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 복원’ 이승만기념사업회 인천지회 출범
“학교 현안 산적...지역사회와 분열될까 우려”
인하대총학생회동문회 “구성원이 논할 문제”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인천지회가 인하대학교 내 ‘이승만 동상 재건’을 내걸자 인하대 구성원 내부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내 구성원도 아닌 단체가 학내에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학내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26일 인하대총동창회, 인하대총학생회동문회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각 단체 내부에서 지난 24일 (사)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인천지회가 발표한 ‘인하대 이승만 동상 재건’ 주장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이승만기념사업인천지회는 24일 창립식을 예고하며 “초대 지회장으로 권오용 변호사를 선임한 뒤 지난 1983년 10월 철거한 인하대 내 이승만 동상 재건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인하대에 설립했던 이승만 동상(왼쪽)과 인하대 내 이승만 동상을 철거하는 모습(오른쪽). (사진제공 인하대학교)
인하대에 설립했던 이승만 동상(왼쪽)과 인하대 학생들이 학내 이승만 동상을 철거하는 모습(오른쪽) 사진제공 인하대학교.

인하대는 1954년 개교했다. 인하대 내 이승만 동상 철거 시도는 2번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83년 10월 1차 시도가 있었고, 1984년 2차 시도 만에 완전히 철거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하와이 교민들은 모국에 동양의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 같은 대학을 설립해 달라며 모금을 했다. 그리고 모은 성금을 하와이 내에 설립했던 ‘한인기독학원’의 땅과 건물을 매각한 금액을 더해 이승만 정권에 전달했다.

당시 이승만 정권은 이를 활용해 1954년 인천에 인하대를 세웠다. 학교 설립에 필요한 땅은 인천시가 마련했다. 그래서 학교 이름 인하대의 인(仁)은 인천에서, 하(荷)는 하와이에서 따왔다.

개교 당시 이승만 동상은 없었다. 게다가 학교 이사장은 이기붕이었다. 인하대는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1979년 2월 인하대 창학 정신을 기리자는 의미로 인하대 내 인경호 인근에 6.3m(좌대 3m 포함) 높이로 이승만 동상을 세웠다.

하지만, 이승만의 독재와 친일행적이 불거졌고, 민주화운동의 열기가 확산하면서 인하대 학생들이 1984년에 철거했다.

이를 두고 인하대총동창회 관계자는 “오는 2024년 개교 70주년을 앞두고 개교 70주년 기념사업회에서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교 70주년을 맞아 창학정신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이를 위한 하와이 동포상 건립을 중점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갑자기 학내 구성원이 아닌 단체에서 이승만 동상 재건을 들고 나와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하대는 송도캠퍼스 개교 등 지역사회와 함께 풀어갈 현안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 뒤, “지역사회는 이승만 동상 재건에 부정적인 시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일로 동문과 지역사회가 분열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인하대총학생회동문회 관계자는 “인하대는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동포들이 설립한 민족사학이자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이다”며 “이미 역사적인 사실로 드러난 이 전 대통령의 행적만 놓고 봤을 때, 동상 재건은 지역사회를 넘어 이젠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학교와 상관없는 단체가 출범하며 던진 문제로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도 접하고 있다”고 한 뒤 “학내에 동상을 세우더라도 구성원 간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승만기념사업회의 주장은 월권이다”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