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과 비교해 본 새로운 방향 제시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올해로 74주년을 맞은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가 또다시 승전 축하 일색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승전 기념식을 넘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는 요원하다.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로를 기리는 것은 마땅하지만, 이념갈등이 격화하면서 전쟁의 비극을 되새기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찾아보기는 예전 보다 더 어렵다. 이제 우리는 이 행사의 본질적 의미를 재고하고, 미래지향적인 평화 축제로 탈바꿈시켜야 할 때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폭격으로 불타고 있는 월미도의 민가 앞에서 한 주민이 미 해병대에게 지세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월미도에는 20여 가구에 1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월미전통공원 서북쪽 구릉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출처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제공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갑생 연구원)
인천상륙작전 당시 폭격으로 불타고 있는 월미도의 민가 앞에서 한 주민이 미 해병대에게 지세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월미도에는 20여 가구에 1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월미전통공원 서북쪽 구릉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출처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제공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갑생 연구원)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 전달

프랑스에서 매년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은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환점이었던 이 작전을 기리면서도, 단순한 승전 축하를 넘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과거 적국이었던 독일도 초청해 함께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의 가치를 되새긴다는 것이다.

노르망디 기념식은 전쟁의 참상을 상기시키는 한편, 국제 협력과 평화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참전국 정상들이 모여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의 평화를 다짐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더욱 널리 전파한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인천시내에 폭격을 하는 항공사진.(인천시 제공)
인천상륙작전 당시 인천시내에 폭격을 하는 항공사진.(인천시 제공)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변화가 필요한 시점

반면 인천의 기념행사는 여전히 군사 퍼레이드와 승전 축하에 치중하고 있다. 더욱이 주민들을 동원해 거리응원을 하게 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이는 평화도시를 표방하는 인천의 이미지와도 배치되며,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주변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6.25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그 이면의 아픔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인천상륙작전 과정에서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한 채 희생된 민간인들, 특히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월미도 원주민들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의 슬픔을 외면한 채 승전의 기쁨만을 노래하는 것은 역사의 한 측면만을 보는 편협한 시각이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새로운 기념행사의 방향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위령비.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위령비.

따라서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첫째, 전쟁의 참상을 생생히 전달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시 관련 유물이나 사진 등을 전시하고, 참전 용사뿐만 아니라 월미도 사람들을 비롯한 인천시민의 증언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화해와 협력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과거 적대국이었던 북한을 포함한 6.25전쟁 정전협정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북, 중, 미 3자 대표를 초청해 남북중미 4자 회담을 열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강제 동원이 아닌, 평화의 가치를 공감하는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해야 한다.

넷째,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월미도 원주민들의 귀향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생들이 전쟁의 실상을 배우고 평화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평화를 염원하는 축제로 거듭나게 하자

인천상륙작전 직으로 초토화된 월미도.(인천상륙작전기념관 제공)
인천상륙작전 직으로 초토화된 월미도.(인천상륙작전기념관 제공)

인천상륙작전은 분명 한국전쟁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 역사적 사실을 넘어, 이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미래세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승리를 자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의 참상을 되새기며 평화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한반도 최대 화약고를 품고 있는 평화와 외교의 관문이다.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의 회고를 넘어, 동북아 평화 구축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승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닌, 평화를 염원하는 축제로 거듭날 때, 진정한 의미의 기념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진정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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