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영 기자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인천시가 ‘북부문화예술회관 건립 기본 구상·타당성 조사연구용역’에 오류가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결과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지만, 북부문예회관 건립 대상지 중 한 곳이던 서구 검단신도시 주민들은 주민감사 청구까지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 14일 ‘인천 북부지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기본 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북부문화예술회관 대신 문예회관을 기초자치단체가 지으면 건립비를 최대 50%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8월 14일 김충진 인천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 북부문화예술회관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김충진 인천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 북부문화예술회관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시는 애초 12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을 보유한 광역 단위 문화예술회관으로 추진했으나, 용역 결과 경제적 타당성(B/C)이 0.91로 나와 1이 안되기 때문에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에 따라 900석 규모 미만의 중공연장을 보유한 구립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고 했다.

중공연장 900석과 소공연장 300석 정도의 문화예술회관을 지으면 건립 비용은 1102억원 정도가 소요되며 연간 운영비는 31억원 정도로 조사됐다. 이럴 경우 경제적 타당성은 1.05로 나타났다.

때문에 시 재정으로 1200석 규모의 북부문화예술회관을 직접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계양구와 서구(검단지역), 또는 중구(영종지역)가 건립을 추진할 경우 최대 50% 까지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시의 발표에 계양구와 서구는 즉각 반발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공약은 1200석 규모 광역 문화예술회관 건립이었는데 규모도 축소하고 건립과 운영도 구에서 하라고 하는 것이니 사실 상 구에 떠넘긴다는 비판이다.

모경종 국회의원, 시 북부문예회관 용역 결과 심각한 오류 지적

모경종 의원실이 공개한 북부문화예술회관 타당성조사연구용역 오류(왼쪽) 내용과 수정(오른쪽)한 내용.
모경종 의원실이 공개한 북부문화예술회관 타당성조사연구용역 오류(왼쪽) 내용과 수정(오른쪽)한 내용.

이후 더불어민주당 모경종(인천 서구병) 국회의원이 북부문예회관 용역 결과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더 커졌다.

용역 결과를 보면, 북부문화예술회관 후보지(서구 불로동 산 114 일원)에서 인천시청까지 거리가 190㎞, 경기도청까지 거리가 670㎞로 측정돼있다. 하지만 실제 거리는 19㎞, 67㎞로 1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거리 측정으로 연구용역은 인천시와 경기도의 인천북부문화예술회관 연간 잠재이용수요는 각 8385명, 3245명으로 추산했다.

잠재이용수요는 후보지에서 각 시·도 청사까지 거리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수를 고려해 산출하는데, 후보지와 거리가 가까울수록 잠재이용수요가 높게 산출되고 거리가 멀수록 잠재이용수요가 낮게 산출된다.

때문에 인천시청과 경기도청의 거리가 10배 멀게 적혀 있어 각 8000명과 3000명으로 계산된 잠재이용수요를 67만명과 43만명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모 의원은 “혈세를 들여 수행한 연구용역에서 있어선 안될 치명적 오류가 발생했다”며 “가장 가까운 인천시청과 경기도청과 거리 수치만 오류가 생긴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연구용역에 최종 책임이 있는 인천시가 책임져야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시는 오류가 난 것은 맞지만 오류가 정정되더라도 결과 발표에 변동은 없다고 했다.

시는 이달 3일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용역 수행 중 측정단위 오류로 예상 이용객 수가 변동됐으나 이를 반영해 재무적 타당성을 재산정하면, 결과값은 일부 변동되지만 여전히 재무적 타당성은 확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류를 정정하면 재무적타당성이 0.1193에서 0.3099로 바뀌지만, 1 이하로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단신도시 주민들 주민감사 청구 제기

행정안전부 주민e직접에 게시된 북부권문화예술회관 용역 주민감사청구 내용.(출처 주민e직접 홈페이지 갈무리)
행정안전부 주민e직접에 게시된 북부권문화예술회관 용역 주민감사청구 내용.(출처 주민e직접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후보지 중 하나였던 검단신도시의 주민들은 시의 설명에도 크게 반발하며 이달 13일 행정안전부 주민e직접 홈페이지에 주민감사 청구까지 제기했다.

감사청구 대표인 정아무개 씨는 해당 게시글에서 “용역보고서에 오류가 굉장히 많다”며 “실제 예상 이용객이 205만명 이상 임에도 (인천시는 이를) 63만명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주민들과 지역 국회의원이 밝혀내자 (인천시는) 용역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잠재이용객이 3.3배나 차이남에도 경제적 타당성(B/C)이 0.02밖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발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가봐도 결과값을 뒤집기 위해 엉터리로 작성한 용역보고서임을 알 수 있다”며 “제대로 된 감사로 정확한 B/C값을 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 발표 당시에도 기자들은 “이전에 시가 운영 중인 문화예술회관이 모두 적자인 것으로 아는데 경제적타당성을 적용하는 것이 맞는가, 구에 떠넘기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시는 “구 3개가 모두 건립하면 재정이 100억원 정도 더 소요된다. 떠넘기기가 아니라 대공연장이 들어간 광역 문화예술회관 건립 추진 시 경제적 타당성 확보가 안돼 중앙투자심사 등을 통과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시의 해명에도 용역 오류까지 겹치며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민들이 바랐던 것은 유정복 시장이 공약했던 1200석 규모의 시가 관리하는 광역 문화예술회관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구의 재정 여건 상 구립 문예회관을 건립해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구 뿐 아니라 계양구도 지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북부문예회관이 사실 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시가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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