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KCGI ‘대한항공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청구’ 기각
독과점 기업결합 심사ㆍ총수 일가 견제방안ㆍ고용안정 방안 과제
산업은행 8000억원 투자 시 대한항공 유동성 3조원 넘게 확보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법원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산업은행이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한항공 B777항공기와 승무원.
대한항공 B777항공기와 승무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은 산업은행의 한진칼에 대한 투자(유상증자)로 진행된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의 8000억 원 포함 2조5000억 원을 유상증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금 1조8000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은이 한진칼에 8000억 원을 투자하면 한진칼의 지분구조는 산업은행 10.7%,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 41.1%에서 37.7%, KCGI 포함 조현아 부사장 우호 지분 46.75%에서 41.7%로 조정된다. 산은과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을 합한 지분이 48.4%로 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이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주축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3자 연합 주요주주인 KCGI는 두 항공사 통합에 반발해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신주 발행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반면 한진 조원태 회장은 위기에 처한 항공산업 구조조정과 고용안전을 위해서는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산업은행에 이어 금융위원회 또한 항공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통합이 불가피 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두 항공사 통합은 탄력을 받게 됐다. 항공사 통합 시 세계 7위 규모의 거대 항공사가 탄생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가 두 항공사를 통합하면서 항공정비(MRO) 사업부문을 따로 때내 MRO 전문 통합법인을 추진하겠다고 한만큼, 세계 탑 10 수준을 보유한 대한항공의 정비기술력이 MRO 산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한진칼과 대한항공 내부적으로는 산은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법인의 주요주주가 되는 것으로, 결과 적으로 ‘산은+조원태’ 연합이 한진칼의 대주주가 돼 현재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의 3자 주주연합이 무력화되면서 내부 갈등이 진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칼은 KDB산업은행과 계약에 따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 원, 교환사채 발행으로 3000억 원 등 총 8000억 원을 확보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한진칼의 대주주가 ‘조원태+산은’ 연합으로 바뀐다.

한진칼은 유상증자 전이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위기 극복을 위해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산은 투자 직후 8000억 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3000억 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5000억 원에 대한 계약금으로 3000억 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하게 돼 자금운영에 숨통이 트일 뿐만 아니라, 영구채 3000억 원으로 자본을 추가 확충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 강서구 소재 대한항공 본사 전경
서울 강서구 소재 대한항공 본사 전경

기업결합 심사ㆍ총수 일가 견제방안ㆍ고용안정 방안 과제

법원 판결로 통합이 탄력을 받게 됐으나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최소 4개국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한다.

국내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4개국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독과점을 우려해 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양사의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참여연대는 두 항공사와 계열사인 저비용 항공사(LCC, 진에어ㆍ에어부산ㆍ에어서울)를 포함하면 국내선 점유율이 60%를 넘어 독과점이 예상된다며, 통합에 따른 독과점 해소 방안을 제시를 요구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총수일가의 ‘갑질’로 공분을 산만큼 산은이 대한항공 총수 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일자리 구조조정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고용안정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참여연대는 또 아시아나항공에 이미 투입된 3조3000억 원대 차입금과 지원이 결정된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 원 회수 방안, 이익 배당 금지와 임직원 연봉 동결 등 이행 여부를 철저히 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 회장

산은 8000억원 투자 시 대한항공 유동성 3조원 넘게 확보

산은의 한진칼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져 서울 송현도 토지매각 불발로 애를 먹고 있는 대한항공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초 2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우선 지난 7월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 뒤 8월에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해 9906억 원을 확보했고, 왕산레저개발을 칸서스·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1300억 원에 매각해 총 2조2476억 원을 확보했다.

여기다 대한항공은 27년간 운영해온 버스회사 '칼(KAL) 리무진'을 매각하기 위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운용사인 케이스톤파트너스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칼리무진은 서울 시내 주요 호텔과 김포·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버스로 70여대가 운영 중이다. 이제 송현동 토지 매각만 남겨 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천공항 여객이 98% 이상 감소하는 등 항공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송현동 토지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5월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간 매각은 불발됐고, 현재 보상안을 두고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갈등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시가를 고려해 5000억 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고, 서울시는 4670억 원을 2022년까지 분할해서 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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