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조현철 감독|2023년 10월 개봉

인천투데이=송승원 기자|세미(박혜수)는 이상한 꿈을 꾸고 잠에서 깬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뭔가 불길하다. 세미는 문득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하은(김시은)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세미는 곧 바로 하은이 있는 병원에 찾아간다. 그는 불안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며.하은에게 수학여행에 같이 가자고 한다. 하은도 좋다고 했다. 둘은 당장 내일 떠날 수학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하은이 집 어딘가에 깊숙이 박아놓았던 캠코더를 중고장터에 올린다.

영화 '너와 나' 스틸컷 (사진제공 필름영)
영화 '너와 나' 스틸컷 (사진제공 필름영)

중고장터에 게시물을 올린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하은의 반응이 이상하다. "구매자 닉네임이 이상하다", "사기꾼 같다"는 등 선뜻 납득이 안 되는 말을 늘여놓던 하은이 말한다. "나 못 갈 것 같아. 하루 남기고 이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아빠한테 허락도 못 구했고."

세미는 복장이 터진다. "너 뭐야, 왜 이랬다저랬다 해? 나랑 가기 싫으면 가기 싫다고 말을 해" 둘의 갈등은 깊어진다.

남겨진 이들, 그리고 연대

영화는 크게 ‘수학여행’과 ‘진돌이(진돗개)’라는 두 개의 장치가 서사를 이룬다. 영화 전반에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것은 수학여행이다. 세미가 하은에게 수학여행을 가자며 찾아와 조르고, 하은은 캠코더를 팔아서 가겠다며 호응한다.

그러나 중고 거래 과정에 접어들며 양상은 둘의 갈등 국면으로 접어든다. 하은은 세미가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로 거래를 파기하려 들고, 세미는 이랬다저랬다 하는 하은이 섭섭하기만 하다. 갈등이 최고조로 달한 시점에서 하은이 사라지고, ‘수학여행’은 ‘하은이 찾기’ 시퀀스로 전환된다.

하은을 찾은 후 추동력을 잃을 뻔한 극에 다시 힘을 불어넣는 것은 진돗개다. 극 초반에서 하은이 '진돌이'라는 이름을 붙인 그 개가 밤중에 학교에 찾아온다. 세미는 주인을 찾아주려 홀린 듯 따라가고, 따라간 곳에서 한 광경을 마주한다. 허름한 가건물 한 켠에 방치돼 있는 개 한 무리.

가족과도 같은 개를 다시 찾은 주인의 모습으로 영화는 ‘남겨진 사람’과 ‘연대’를 이야기한다. 반려견과 다시 만난 이는 ‘가족같이 소중한’ 존재를 잃을 뻔한 슬픔을 이야기하고, 가족과도 같은 존재를 이미 잃은 이는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영화 '너와 나' 스틸컷 (사진제공 필름영)
영화 '너와 나' 스틸컷 (사진제공 필름영)

남겨진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참사가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경기도 안산시를 배경으로 한 점이나, 버스를 타고 가는 와중에 들리는 라디오 소리에서 이같은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비단 ‘세월호’에 국한하여 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오히려 그러는 것이 영화가 가진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별’이다. 연인과 결별하는 것부터 고향으로부터 상경, 퇴직, 이사, 전학, 이민, 죽음까지… 떠나가는 모든 것. 이별의 총체다.

이별이 슬픈 것은 떠난 이의 흔적이 남은 이가 살아가는 일상에 남아있는 탓이다. 그래서 영화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일상을 나열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들, 가족,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시간부터 혼자 사색에 잠기는 시간까지. 그 모든 일상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언제쯤 끝나?’ 싶을 때에도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도미노처럼 나열한 일상은 한 사건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며 줄줄이 스러지기 시작한다. 모종의 사건으로 소중한 누군가가 부재하게 됨으로써 남은 이들은 일상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루할 정도로 당연했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되며 도리어 파괴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영화 '너와 나' 스틸컷 (사진제공 필름영)
영화 '너와 나' 스틸컷 (사진제공 필름영)

‘너와 나’가 관객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려고 한 얘기는 여기에 있다. 사소한 일상이 붕괴함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는가,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너라면 어떠할 것인가’를 묻게 한다.

영화는 전반에 걸쳐 흐리다 못해 뿌옇기까지 한 색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관해서 혹평하는 시선도 있는 듯하다. 영화가 줄기차게 보여주는 ‘꿈’ 내지 ‘기억’이 갖는 아련한 이미지를 재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것이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를 따지는 기능적 성공 여부를 떠나, 적어도 그럴 만한 시도였다고 본다.

이 영화에서 백미를 고르자면, 후반부에 하은이 “할 말 있다”며 “나중에 얘기해 줄게”라고 말하는 장면일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내일’을 상정하곤 한다. 헤어지는 친구와 내일 만나자며 기약하는 것은, 그만큼 그것이 우리에게 당연한 탓이다.

영화는 그런 당연한 일상이 사소한 일로 붕괴하며 주변인이 겪는 고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이 종국에서 해결에 이르고 다시금 ‘내일’을 약속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치유력’을 얘기한다.

‘너와 나’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 재난과 그 밖에 모든 이별을 맞이하는 우리의 모습을 일관된 호흡으로 담아냈다. 완벽하고 유려하진 못하더라도 진실성 있게 파고든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