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얼아침대화에서 김이재 교수 강연
"세계사 흐름, 지도 활용 능력으로 결정돼"
"한국, 지도 교육 부실...국제 경쟁력 약화“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지도를 잘 읽고 활용하는 사람이 세계를 리드한다는 건 변하지 않아요. 지도력(地圖力)이 국가와 개인의 운명을 바꿉니다.“
김이재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겸 지리적 상상연구소장은 1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47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운명을 바꾸는 힘, 지도력(地圖力)'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Great Geogriphic Society 이사장,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세계지리학연맹IGU아시아 대표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저서로 '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등이 있다.
아래는 김 교수의 11일 강연을 정리한 내용이다. <기자말>
지도력과 세계사의 흐름
김 교수는 세계사의 흐름이 지도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스, 로마, 이슬람,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역사적으로 강대국이 된 나라들은 모두 뛰어난 지도력을 가졌다"며 "지도를 잘 그리고 활용한 사람이 세계를 지배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열악한 환경 때문에 무역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위해 정확한 지도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가 '나비를 쫓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가진 현장 중심의 학자였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로마제국 건설에 참여한 아그리파 예를 들며, “지도를 잘 그리는 사람이며, 로마 제국의 설계자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이 지도를 그렸다. 목욕탕을 아무리 멋지게 지어도 신선한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한 뒤 “(물 공급을 위한) 수로교의 평형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지도가 정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로마제국 후기로 갈수록 지도 업데이트가 늦어져 결국 쇠퇴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대에 와서 구글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도 구글맵 때문이다"며 "현재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타링크를 통해 세계의 공간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지도 교육 현실과 과제
김 교수는 한국의 지도 교육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한국은 지도를 잘 그리고 활용하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지리학과가 거의 없어지고 있다"며 "지역 전문가, 지리학자가 멸종 위기종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들이 10대 때 지도를 펼치고 공간 전략을 짜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런 걸 배운 적이 없다"며 "실내에서 책만 읽는 교육이 우리 아이들의 생존 본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 수업을 늘렸는데, 다른 선진국은 반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 뒤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면) 아이들이 밖에 나가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인간이 되려면 다양한 공간을 경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