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령도 6월에만 11일 결항…섬 주민들 며칠씩 고립
여객선은 섬사람 생명선 “신안처럼 1일 생활권 보장해야”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전남 신안군이 섬사람들의 1일 생활권 보장을 위해 연안여객선 야간운항에 필요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7월부터 야간운항 시행 범위를 확대했다.

섬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육지를 오갈 수 있는 배편이다. 여객선이 끊기면 고립되기 마련이다. 인천의 섬들도 툭하면 안개나 풍랑으로 뱃길이 끊기는 데다 야간에는 여객선이 다니지 않아, 섬사람들은 며칠씩 고립된다.

인천~백령도 여객선, 6월에 11일 결항

여객선은 섬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기도 한다. 지난 5월 백령도에서 생후 50여일 된 아이를 둔 20대 여성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섬에 있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병원 여건이 열악해 응급치료를 받지 못했다. 응급헬기는 기상 악화로 뜨지 못했다. 결국 의료진이 배를 타고 들어가 수술했지만, 그 여성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했다.

같은 달 연평도에서는 장폐색 증상이 의심되는 70대 여성이 인천항으로 긴급 이송됐다. 안개가 짙어 헬기 이송이 불가능해,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이 인근에 있는 500톤급 경비함정을 급파했다. 증상 발현 13시간이 지나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올해 6월에 기상 악화로 인천항에서 백령도로 가는 여객선 운항이 통제된 날은 11일이나 됐다. 해무로 8일, 풍랑으로 3일 결항됐다. 결항률이 37%에 달했다.

2~3일 잇따라 결항되는 날도 있어 섬에서 뭍으로 나왔다가 2~3일 못 들어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 반대로 섬에서 2~3일간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처럼 서해 5도는 1일 생활권은커녕 나들이도 힘들다. 백령도 주민의 경우 뭍에서 일을 보고 돌아가려면 아침배로 나왔다고 해도 인천항에 도착하면 점심이라 그날 돌아갈 수 없다.

연평도에서 인천항으로 오는 배편은 하루 한 번뿐인데 낮에 출발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뭍으로 나온 뒤 그날 돌아갈 배편은 없다. 그러다 해무를 만나면 뭍에서 더 지내야한다.

관공서나 병원 방문, 쇼핑 등 육지 사람들은 몇 시간이면 가능한 일도 섬사람들에겐 최소한 1박2일 걸린다. 게다가 툭하면 안개 등으로 여객선 운항이 통제돼 며칠씩 더 걸린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해있는 여객선.(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해있는 여객선.(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제일 필요한 건 1일 생활권…인천시, 신안군한테 배워야”

인천 섬사람들은 전남 신안군 주민들이 부럽다. 신안군은 야간에도 여객선을 운항하기 때문이다. 인천 섬사람들도 야간운항이 절실하지만, 야간운항에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는 데 비용이 들고 손님이 적어 여객선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여기다 인천은 남북접경지역이라는 게 야간운항을 기피하는 빌미가 됐다.

신안군은 여객선 야간운항 지원방안을 마련해 7월부터 야간운항 노선을 확대했다. 신설한 노선은 ‘안좌도~장산도~상태도’와 ‘암태도~비금도’, ‘목포항~안좌도~비금도~도초도’ 노선이다. 이 노선들은 오후 6시 30분부터 최고 밤 11시 30분까지 운항한다.

조현근 서해평화수역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섬사람들은 물론 관광객한테도 제일 필요한 게 1일 생활권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어촌뉴딜’을 한다고 해서 섬이 살아나지 않는다. 교통 불편이 해소되고 의료체계가 갖춰지면 섬은 절로 살아나기 마련”이라며 “정부와 인천시가 신안군한테 좀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접경지역을 운운하지만, 이미 인천항 연안여객선은 첨단 GPS(위성항법장치)를 갖추고 있다. 어선과 충돌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서해 5도 특정 해역에 야간조업은 없다. 인천 연안해역의 어선도 장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장비 보강은 큰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의지다. 6월에만 11일 결항됐다. 해무는 보통 오후와 저녁에는 걷히기 마련인데, 출항을 통제한 다음 날은 오후와 저녁에 출항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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