18.)
인터뷰 중인 연수마을자치학교사회적협동조합 라진규 대표.(2024.08.18.)

조합은 또한 기후환경에너지 전문 인력 양상 초급과정도 공동 운영했고 다양한 기후 위기소모임 운영, 100명의 주민이 함께하는 기후위기 실천 "뭐라도" 팀을 만들어 소등 행사, 손수건 사용하기, 분리 배출하기 등 다양한 실천활동도 하고 있다.

이렇게 주민들과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뭐라도 해보자라며 진행하는 사업은 올해 (사)인천시민재단에서 진행한 ‘2024 공익단체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라 대표는 “지역에서 풀뿌리 공동체활동은 다시 복원될 것이다"며 “시민력의 확대만이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풀뿌리 공동체활동 복원으로 지역공동체와 마을공동체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며 “또한 지금 당면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아 동 단위 전환마을 선언을 하는 것도 함께 꿈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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